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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Dec 16. 2022

한국에선 신분과도 같은 영어

한국에선 신분과도 같은 영어

대전으로 급하게 출장을 갔다.

출장 가는 열차 안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달리는 창밖으로 풀 멍도 때리고,

함께 동행한 후배 동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모처럼 여유를 즐겼다.


동수는 40살이 훌쩍 넘은 나이에 두 딸아이의 아빠이자 가장으로 경찰관이 되었다.

경찰 들어오기 전에는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서울의 OO물산이라는 대기업에서

기획업무라는 중책을 담당했었다고 한다.


나는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겨 이것저것 물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왜 그만두었어? 

동수는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입사한 후에도 해외 전략이나 기획부서 등  주요 보직에서 일했다고 했다.

그런 그가 5년 만에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대기업에 취직만 하면 부와 행복이 따라올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해외 전략부서는 해외 출장이 잦았고, 주로 공사현장이 있는 오지를 다니다 보니 가족을 두고 혼자서 다녀야 했고, 일이 많아  매일 아침 별 보고 출근해서 별 보고 퇴근하는 저녁 없는 삶은 가족에게 소홀하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자리를 옮긴 기회 부서는 수백억이 넘게 들어가는 중요 프로젝트에 통역이나 기획업무를 맡아 실수라도 할까 봐 매일 가슴 조리며 근무했다고 했다


그런 긴장의 연속에 저녁 없는 삶이 싫어 퇴사를 했고, 자기 사업을 하고 싶어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후 얼마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개업을 했지만 코로나와 물가상승, 정부 규제 등 악제가 겹쳐 얼어붙은 탓에 문을 닫으면서 또다시 백수가 되었다고 했다

자영업처럼 자유롭진 않지만 두 딸의 가장으로서 좀 더 안정된 삶을 살고 싶어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그렇게 지금의 경찰관이 되었다고 했다.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이 있냐?  

둘째 딸아이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1년간 육아휴직을 통해 딸아이도 돌보면서 법무사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사냐?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라며 자신을 '흙수저'라 표현한 후배는

공부밖에 답이 없었다고 했다.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후배는 시험에 매번 도전하며

어렵진 않았나? 고 물으니,  자신이 시험에  여러 번 도전할 수 있고, 또 쉽게 합격한 이유는

바로 "영어"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다른 이유가 있나?

시골에서 태어나 적당히 공부하며 지방의 한 대학을 다니던 중, 3학년 때 의무경찰로 군생활을 하게 되었고, 군대에서 자기보다 훨씬 좋은 학벌에 좋은 스펙과 영어실력을 갖춘 후배들을 보면서 후배들을 보면서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고 한다.

 

제대 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한 후,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친형과 함께 시골에 내려가 독하게 영어공부를 시작했고, 약 2년간의 노력은 토익점수 900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보상되었다고 했다.


'영어'는 '신분'과도 같았다

영어성적이 올라가자 대한민국에 원하는 대학을 골라서 편입할 수 있게 되었고,

그 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 졸업생뿐인 대기업에 당당히 입사했다.

뿐만 아니라 회사 안에서도 해외영업, 기획, 전략 등 중요 보직을 꽤 찰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각종 국가시험에도 자신감이 생겼단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단기간 합격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영어' 때문이라고 했다.


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망치로 강하게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영어'

대한민국에서 하나의 신분과도 같은 '영어'

우리 아이 영어교육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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