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면 얼기설기 버무려진 못난이 빵처럼 생긴 어떤 남자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다. 그 남자를 보며 화들짝 놀란다. 그러면서 '아, 나 결혼했지' 생각했다.
찬찬히 보니 더 못생겼다. 덕분에 한번 더 놀라며 아침을 맞이 한지 1년 정도 지나서야 그 남자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결혼을 해버렸다. 이상형이랑은 전혀 반대인 사람과 말이다.
남자친구와 헤어져 쓰라린 가슴을 안고 맞이하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이브가 다가오고 있었다. 20대는 그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게 너무 싫었다.
허전한 마음 달랠 길 없을 때 같이 일하는 언니가 남자친구의 지인이라며 소개팅 한번 해보라했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어차피 고된 마음으로 지내야 할 크리스마스라면 낯선 남자와 이야기나 몇 마디 나눠보자는 심산으로 소개팅에 응했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고 우리는 종로에 있는 큰 서점 앞에서 만나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6시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10분 전에 도착했다. 5시 59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은 남자. 스팀 올라오기 시작했다.
5분이 지난 6시 5분에 저 멀리 야구점퍼를 입은 어리숙하고 못생긴 남자가 걸음걸이를 재촉하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소개팅에 나오는 남자가 저 사람만 아니면 된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내 앞에 와서 이름을 물으며 늦어서 죄송하다고 한다.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
늦은 것도 모자라 영판 내 스타일도 아니고 세상 살면서 또 이렇게 못생긴 남자를 만난 것도 처음인 나는 끝나고 소개팅해준 언니를 가만두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기분이 상해"첫 만남에 5분이나 늦었으니 오늘은 그쪽이 쏘세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종로 어느 주막에 들어가 막걸리와 전을 시켰더랬다.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아무 데나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메뉴판을 보니 막걸리집이었다.
내숭 떨 이유가 1도 없어져 거침없이 이 말 저 말을 했고. 앞에 있는 이 남자신기한 듯 날 보며 주춤하더니 말을 시작했다.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서로 말이 안 통하지 않더란 말이다. 대화가 돼버렸다.
아무튼 그때 화장실이 가고 싶어 일어나며 말했다.
"화장실 간 사이 맘에 안 든다고 그냥 가면 안돼요. 가시더라도 계산은 꼭 하고 가세요"남자는 당황하며 웃었다. 너도 내가 맘에 안 들면 화장실간사이에 그냥 집에 가라.그리고 당신이 늦었으니 계산은 꼭하고 가라는 진심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막걸리 두어 잔을 하고 그날 헤어졌고지하철을 타기 위해 종로 역사를 내려오자마자 크리스마스이브를 이렇게 망쳐버린 화를 감추지 못해 소개팅해준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어떻게 이렇게 생긴 사람을 소개해줬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수화기 너머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함께 "좋은 사람 같아 그래도 몇 번 만나봐."라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렇게 좋으면 언니나 만나"라고 말하며 끊었다.
이렇게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연락이 줄기차게 오기 시작했다. 결혼적령기 남자에게 솔직히 말하는 것이 서로 시간낭비 하지 않고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말했다. "제 이상형도 아니고 보니까 결혼을 염두에 두고 사람을 만나야 되는 나이인 것 같은데 저는 결혼생각이 없는 사람이라 괜히 시간낭비하지 마세요"라고 말이다.
이렇게 발칙한 매력을 발산해 버린 덕분에 연락이 더 줄기찼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