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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고딕 Oct 12. 2022

제네바 축제 이야기,제네바올드타운

중세시대 풍습과 중세 기사를 만날 수 있는 에스깔라드(Escalade)

이제부터 소개하고 싶은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제네바에서 가장 큰 축제로 구도심에서 중세시대의 복장과 풍습 중세 기사를 만날 수 있는 에스깔 라드(Escalade) 행사이다. 브라질의 삼바축제 같은 대형 축제는 아니지만 이곳 사람들은 매년 에스깔라드에 맞춰 달리기 행사와 다양한 형태의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제네바의 오래된 축제이다. 처음에는 이름도 낯설었는 데 알고 보면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럽인들의 자부심도 이해할 수 있고 또 나름 내용을 알고 보면 재미도 있어서 도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도 될 수 있고 해서 소개하려 한다. 


이 실제 일어났던 이야기는 1602년 12월 추운 겨울에 사보이 군사들이 제네바를 침략하며 시작한다.   

에스깔라드 행사 장면으로 당시의 중세시대의 복장으로 재연하며 행사를 진행한다.

프랑스 남동부를 지배하고 있던 사보이가에서는 유럽 중북부와 프러시아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제네바 일대가 중요한 지역이었고 호시탐탐 제네바를 침략하기 위해 노리고 있었다. 그래서 12월 11일 1602년 한 밤중, 도시 제네바(Geneva)는 사보이의 군사들에 의해 침략당하게 된다.  당시 제네바의 담벼락과 성곽을 기어오르는 사보이 군사들을 시민들이 용감하게 지켜낸 일화를 바탕으로 오늘날 제네바에서 당시를 재연하고 여러 행사를 진행되며 1602년 12월을 기념하고 있다. 


처음 제네바에서 생활하던 해의 겨울에 이 행사를 저녁때 우연히 보게 되었는 데 나는 행사에 참가한 사람인 줄도 모르고 특이한 복장의 사람들이 구시가지를 뛰어다니길래 위험하게 시위하는 사람들인 줄 알고 마주치면 큰일이겠다 싶어 얼른 그 자리에서 도망갔던 기억이 난다.


에스깔라드의 일화 중 특히 성벽을 기어오르는 사보이 군사들에게 여성 시민과 관련된 특이한 일화가 있는 데 바로 메레 르와욤 (Mère Royaume)에 대한 일화이다. 성벽을 오르는 사보이 군사를 성벽 근처의 자신의 집 창문에서 발견하고는 집에서 끓이던 뜨거운 수프와 냄비를 사보이 군사에게 냄비와 함께 통째로 부어 버린 것이다.


정찰병이었던 사보이 군사가 뜨거운 냄비와 그 안에서 나오는 뜨거운 수프까지 다 뒤집어쓰고 성벽에서 나가떨어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 협조로 사보이 군사들을 물리치고 그 이후 제네바 시민들은 그들의 승리를 기념하고 위해 매년 12월이 되면 그 당시 복장을 갖추어 입은 횃불을 든 사람들의 거대한 행렬이 구시가지 거리를 통과하고 축제를 진행한다. 시청 근처의 옛날 무기고에서는 수프를 뜨겁게 끓여서 수프를 나눠먹고 몇몇 지점에서는 행렬을 멈추고 승리 선언문을 낭독한다. 성 피에르 대성당에서는 애국적인 노래들을 시민들의 함께 부른다.  

축제기간에만 특별히 성벽으로 이어지는 대성당의 지하통로 (Monetier) 통로’가 개방된다. 대성당 지하에 있는 옛 요새의 벽으로 이어지는 이 통로를 통과하는 용감한 사람들에게는 추위에 효과를 발휘하는 따뜻한 와인 ‘뱅쇼(Vin Chaud)’가 선사된다. 


이 행사는 에스깔라다 (성벽을 오르다)라는 이름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성벽 근처를 중심으로 이 시기에는 성벽으로 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달리기와 걷기 대회 등 다양한 시민참여행사가 매년 진행된다. 원래 사보이의 침략 당시 계획은 제일 먼저 앞장선 특공대가 성벽을 기어올라가기를 성공한 후 성문을 열어주면 대기하던 사보이 군사들이 성문으로 한꺼번에 들어가는 것으로 작전을 계획하였는 데 먼저 성벽을 기어올라가던 정찰병인 특공대가 뜨거운 수프와 냄비를 뒤집어쓰고 성벽에서 나가떨어졌으니 당시에는 처참한 광경이었겠지만 한편으로 상황이 우습게도 보이기도 한 상황이라. 


이 장면을 기념하기 위해 12월이 제네바의 상점들에서는 로욤 부인의 수프를 끓였던 솥단지를 기념하느라 ‘마찌판(marzipan)’이라 불리는 냄비 모양 초콜릿을 판매하는 데 이 시기에는 제네바 사람들은 아이들과 함께 마찌판 솥단지를 깨서 부스러기를 다 함께 나눠먹는다.


에스깔라드 행사가 아니더라도 제네바의 구시가는 언제라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게 개인적으로 유럽의 도시 중 중세와 근대가 가장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곳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도심 중간중간에는 단차가 있게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데 그래서 구도심을 걸어 다니며 보면 높은 곳과 낮은 곳의 어우러짐이 무척이나 조화롭다. 


대부분의 유럽의 오래된 올드타운들은 근대로 오면서 구도심과 현대가 도로로 구분이 확실히 되며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받는 데 반면에 제네바의 구도심은 17~19세기 집들과 중세의 건축물이 어울리는 게 자연스러워 어떤 것이 중세 건물이고 어떤 것이 이후 르네상스 이후 잘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수백 년 넘은 중세 건물들도 보존상태가 좋고 복원도 잘해놔서 오래된 건물이라는 느낌보다는 백 년 정도밖에 안돼 보인다.


예전에 건축된 중세 건축물들과 근대로 이어지며 부를 축적한 부자 상인들의 집까지 이어지는 고딕과 르네상스 이후의 도시의 흐름이 조화를 잘 이뤄서 마치 하나로 잘 짜 맞춰 움직이는 듯하면서도 고급스럽고 깨끗한 도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건물 밖을 보면 건축연도가 300년 된 건물이 10년도 안돼 보이는 것도 수두룩하다. 깨끗한 모양새를 자랑하는 올드타운의 건축물들은 마치 요즘 젊고 트렌디한 60대가 한참 어리게 40대로 보이는 것 같이 잘 가꿔진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신구세대의 건축물들이 사이좋게 놓여있는 깨끗한 스위스의 올드타운 거리 풍경을 보며 그냥 구 도심을 걸어 다니기만 해도 힐링됨을 느낄 수 있어서 제네바에 와서 제또분수와 레만호 주변의 국제기구만 들렀다 가기에는 이곳의 올드타운 풍경이 나름의 색이 있고 운치가 있어 그냥 이곳을 지나치기에는 아쉬울 것 같다.  

혹시 스위스의 제네바를 올 기회가 있다면 종교개혁 기념비가 있는 바쓰티옹 공원 뒤편으로 가서 종교개혁 지도자들의 걸었던 성벽 주위의 길을 걸어보며 도시의 성벽을 오르내리는 중세시대의 골목길들을 찾아내서 다녀보면 좋을 것 같다. 오래된 골목길은 연도가 작게 적혀있는 데 나는 이 좁은 골목실의 연도들을 확인하는 것을 좋아하는 데 중세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들은 이곳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상상해보면 골목길 걷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종교개혁 지도자였던 칼뱅이 강의한 칼뱅 아카데미에서 제네바의 오래된 거리로 가는 계단을 따라 걸는 것을 추천하는 데 성당 주변의 성벽을 따라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건축된 도시 건축물들을 바라보며 주변 공원에서 당시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는 것도 좋고, 또  성벽 근처 벤치에 앉아 슈퍼에서 산 음료를 마시면서 도시를 느껴기에 좋은 곳들이 많이 있다. 


성 피에르 성당 쪽으로 걸어가면서 보이는 곳은 로마 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했던 곳으로 구시가지의 언덕인데 제네바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제네바의 역사적 중심지인 이 지구는 200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수세기에 걸쳐 호수 끝에서 도시의 경제적, 정치적, 종교적 발전을 잘 보여주고 있다. 

Place du Bourg-de-Four는 구시가지의 모든 곳이 통하는 심장부로 제네바로 이어지는 모든 경로의 진정한 수렴 지점이었던 곳으로 지금 보기에는 광장으로 부르기에는 작고 제네바를 대표한다고 하기에도 규모면에서는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곳은 11세기부터 세계적인 박람회가 열렸던 곳으로 중요한 역사적 장소다. 


세월이 흐르면서 광장을 중심으로 집들의 하나둘씩 들어섰다고 한다. 서서히 지어진 집들은 유럽 전 지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개신교 난민들을 수용하였는 데 이곳의 오래된 거리의 바닥돌에도 이곳을 밟으며 스쳐 지나간 발자국이 천년 넘게 배어있다. 이곳에서 늘어선 테라스 카페에서 마음에 드는 테라스 한 곳을 정해 잠시 구시가지를 걷다가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다.  

성벽 위에는 제네바의 전경이 펼쳐져있는 데 왼쪽으로는 살레브 산을 오른쪽으로는 주라 산을 조망할 수 있다. 전망 좋은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벤치가 평화롭게 놓여있다. 지금은 평화로운 이 벤치 주변이 예전에는 치열하게 적군들이 성벽을 타고 이곳을 점령하기 위해 올라오려고 애쓰던 곳임과 동시에 제네바 시민들과 군인들이 함께 죽음을 각오하고 이곳을 지켜내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그런 곳이라 생각하면 지금의 평화로움에 대한 감회가 새롭다. 이런 평화는 그냥 찾아온 것이 아니라 이곳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성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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