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분명히 말하겠어요
티 없이 맑은 소녀처럼 깨끗함과 가슴 부품에 온통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대지 위에 온통 산재해 버린 눈이며, 지금도 계속 그칠 줄 모르는 눈들을 모두 사랑합니다.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承弟는 예감과 육감에 너무도 민감해서 어떨 때는 이상한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약간은 기다리는 편지였어요. 어젯밤도 편지를 읽고 전화 통화까지 했죠.
도대체 당신과는 거리감 때문에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은 정말 그 필요성에 기인할 수 없어요. 온통 한 인간 아니 하나님을 사랑하게 될 때, 그들의 숨결을 들을 수 있다고 극히 위험하고 한정된 한 사람에게만이 확증을 준답니다. 앞으로는 다만 비현실세계에서의 사랑도 하고 현실 세계에서의 사랑을 하렵니다.
엽서(10원)를 사서 순간적인 감정을 쓰고 나니, 한참 후에서야 '받는 사람 이름(김O호)을 쓰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쩜 썼을지도 모르지만, 늘 이렇듯 承弟는 감정의 극과 극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극과 극을 좋아하는 사람이 承弟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 중간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진리에 가깝도록 노력하는 어쩜 평범 이상의 여자, 반대로 평범 이하의 여자? 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의 세계로 이 세상의 모든 실체를 볼 수 있어야 그것이 진실한 진리임에 지금도 아직도 그 모든 실체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아니 죽은 그날까지도 우리는 그것에 합당한 인간으로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잡지)은 내가 관심 있는 것이니까 보내드려요.
사랑하는 浩兄 씨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浩兄 씨이니까. 후훗. 그러다가 흥!
옛날 중국 사람이 너무 비밀스러운 내용의 글은(간직하고 싶은) 종이를 마셨다고 해요(영화도 많죠.). 그런데 오늘 편지는 온통 나와 수긍이 되고, 그리고 모든 사항에 합의를 하고 맙니다. 광주에서는 이런 상태를 막 그냥 좋다고 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현상도 없을 겁니다. 난발이 아닌 상태에서의….
편지는 거리감 때문에 소리를 들을 수 없을 때 쓰는 것이죠. 그러니만큼 承弟는 지금은 사랑한다고 분명히 말하겠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것은 얘기한다고 해도 나에겐 얼굴이 붉혀질 필요도 없을 거예요.
말과 글은 다릅니다. 더 강력한 의미와 실체를 낳는 거랍니다. 말은 아끼고 아낀 상태에서 그 말은 해야 하기 때문이죠. 오늘 편지는 진즉 이런 편지를 썼으면 애태우지 않았을걸…, 입술과 입가가 깨끗할걸…. 지금은 치료되고 말았죠. 2~3일 후면 깨끗해질 거라고, 17일 만나기 위해서도. 여자 입술에 뭐가 나면 안 되니까. 어제는 온통 얼음판이라서 엉덩방아를 찧어 왼쪽 다리가 맥이 없어졌어요. 머리를 감기 위한 수다 때문에, 이틀만 되면 못 참아요. 머리 감는 습관은 추우나 더우나 늘 깨끗이 하고 싶어서.
여고 시절엔 1주에 1번씩 세탁하지 않는 일체 옷은 입지 않았으며, 교복 역시 매일 세탁해서 다렸으니까. 엄마가 도와주시죠.
이번 편지 답장은 받은 즉시 하세요. 만나면 그때 또 새로운 화제가 있을 테니까. 지금은 지금 해야 할 얘기를 쓰면 돼요. 그래야 받아보고. 아니 2주일이 남았네. 난 11일로 착각했네. 느긋하게 써도 되겠네요. 하지만 난 성격이 편지 기다리는 데는 여간 O형이 돼버린다니까.
다음에 또 하기 위해 오늘은 이만.
1979.02.03. 오후 2:25 사무실에서 承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