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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Nov 24. 2022

아버지 만나러 가는날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가 꿈입니다


명절을 앞두고 아버지를 찾았습니다.

코로나로 몇년째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랫만에 찾았습니다

아버지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일찍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경주의 한 절에 모셨습니다.

아버지기 돌아가신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사실 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아버지는 늘 바쁘셨습니다. 가난한 집에 4형제 중 셋째로 태어나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집안 살림을 담당했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일찍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먹을 거 안 먹고, 입을 거 안 입고, 

아끼고 아껴서  자기 집 한 채 장만하는 것이 인생 최대 목표였던 시절

아버지는 그 시절을 사셨습니다.


별 보고 출근해서 별 보고 퇴근하셨고,

휴일도 특근에 야근이면 따다 불로 돈을 준다고 늘 출근을 하셨습니다

그 시절 다 그랬겠지만, 가족끼리 여행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고,

외식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었죠~

아니 아버지 얼굴도 제대로 못 봤습니다.


아버지와 목욕탕에 함께 가서 서로 등도 밀어주고,

평상에 앉아 TV 보면서 함께 달걀도 까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늘 바쁜 관계로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엄마와 누나를 따라 여탕에 가야 했지요


아버지랑 진지한 대화도 하고 싶었지만

술 드시면 주정처럼 한마디 하시는 게 전부였습니다

돈 벌어서 입에 풀칠하고, 자식들 공부시켜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는 것이 아버지의 역할이라 생각하신 분입니다

그런 아버지의 빈자리가 명절 때가 되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슬픈 건 아버지와의 추억이 없다는 것이지요

사실 생각하고 떠올릴 것도 딱히 없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20년이 다되어가네요


아버지 계신 곳에 아들과 함께 찾았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것이 좋은 아버지인 줄 잘 모르겠습니다


무조건 잘해주기만 하면 아이는 아빠를 호구로 아는 것 같고,

너무 나무라기만 하면 아빠를 어려워할 것 같고,


하지만 아들과 이것만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

따뜻하게 서로 얼굴 보며 대화하기,  

돈보다 추억 많이 만들기, 함께 시간 많이 보내기


때로는 친구 같은 편안한 아버지

때로는 산처럼 든든하게 기댈 수 있는 아버지


오늘따라 돌아가신 아버지가

많이 보고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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