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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Dec 07. 2023

미운 건 가난한 밤이다

불쌍한 네 형부

미운 건 가난한 밤이다



          

보고 싶다. 네 청초한 모습, 정결한 마음이 사뭇 그리워지는 밤이다. 밤은 수많은 의미를 갖게 해주는 시간이자 단어이다. 숱한 밤 중에서 내가 만나고 있는 오늘 밤은 실로 망막하고 아득하기만 하다. 너도 익히 아는 浩兄이의 가난한 밤은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까?

     

하지만 감사한 게 있다. 더 혹독한 어려움을 물리쳐 주는 주님의 은혜, 내일의 소망이 실재함을 인식시켜 준 하나님의 축복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또 차디찬 세상에서 너와 같은 귀(貴) 소녀를 만나게 됨이 아주 고맙다.


          

承弟야!

많은 남자는 너에게 물질적인 풍요함과 느긋함, 여유를 갖게 해 줄 수도 있을 텐데, 나는 네게 가혹한 가난함을 얹혀 주고 있으니 할 말을 잃고 만다.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이 꽉 막혔다. 진퇴유곡(進退維谷), 풍전등화(風前燈火), 난형난제(難兄難弟)란다.

     

예배를 마치고, 동생과 대화를 나누며 갖는 오열, 곁들어 ‘불쌍한 네 형부’라는 너의 말에 말문이 턱 막히더라. 당연한 얘기지만 말이야. 요즘 심심찮게 거론되는 오빠들 말씀 속에서 느끼는 나의 아픔은 몹시 크다. 가시에 찔림을 당해 허우적거리는 구차한 내 모습이지. 참담한 나의 현실의 아픔이다. 그러고 보니 내 거할 곳은 주님의 품밖에 없으니 주님께 가까이 나아가야 한다.

     

만약 내 귀한 承弟를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뜨거운 눈물을 한 바가지 쏟을 텐데. 서서히 다가오는 현실의 농간에 어쩌면 나는 순응해야 한다. 내가 능력이 없으니 냉정한 현실을 무기 삼아 맹공(猛攻)을 가하면, 나는 주님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


          

承弟야!

너는 내게 너무 귀하다. 너는 내 소망의 등불이다. 너만을 굳게 굳게 믿으며 하루를 장식해 간다. 깡그리 너를 붙잡아 내 곁에 두고 싶다. 하지만 내가 너무 가난해서 네가 떠난다면 …. 생각만 해도 아득한 밤이다. 浩兄이의 이 밤을 내 사랑하는 承弟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니? 흔들리는 네가 조금도 밉지 않다. 미운 건 가난한 밤이다. 아, 생각할수록 아득히 먼 길, 너와 함께라면 문제없으리. 꼭 나의 반려자가 되어서 온전히 사랑해 주렴.           

1주일 동안 너의 건강과 무사함을 빌면서

         

1981.11.09.(일) 11:07 浩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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