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월요일이다. 엊저녁 너에게 편지를 썼지만, 또 펜을 들었다. 웬일인지 오늘은 실의에 찬 힘없는 하루였다. 시간 곳곳마다 네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도마 위에 놓인 생선 두 마리 신세일까? 너의 집에서 보는 나의 모습이나 우리 집에서 보는 너의 모습이 너무 위태롭거든. 나이가 어리고 정신적인 기류(氣流)가 다르기 때문일까? 우리 두 사람의 인생에 걸림돌이 될 부모 형제들이 몹시 원망스럽다. 무슨 말들이 그리 묘할까? 사람들의 대화가 왜 이리 악할까?
承弟야!
반석 같은 신앙 위에서 우리 두 사람의 삶을 만들어 가자. 결코 부대끼는 사람들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주 안에서 참 행복을 찾자. 오로지 주의 일에 힘쓰며부모, 형제간들을 위한 생활이 우리 인생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하지 말자. 오히려 우리네 인생의 들러리임을 알고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신앙을 갖자. 언제일까? 우리는 가난하지 않을 거야. 우리들의 심령이 가난하면 좋겠지.
承弟야!
이 밤,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을 수두룩하게 글로 표현하고 싶다. 하지만 애타는 감정만 앞을 가려 말문이 턱 막힌다. 너에게 소중하고 진실한 사내, 성실하고 굳건한 浩兄이 되고 싶으니, 이 마음을 받아주길 바란다. 세상에다 굳게 함구무언(緘口無言)하고 오직 주님의 말씀에만 귀 기울이자.
간단히 아주 간단히, 너와 나만의 사랑의 약속을 주님 앞에 맹세할 수 없을까? 토요일이 빨리 와서 네게 많은 얘기를 하고 싶다. 공부하는 네게 굳은 사랑의 위안을 주리라.
承弟야!
깨어 기도하자. ‘때가 악하다’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내일을 위한 위로보다는 오늘 충실한 생활을 온전히 주님께 바치는 신실한 믿음의 생활을 가꾸자. 나의 가슴속에서 흐느끼는 너의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도 나의 모습을 닮았을까? 나도 울고 싶었지만 주님의 아픔을 생각하며 참았단다.
화내지도 말고 서둘지도 말자. 굳건한 믿음 속에서 영원무궁 변함없는 우리의 사랑을 염려하자꾸나. 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보내며 이 글을 마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