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라도 빨리 너랑 같이 지냈으면
너와 함께 하고픈 찬란한 내일을
한시라도 빨리 너랑 같이 지냈으면
내일은 새벽에, 정말이지 새벽에 꼭 일어나야 한다.
고역(苦役)이다. 깊은 잠들지 못하고 자주 잠을 깼지. 벌떡 일어난 시각이 3시 30분, 찬밥에 김치, 미역국을 말아먹고, 4시 30분 두암동을 떠났다. 서둘러 5시 5분 터미널에 도착, 5시 20분 완행버스에 몸을 싣고 암천리로 향했다. 차창에 세차게 와닿는 빗물은 불안과 초조함을 더해주지만, 눈꺼풀은 이내 점점 무거워진다. 깜빡 잤을까? 8시 유치면에 도착, 별 뾰쪽한 묘안이 있겠어. 자전거에 56.5kg의 체중을 얹히고 돌밭 위를 달린다. 쏟아지는 세찬 비를 주님이 주신 단비라고 생각하고, 빗발 속에서도 주님께 찬양을 한다. 흠뻑 젖은 옷은 점점 무게를 더해주고 찝찝한 기분도 선물한다. 내복, 런닝구까지 다 젖었는데, 암천리 가는 길은 아득하기만 하더라. 9시 5분경 학교에 도착, 무려 5시간 35분의 고행을 마쳤다. 팬티까지 다 젖어 모조리 옷을 갈아 입으니, 한기(寒氣)가 오싹 들어서 운동을 했다. 별 효과는 없었지만 헛헛 웃으면서.
承弟야!
이러한 여정 속에서도 나는 실낱같은 기대, 희망을 품는다. 너와 함께 하고픈 찬란한 내일을. 하지만 어떡하니? 아득하고 좁은 길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홀로 몸부림친다. 사랑하는 주님께 내 인생의 돌파구를 열어달라고 매달려 기도한다.
承弟야!
처음 너를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늘 마음속 깊이 바라는 게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너랑 같이 지냈으면, 그래서 요즘 입버릇처럼 더 자주 말한다.
현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고, 전후좌우 상황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 모든 것을 초월하고 그냥 우리 두 사람이 서로 믿고, 의지하고, 서로에게 충실한 생활을 하루빨리하고 싶을 뿐이다. 나아가서는 우리가 힘을 합쳐 주님께 영광을 바치고 싶다.
나의 이러한 생각은 네 가족에게 환영받지 못할 처사일 것 같고, 쉽게 용납하기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 사랑의 힘으로 꼭 위대한 사랑의 결실을 맺고 싶다. 너에게 너무 무거운 짐(?)일까? 심려를 끼쳤다면 용서를 빈다.
건강을 빌며 이만 줄인다.
뜻깊고 보람 있는 캠퍼스 생활을 장식하길, 주님께 기도드릴게.
1981.11.03.(화) 6~1 교실에서 浩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