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들 Dec 27. 2023

당신에게만큼은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2)

나의 사랑하는 병아리

당신에게만큼은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2)




편지지를 아끼고 싶어 하는 진실한 마음도 는 이해합니다. 承弟는 서울에 와서 살 때 그 많은 친구에게 일일이 편지해주지 못할 땐 무지개 일동(7) 이란 타이틀로 썼어요. 지금은 개개인에게도 얼마든지 쓰고 있어요.

     

주님을 알게 하는 우리의 할 일이 없다면, 정말 이런 가난보다는 빨리 주께 가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했어요. 힘과 용기의 하나님, 분노하면서 사랑하시는 하나님! 구원의 확신을 믿는다면, 죽을 때까지 하나님 알기 위해 몸 바친 어느 인간이 있다 해도 후회하지 못할 겁니다.   

   

어제는 어떤 불구자, 한 사람을 잠시 만났어요. 출소한 총각이었어요. 많은 얘기를 못 하고 시간 관계상 집에 와 버렸어요. 6시 귀가 시간에서 조금도 벗어나고 싶지 않은 것이 나의 생활 일부이고, 그러고 싶은 것이니까.      


쓸쓸함과 외로움. 그것은 그 누구의 말로도 묘사할 수 없어요. 이런 모든 것을 해소하려고 당신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에요. 이런 모든 해소는 시끌시끌한 팝송 한 곡으로도 넘어지고 마는 너무도 하잘것없는 것입니다. 음악, 영화, 책 읽는 것. 이 이상의 사람을 나는 사랑합니다.      


이제부터는 많은 책을 읽을 생각입니다. 기회가 오고 환경이 허락된 지금, 무엇 하나 남김없이 다 알고 싶은 겁니다. 우선 헷세와 친하고, 릴케니체를 알고 싶어요. 浩兄 씨가 소개해준 책 두 권을 요즘 읽고 그렇게 나를 잘 몰라서 묘사했던 것에 미소를 띠었어요. 그리고 영화도 보고 싶어요. 한 달에 한 번 밖에는 기회가 없었던 78년보다 좋은 게 들어오면 보고 싶어요. 음악, 이것도 역시 팝송이나 모든 것을 저는 알고 있어요. 불지는 못해도 다 알아요. 어느 다방의 최신식 디스크 음악까지도. 그것들을 듣기 위해 다방을 갈 필요는 없이. 음악도 소질이 있는 편이에요. 동생 기술 배운다고 했죠. 여기에 관련된 얘기를 만나서 해드리죠. 그리고 신사복이 입고 나를 만나서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만을 꾸미기로 해요. 편지로는 모든 얘기를 하고, 만나서는 웃고 그리고 사랑하는데.           



나의 사랑하는 병아리야!

(도스토예프스키‘가난한 애인들’에서 이것은 내가 병아리 회사니까. 꼭 어울린다고)

우리의 모든 것에 주님이 함께하시길 항상 쉬지 말고 기도합시다. 주먹을 꼭 쥐고 한 손은 주님, 한 손은 생업. 오직 헛됨이 없는 생을 뜨겁게 살면서 (끝.)


       

1979년 2월 8일 承弟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