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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Jun 03. 2024

무조건 사랑하는 거야. 죽는 날까지

어찌나 네가 보고 싶은지

새벽 12:30인데, 글을 쓰고 있구나.     

편지 잘 봤어.


어제는 무등극장에서 '닥터 지바고'를 감상했어. 4년 만에 귀국한 사촌 오빠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조조 프로를 봤다. 오빠는 부산으로 떠나고, 나는 다시 봤지. 일도 없고 영화가 어찌 좋던지 반해서 앉아 있었어.


오후 4:30 지나니, 끝나더군. 배가 고파서 정신을 잃을뻔했다. 10시경에 밥 한 그릇 먹고 왔는데도 말이야. 배를 움켜쥐고 집에 와서 또 먹고 나니, 살 것 같더라.


영화 보는 중에 어찌나 네가 보고 싶은지 혼났어. 장흥에 찾아가고 싶었단다.


     

CCC 회관 갔다 와서 저녁에 아빠에게 차비 3,000원 달랬더니, 안 주어서 포기했단다. 근데 둘째 오빠가 밥 먹으러 왔을 때, 말투가 좋지 않아서 눈물이 핑 돌더라. 그리고 아침에는 동생 수련이가 슬프게 만들어서 미웠는데, 사랑으로 채워주시라고 기도했어. 자꾸 집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싶지만, 아무 힘도 없으니 살수 밖에. 지금은 부엌에서 치우고 솥 3개를 윤나게 닦느라고 온몸이 녹초가 될 지경이야. 하지만 즐겁게 일했어.

         

'그리스도인의 생활이 기도'라고 누구한테 들었지만, 나의 생활과 사생활은 주위 사람들에게 덕을 끼치지 못할까? 겸손한 마음으로 지내고 싶지, 별 마음은 없어. ‘국제대학수련회’가 8월 11일부터 16일까지인데, 숙박비 8,000원 지불하고 대학생은 가게 돼 있는데, 못 갈 것 같아서 안 간다고 했어. 방학 때, 너와 같이 지내고 싶어. 그리고 돈도 지금은 쓰면 안 되고 말이야. 섭섭한 생각은 안 해야겠지. 모르는 체 눈감고 지나쳐 보자. 어찌 됐던 나는 평화롭단다. 너를 잠시라도 멀리할 수 없어서….

    

무조건 사랑하는 거야. 죽는 날까지.

     

        

浩兄아!     


가난은 무섭다. 그리고 사람들의 강퍅함이 더 두렵다. 난 돈이 없어도 살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상하다. 사랑만 있다면 모든 게 가능하다고 확신해 버린다. 주님 안에서 난 부자이든, 가난이든 두려움 없이 살겠어. 생명이 있는 한 사랑을 잃지 않고 아름답게 살고 싶어.

     

         

浩兄아!

    

너는 날 사랑하고 있구나, 나만큼이나. 아니지, 더 끔찍이 사랑할 거야. 그렇지? 내가 죽어 버리고 너에게 들어가고 싶다. 내 몸이 거추장스러워서.

       

열심히 살자. 우리 미래를 위해서 더욱 열심히 살고 신앙생활을 굳게 하자.  


         

浩兄아!   

   

빨리 와라. 보고 싶다. 늦게 오면 말 안 해줄 거야. 토라질 거야. 응.

잘 자라 내 애인아! 웃지 마. 죽어.

웃어라, 실컷!


          

1980.06.26.(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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