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 수 없이 피어오르는 연모의 정으로
감미로운 이성(異性)의 감정
걷잡을 수 없이 피어오르는 연모의 정으로
서둘러 교문을 나와 J 씨 글을 대했던 시간이 3:00경, 현재 시각이 6:30분이니 벌써 3시 30분이나 지난 셈이군요. J 씨의 긴 글이 아담한 뜰이군요. 굉장한 도시음(都市音)이 잔잔히 들려오고 살며시 스며드는 어둠이 차츰차츰 고즈넉한 밤의 시간을 불러오는 시간입니다.
‘여자의 성’(안호문 저)이란 책을 읽고 나서 다시금 J 씨 글을 읽고, 숨은 이야기를 하나하나 읊조리려 합니다. 진실(眞實), 나는 이 진실을 읽고 있습니다. 티 없는 J 씨 마음이 알알이 아로새겨져 있는 8장의 긴 글을, 흐뭇한 웃음을 함지박처럼 간직하고서 이 글을 쓰고 있답니다. 소리 없는 진실, 가식과 허울이 조금도 게재되지 않는 순수한 진실은 현재의 나에게는 아름다운 꿈을, 소망을 가져다주고 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미묘한 감정에의 풍요로움을 잔뜩 가져본답니다. 흐뭇한 착상, 이건 그렇게 먼 상(像)이 아니어요. 내가 J 씨에게 100의 1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무척 많이 J 씨를 이해하고 도와주고 싶을 따름이어요. 흐뭇한 착상은 한 영혼을 깊이 사랑하게 될 때, 그 영혼이 나를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풍요로운 그리스도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다는 거예요. 실망하셨어요?
그러나 J 씨!
요즈음 나는 J 씨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배워가고 있어요. 감미로운 이성(異性)의 감정, 이 미묘한 감정은 무척 나를 들뜨게 만든답니다. 매사에 열심히 임하려고 하는 게 나의 평소 생활관인데, 이 관(觀) 속에서 이성의 감정을 갖게 되자 나는 걷잡을 수 없이 피어오르는 연모의 정으로 J 씨에게 집착해 가고 있답니다.
엊그제 나는 하나님께 용서를 빌었던 게 ‘입술로 다하는 믿음보다 실제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믿음을 주시옵소서’라는 것이었어요. 믿는다는 것은 이토록 즐겁고 놀라운 일이라는 걸 깨달아요. 온통 믿음 속에서의 생활은 너무너무 고마움뿐이랍니다. 사도바울처럼 미칠 바에야 주 예수로 미쳐버릴 때, 생에 놀라운 축복과 구원을 받을 거예요. 빌립보서를 통해 사도바울의 믿음의 세계를 참되게 배워가고 있답니다. 고린도전서를 통해서는 그리스도와 인간의 사랑, 남녀의 사랑 등을 배우면서 저는 위로는 그리스도를, 아래로는 J 씨와 사람들을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한편, 조바심도 조심스럽게 갖는답니다. 왜냐고요. 너무 갑작스럽게 피어오르는 사랑은 쉬 깨질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적어도 사랑이란 한 인간 대 인간의 모든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막 위에다가 모래성을 쌓는 건 너무 무모한 처사가 되지 않겠어요. 최소한 사랑의 성(城)이 되려면 참다운 믿음 속에 만남이 어우러져야 할 거예요.
5일 후 나는 ‘소돔과 고모라’라는 영화를 세 번째로 보려고 해요. 영상을 통해 받는 감동은 훨씬 더 생동미(生動美)를 가져다주거든요. J 씨! 진실로 내가 J 씨를 사랑하게 될 때까지 J 씨도 저를 많이 알게 되면 우리는 깡그리 주님의 넓고 크신 세계 속에서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진정으로 J 씨를 대할 수 있게 J 씨는 나를 알려고 애써야 할 거예요. 현재의 나는 훗날 깊이 정든 J 씨가 제 곁을 소리 없이 떠난다고 할지라도 J 씨를 미워하지 않을 겁니다.(망상, 妄想) 이는 J 씨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나는 내가 자유스러워하고 싶어 하듯이 J 씨도 마찬가지이고, 위로와 고통을 함께 나누는 주님의 길이 곧바로 나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에요.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귀한 것이 예수님이요, J 씨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두 손 모아 기도드리고 싶어요.
12월 4일 무오년이 저물어가고 있어요. 어때요? J 씨의 금년 한 해는 후회 없는 알찬 해였나요? 아니면 아픔의 해였나요? 제 경우 바쁘면서 그런대로 윤택한 한 해가 된 셈이랍니다. 더군다나 세모를 맞이하면서 J 씨를 만났다는 게 무척 의미 있는 일이랍니다.
J 씨 글월 중에서 진실을 위해 초라하게 될지도 모를 나에게 풍요로움을 갖도록 배려해 주시겠다는 말씀은 너무나도 고마워요. 저를 위해서나 J 씨를 위해서 더욱더 열심히 예수님을 믿고 살아가고 싶군요.
12월 16일부터 방학이 시작됩니다. 저는 12월 25일 저녁에 주일 학생들과 성탄절 축하 예배를 드려야 하기에 무척 바쁘게 됩니다. 광주에 오시면 연락하시고 편지로 미리 알려주세요. 언제라도 J 씨를 사랑스럽게 맞이할 테니까요. 참, 25일 저녁 시간에는 철야(徹夜)합니다. J 씨와 함께하면 더욱 의미 있는 철야가 되겠어요. 졸업식은 내년 2월 16일경에 한답니다. 졸업 후, J 씨를 위해서 광주에 있도록 노력할게요.
오늘은 좀 서둘러 글을 쓰느라 글씨며 내용이 정성스럽지 못합니다. 죄송해요. 두서없는 글 이만 그치겠어요.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주님께 기도드리면서
1978년 12월 4일 밤 8:25 浩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