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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Mar 02. 2023

드디어! 입학식날

감격스러운 초등학교 입학식

드디어 초등학교 입학식

평생 집에서 엄마가 해준 음식 이외에는 못 먹을 줄 알았던 아들이 오늘 드디어

초등학교 입학식을 한다.


어젯밤, 잠자리에 누우면서부터 설렘반 걱정반으로 밤잠을 설쳤다.

아이가 다닐 학교는 전교생이 1700이 넘는 울산에서 3번째로 큰 규모의 초대형 학교다

입학식을 하는 신입생만 15개 반이나 된다.


누구 하나 자기 자식 귀하지 않은 부모가 있겠는가?

하지만 울아들은 누군가 도움 없이는 급식을 먹을 수도 자칫 잘못해서 알레르기가 심한 음식을 먹게 되면 아낙필라시스 쇼크로 죽을 수도 있는 아이다.


도움받고 배려받아야 하는 아이라 더욱 신경이 쓰인다.

지금까지 자라면서 크게 사회에서 배려나 도움을 받아 본 적이 없어 더욱 그랬다

모든 것을 부모가 알아서 챙기고 신경 써야 했다


입학식 당일날 우리 부부는 할 일이 많았다



그래서 입학식이 다가오자 우리 부부는 점점 말수가 줄고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입학식 당일날 우리 부부는 할 일이 많았다. 우선 식단에 들어가는 음식의 성분을 꼼꼼하게 챙기기 위해 급식실에 가서 영양 교사를 만나야 했고, 갑자기 쇼크나 아악필라시스, 호흡곤란, 심한 두드러기나 발진 등이 올라오면 학교 내 미리 젝스트 주사 같은 응급 주사를 비치해서 처방하거나, 지체 없이 응급실로 후송하고 부모에게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기 위해 보건교사를 찾았다.

아이가 혹시나 같은 반에서 놀림을 당하거나 상처를 받을까 싶어서 담임교사도 따로 만나야 했고, 방과 후 돌봄 교실에서 나오는 간식도 꼼꼼히 체크해야 해서 돌봄 교사도 만나야 했다.


부모의 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학교 내 교실이나 화살질 위치를 미리 다 파악하고 천진난만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들을 보니 흐뭇하기도 하다  


언제 이렇게 많이 컸나 싶은 기특한 생각이 들면서도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계속 교차한다.


내가 아들과 학교 구석구석 위치를 확인하러 다니는 사이 학교에서 영양교사와 보건교사를 만나고 나오는 아내는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너무 좋아서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기분 좋아한다.

 아내와 함께 돌봄 교실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나는 돌봄 교사의 "아이 초등학교 처음 입학해서 걱정이 많이 되시죠, 부모님들 아이가 학교에 있는 동안 직장생활 맘 편하게 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처럼 잘 돌보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너무 따듯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제 마지막 남은 담임교사와의 면담


가장 중요한 담임교사와의 면담이 남았다. 아이문제로 부탁할게 많아서 따로 면담을 신청하려고 전화도 했고, 입학식 참석 하면서 아침에 잠깐 따로 상담을 하고 싶다고 인사도 했다.

첫인상은 15개 반 담임선생님 중 제일 연세가 많아 보였다, 우리는 경력도 있고, 연륜도 있고, 따뜻하시겠지?

어차피 추첨으로 담임교사가 정해지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아내가 면담을 할 수 있도록 아들과 또 운동장에서 사진도 찍고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잠시 후 생각보다 일찍 면담을 끝내고 나오는 아내가 표정이 좋지 않다.

아들이 있어서 구체적인 이야기는 안 하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나중에 담임과 대화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담임 :전화로도 이야기하고, 알림장도 보냈는데 더 할 이야기가 있나요?

아내: 내 식단표를 보고 미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목걸이에 써서 영양선생님 통해서 급식을 받고, 먹을 수 없는 음식은 도시락을 싸서 보낼 테니 당분간 적응이 될 때까지 도시락 뚜껑이라도 좀 열어주세요

담임: 힘든 아이네요

아내: 아이가 혹시나 알레르기 때문에 놀림이나 상처받지 않도록 잘 살펴봐 주세요

담임: 네 잘 챙겨볼게요

 

대화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담임은 의욕도 없고, 말을 많이 섞기도 싫어하는 표정과 말투였다고 한다.

아내 이야기를 들으니 더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난다


하지만 우리 부부 이제 시작이니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 서로룰 애써 위로한다

생각건대 처음이라 말만 그렇게 퉁명스럽게 할 뿐이지 따듯하고 포근한 사람이기를, 울 부부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맘 편히 직장생활을 할 수 있기를, 아들이 상처받지 않고 밝게 학교생활하기를

  

부모입장에서 간절히 또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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