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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Dec 06. 2022

돌잔치를 청산합시다

나는 좋은 아빠가 되기위해, 편견을 버렸다

나는 실용주의자이자 앞서가는 현대인이다. 

나는 실속을 따지는 서양문화와 다르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너무 형식에만 의존하는 우리나라 유교문화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특히 돌잔치가 그렇다.


돌잔치란 아이가 태어난 지 1년이 지났을 때 하는 잔치를 말한다. 1이란 숫자의 상징성도 있지만 예전엔 영아 사망률이 높았던 탓에 출생신고도 늦추는 일이 많았고, 1년을 살아남았으면 앞으로도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 잔치를 벌인 것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그 의미를 알고 참석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금처럼 이벤트식으로 진행되는 돌잔치는 엄마, 아빠가 그동안 고생해서 다니면서 뿌린 부주 돈을 거두는 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일찍 직장생활을 해서 그런지 정말 많은 돌잔치에 초대되어 다녔다. 그런데 대부분 진심으로 축하해서 참석한 적이 없었다. 그냥 같이 근무하는 직장동료와 불편한 관계가 싫어 참석했다. 바쁘게 사느라 정작 내 생일이나 부모님 생일을 꼬박꼬박 챙겨본 적이 있던가? 왜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직장 동료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 생일을 축하해주러 다녀야 하는가?


돌잔치를 청산합시다

결혼한 후, 나에게도 정말 귀한 둘도 없는 아들의 첫 번째 생일이 찾아왔다.

"돌잔치를 청산합시다" 나는 과감하게 돌잔치를 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아내도 나와 생각이 같았다. 내가 다시 돌잔치를 하게 된다면 하객으로 오신 분들의 돌잔치를 답례식으로 가야 하니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렇게 진심으로 축하해줄 직계가족 몇 분만 모시고 행사처럼 진행되는 돌잔치 대신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여유롭고 즐거운 아들 생일파티를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돌잔치를 한순간에 끊어 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우선 내가 뿌린 돌잔치 부주만큼의 본전이 생각나 아쉽기도 했지만, 지금까지의 관행은 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있을 돌잔치를 가지 않는 것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돌잔치로 인한 장소 선정, 답례품, 메이크업, 드레스 렌털, 사진 촬영 등으로 고민했을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견딜만했다. 우리나라는 인맥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며 살아간다.  


좋은 아빠가 되는 길

"절대로 인맥 쌓으려 아등바등 살지 마라" 가수 박진영이 한 말이다.

그가 성공한 요인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쓸데없는 인맥에 연연하지 않고,

실력을 키우고 몸을 관리했던 게 가장 컸다고 말한다.

인맥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간과 돈을 아끼며 성실하게 자신의 실력을 쌓아온 실용주의적 신념 덕분이었다.


우리는 맹목적으로 따라온 관행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기도 한다.

"남자는 울면 안돼, 남자가 왠 육아야,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진다"는 옛말들

편견을 버리고, 아니다 싶은 것을 과감하게 청산하는 실용주의적 태도가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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