너를 내게 보내주시겠지
承弟야!
네가 가까이 와주렴. 무척 망설이다가 편지를 부치고, 짐짓 뒤따르는 허전함을 참을 길 없어 또 쓰고 있다.
너의 오빠들이 혹 나를 만나지 말라고 하지 않았을지? 만나지 말라는 얘기는 헤어짐인지 아니면 잠시 편안함(너의)인지 궁금, 답답함, 불안함, 초조함 뿐이다. 말 못 하며 아슬아슬한 시간을 보낼 때면 나는 어김없이 주님께 도움을 청해 본다.
혈연(血緣) 대 이성(異姓) 간 보이지 않는 투쟁, 승패(勝敗) 이전에 나는 만사가 귀찮고 온몸의 힘이 기체로 변해 스멀스멀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어쩌면 너의 마음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사랑을 바라는 소망이 더 크지만, 혹시 이별의 아픔으로 초조함이 찾아올까 봐 두 가지 마음이 혼란스럽게 교차하고 있다. 지나친 염려와 비약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몰라도 왠지 불행한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뭐랄까? 가난함 때문에 지순(至純)한 우리의 사랑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것을.
承弟야!
수심(愁心)의 그림자가 그리움을 가린다. 너의 끊임없는 사랑을 확연히 떠올리고 싶지만, 뜨거운 눈물이 나오는 건 무슨 까닭일까? 가난함일까? 풋풋한 사춘기 감정으로 내가 돌아간 것일까? 내게 희망을 가져다준 네가 끔찍이 보고 싶다. 얼마 전, 어머님을 두려워했던 너였는데, 역(逆)으로 네 오빠들을 무서워하는 나일 줄이야.
承弟야!
나를 위해 살아주련. 온 인생을 깡그리 너에 대한 사랑으로 불사르고 싶은 浩兄이를 도와주지 않으련. 낙심(落心)에 빠진 浩兄이를 생기발랄한 주님의 사자(使者)로 탈바꿈시켜 주렴. 나는 언제나 주님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니, 사랑 많은 주님께서 너를 내게 보내주시겠지.
承弟야!
갑자기 솟구치는 힘이 느껴진다. 또 소망을 품어본다. 우리 두 사람의 내일을 주님께 맡기고 기도해야겠다. 이 밤 무사히 보내길, 너의 마지막 시험 대비에 박차를 가하길. adieu.
1981.11.09.(일) midnight 네 사랑 浩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