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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Jun 09. 2023

급식 모니터링 참관

아들은 아빠가 왜 학교에 왔는지, 알까?


제일 궁금했던 급식시간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 중 제일 궁금했던 것이 바로 급식이었다.

좀 별난 부모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들의 배식은 어떻게 하고, 밥은 어떻게, 얼마나 먹는지? 밥 먹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맘대로 먹을 수 있는지? 모든 것이 다 궁금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이기도 하지만, 심한 식품 알레르기 아들을 둔 부모라면 그래서 아들이 먹을 수 있는 국이 없어서 밥 먹다 목이 말라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먹을게 별로 없어서 도시락을 싸는 날도 있다면 나를 좀 더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학교 급식소위원회와 급식 학부모 모니터링을 신청했다.

입학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급식소위원회는 아직 연락이 없고, 급식 모니터링 신청접수를 받길래 얼른 신청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학부모부터 배정되어서 빨라야 11월에 급식 참관이 가능했다.


급식 모니터링 참관


교체를 원할 경우 급식실로 문의해 달라는 안내문을 보고 제일 첫 번째로 참관날을 바꾸었다.

드디어 오늘이 참관하는 날이다. 아들의 학교는 과밀학교라 돌봄 교실도 1학년 4개 반을 함께 사용해서 공식적으로 아들 교실도 방문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을 기다렸다. 공식적인 학교 방문을 통해 아들의 급식상황뿐 아니라 학교생활도 살짝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들의 교실은 방과 후에는 돌봄 교실로 겸해서 운영되기도 하지만, 바로 앞이 급식실 그 옆에 도서관이라 위치가 정말 좋았다.


그래서 중간중간 짬을 내서 아들의 교실도 엿보고,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는 아들이 뭐 하고 노는지도 훔쳐봤다.   


오전 10:30분 시간 맞춰 학교 급식실에 도착하니 학부모로 보이는 몇 분이 먼저 와서 밥을 먹고 있었다

우선 급식의 맛을 평가해서 평가서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오전 10시 30에 점심으로 급식을 먹었다.


급실식은 울산에서 탑 3에 들 정도로 대규모 학교다 보니 모두 3타임으로 나누어 급식을 운영했다.

11:20분부터 13시 40분까지 급식이 이루어진다. 아이들이 오기 전 위생복을 입고 각자 원하는 자리에서 참관했다. 급식 모니터링 첫날이기도 했지만, 유일한 아빠 참관자였던 나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집중되는 관심이 부담되기도 했다. 그래서 서서 가만히 참관만 하기보단 유치부나 저학년들에게 수저도 나눠주고, 퇴식구에서 아이들 퇴식을 도왔다.

그러다 그만 아들의 배식을 놓치고 말았다. 이미 배식을 받아 자리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아들을 직접 찾아가 아는 척을 했더니 표정이 어둡다. 왜 그랬을까? 잠시 후 퇴식 구로 온 아들은 아빠를 의식해서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식판을 깔끔하게 비웠다.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된 것이지만 가리지 않고 음식을 다 먹을 수 있는 아이들도 제대로 먹지 않고 버리는 아이들이 참 많았다.


아들은 아빠가 왜 학교에 왔는지 알까?


아들은 아빠가 왜 학교에 왔는지? 왜 자주 학교에 나타나는지 알고 있을까?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3시간 가까이 급식실에 서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을 알까?


첫 번째 급식타임이 끝나고, 두 번째 타임까지 비는 시간을 이용해 아들을 찾았다. 점심시간에 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아침에 깜빡하고 먹지 않은 감기약을 챙겨 먹이기 위해서였다

대부분 아이들은 교실과 복도에서 뛰어놀고 있었지만 아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급식실 옆 도서관으로 가보니, 그곳에서 혼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너무 대견하고 이뻤다. 그리곤 읽던 책을 읽은 후에야 교실로 돌아갔다.


아들이 집에 돌아온 후 적당한 타이밍을 이용해서 아들에게 물었다.


나 : "아들, 아빠가 학교 오는 거 싫어?"

아들 :  "아니"

나 : 그런데 왜 표정이 안 좋았어?

아들 : 머리가 조금 아팠어

나 : 아빠 앞으로 학교 가지 말까?

아들: 아니, 와도 돼


낮에 학교에서 아들의 알 수 없는 표정이 계속 신경 쓰여 묻긴 했지만 여전히 그 속을 다 알 순 없었다

말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아들은 속으로 무척 뿌듯하고, 좋아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지금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커서 아빠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리고 오늘의 노력이 아들이 잘 자라는데 큰 밑거름이 되리라고 기대해본다


아무튼 이번 참관을 통해서 학교 급식실에는 영양교사를 비롯해서 조리사 선생님, 시니어 도우미, 배식 담당 등등 많은 분들이 너무너무 고생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안전한 점심 한 끼를 해결하고 있구나라는 믿음과 고마움을 갖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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