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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고딕 Oct 21. 2023

오직 한 관객을 위한 작품

캄피돌리오에 새긴 미켈란젤로의 비밀

캄피돌리오 언덕의 광장과 궁전들을 설계한 사람이 바로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였음을 아는 사람들은 이곳에 오르기 전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상당했을 것이다. 거장의 이름에 걸맞게 보는 순간 와하는 탄성이 눈에 보이는 곳에서 나올만한 곳이고 그래서 이곳은 16세기 미켈란젤로의 건축물 중 가장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눈에 뜨이는 캄피돌리오 계단은  자세히 뜯어보면 계단제작 시에 원근법을 적용하여 보기에도 수학적인 미학이 적용되어 있어 은근히 눈에 띄지 않지만 남다름을 뽐낸 미켈란젤로의 자존심이 느껴진다. 계단은 경사도 완만하여 왕궁이 있어 최고 중심지였던 이곳으로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게 말을 타고 드나들기 좋게 이용성을 감안하게 제작되었다. 


이곳은 앞에서 다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황제의 청동 기마상이 광장을 기세등등하게 누비고 있는 모습이다. 이 기마상의 원본은 AD 2세기에 만들어져 카피톨리니 박물관에 보관 중이고 미켈란젤로가 이곳을 건축하며 다른 곳에 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기마상을 이곳으로 옮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캄피돌리오 광장은 광장을 중심으로 세 개의 건물이 감싸고 있는 데  광장을 바라보고 정면에 있는 건물은 현재 시청사인 세나토리오 궁전이고  콘세르바토리 궁전과 누오보 궁전이 광장을 사이좋게 감싸고 있다. 

2023년 6월 모습 

눈에 띄는 건축물과 기마상과 기념동상은 그 형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지만 광장 바닥의 무늬는 현대적이면서 미켈란젤로 시대 제작된 것인지 보수공사 후 무늬가 새겨진 건지 형체를 지상에서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무늬가 있었다. 


미켈란젤로시절 비행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항공사진이 있었던 것도 아날텐데 저 모양은 당시 사람들은 정확하게 파악이 어려웠을 것 같아 현대에 보수공사하면서 바닥을 깐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비 오는 날에 방문해서 물기가 축축해 날 좋은 날보다 바닥의 제작연도가 파악하기 더 힘들어 의문만 가지고 자료를 찾아보았다.  


캄피돌리오 광장 바닥의 무늬는 꽤 커서 전체적인 모양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힘들고 각도를 다르게 보거나 위치를 다르게 보거나 해도 정확한 모양이 한눈에 들어오진 않기 때문에 방문자가 뭔지 몰라서 흘려 넘기기 쉽다.  


출처 :구글map

날씨가 좋은 날의 낮과 밤의 사진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봐도 뭔지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지도의 항공사진을 보니 감이 딱 왔다. 

당시 사람들은 자신들의 위치에서는 이 기하학적인 완전체를 평생 직접 보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이곳을 설계한 미켈란젤로 자신조차도. 바로 저 높은 하늘에서만 완전체를 볼 수 있도로 제작된 작품. 

하나의 선으로 딱딱한 직선으로만 그어졌지만 완전체에서는 부드러운 봉우리를 품은 피어오르는 꽃무늬 같은 것을 만들어내며 하나의 선이 완전체를 이루어내며 수학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어졌지만 당시 사람들의 높이에서는 완전체를 보지 못하도록 오직 높은 하늘에서 인간 세계를 넘어서 있는 절대주권자만 볼 수 있도록 자신의 지식을 동원하여 아름답게 피어나게 구성한 이 작품을 오로지 그 특별한 관객만이 하늘에서 이 완전체를 볼 수 있도록 그 한 분을 위해서 무늬가 정성껏 제작되었다.


미켈란젤로가 왜 캄피돌리오 언덕을 둘러싼 다른 건축물과 예술작품들은 사람들이 다 보게 제작하면서도 이 기하학적인 완전체는 사람들의 어렴풋이 걸어 다니면서만 혹은 비스듬하게만 볼 수 있도록 그 크기와 위치를 잡았는지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지만 당시 살아있는 사람들이 눈으로 보고 감탄하는 칭송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가 저 하늘에 있다고 믿는 절대 주권자로부터의 칭찬이 더 듣고 싶었던 것일까?


캄피돌리오언덕에서 비 오는 날 정신없이 밟고 다닌 알 수 없는 기하학적인 무늬의 정체가 미켈란젤로의 섬세한 설계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이게 무슨 무늬야 하는 아리송한 의문은 풀렸다.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그래서 그냥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곳에까지 완벽을 기했던 거장의 치밀함에 오싹함을 느끼게 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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