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심장내과 정기점진일이 되었다. 3개월마다 검사를 받고 있는데, 지난번 그러니까 6월 검진 때 의사 선생님은 '생각보다 약물로 호전이 잘 안 되네요.' 하시면서
'약을 한 가지 추가해서 복용해 보고 그 후에도 차도가 없으면 수술을 생각해 보시죠.' 하셨다.
처음 엄마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보통 사람은 심장이 100만큼 일한다고 치면 엄마는 10만큼 밖에 일을 안 한다.'면서 '연세도 있는데 심장에 힘이 없으니 언제 저절로 멈추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아니 저절로 멈추게 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다.'라는 말에 귀향을 감행했다.
제주에서 지금껏 쌓아 온 커리어와 라이프스타일과 나의 취향을 다 버려 놓고 엄마를 곁에서 지켜 드리자는 일념 하나로, 그렇지만 귀향을 결정하고 또 번복하기를 수차례 거의 8개월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의 삶은 슬프게도 죽음이라는 키워드와 유독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엄마를 갑자기 잃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스위치가 켜져서 결국 오게 된 것 같다.)
엄마 복약을 잘 챙기고, 혹시 숨소리가 거칠어지지는 않은지 살피고, 어느 날 새벽에 잠이 깨면 슬며시 주무시고 계신 엄마 곁에 한참을 있다가...
그렇게 약을 추가해서 복용한 지 3개월이 흘렀다.
진료일에 맞춰 미리 연차를 냈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병원에 나설 채비를 했다.
혹시나 호전되지 않았을까 봐 그래서 수술을 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몇 해 전, 엄마가 쯔쯔가무시에 감염되어 입원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제주도에 살고 있었는데 엄마를 직접 간병해야 마음이 놓이겠어서 무리해서 연차를 내고 간병을 했었다.
입원 중에 옆호실에서 엄마와 같은 감염환자인데 그만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안타까운 비보를 들었다. 엄마도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는데 최고혈압이 낮아서 철렁한 밤을 보내기도 했다.
엄마가 거동이 불편해 기저귀를 착용했다. 간병인인 내가 요령이 없다 보니 그날 삐끗한 허리가 지금도 가끔씩 심한 통증이 온다. 그래도 퇴원하기까지 거의 이주동안 힘들었던 병원생활이었지만 엄마가 이겨내주어서 그저 감사했다.(옆호실의 그분께는 다시 한번 고개 숙여 명복을 빈다.)
병원은 역시 싫고, 아픈 것은 더더욱 싫다.
불안한 마음에 일찌감치 도착해 사전 검사들을 다 받고 드디어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증상이 호전되지는 않고 있지만 더 나빠지지 않아서 4개월 동안 약을 더 먹어보고 그 후에 수술시기를 보자고 하셨다.
와아! 일단 유보된 수술 시기에 안심하면서 조금은 호전되어 수술을 안 하길 바라는, 다행히 절망이 아닌 안도와 희망을 가져 본 날이었다.
그것으로 우리의 병원행은 그럭저럭 즐거운 나들이가 되었다.
"먼데 운전해서 병원에 왔다 갔다 하느라 고생했다. 나온 김에 맛있는 것도 먹고 들어가자!" 하시는 걸 보면 엄마도 기분이 괜찮으셨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