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이 5회 차를 넘어가자 지루해졌다.
수업 방식에 익숙해지고 강의실 분위기에 적응한 탓일까.
강의실을 들어설 때 설레던 마음이 어느새 빈자리와 더불어 이수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변했다.
한 두 번 정도 쉬고 싶었지만, 내가 수강 신청함으로써 좌절해야만 했을 마음을 생각하면 미안함이 들어 꾸역꾸역 나갔다.
마음은 왜 이렇게 쉽게 지치고, 지루해하는 걸까.
몇십 년을 글과 함께 한 사람도 있는데, 고작 몇 달간의 글쓰기에 지치다니.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글쓰기 자체가 지루해졌다. 이런 상황에 어울리는 표현이 있다. '답이 없다.' 몇 개의 글을 쓰고 나니, 더 이상 쓸 내용도 없고, 쓴 글조차 거의 비슷한 내용처럼 보였다.
'이렇게 또 쓰다 보니, 어쩌면 쓸 용기가 부족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 수업 강사는 '브런치 북' 사용을 권장했다. 정기적인 연재가 가능하고 플랫폼에서도 '매거진'보다는 '북'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재 하루 전날에는 친절하게도 '이제 그만 뭉그적거리고 글 좀 써라'는 내용의 알림도 보내준다.
'연재', '마감'이 글을 쓰는 원동력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발행버튼을 눌러야 비로소 풀려나는 족쇄이기도 하다. 취미가 일이 되면 즐거움이 사라진다는 명언은 글쓰기에도 적용되는 것일까. 쓰고 싶을 때만 쓴다면, 언제 다시 글을 쓰기 위하여 노트북을 열지 기약이 없을 것만 같다.
글을 쓰는 이 시간에 노트북을 덮고 당장 밖으로 나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천변 산책을 할 수도 있다. 반려견을 데리고 함께 여기저기 기웃거릴 수도 있다. 또는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문장에 밑줄을 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 일의 마지막은 그것에 관한 글을 쓸 것 같다.
글이 하나의 삶의 양식이 되어가고 있다. 밥을 먹는 일처럼 하루 일과가 되어 자연스럽게 하다 보니 글을 발행했을 때의 만족감은 예전만 못하다. 글을 쓰면서 키보드 스페이스바를 누를 때마다 손가락에 통증이 왔다.
그러고 보니 스페이스바를 누를 때는 항상 왼손 엄지손가락만을 사용하고 있다.
멀쩡한 오른손 엄지는 얄밉게도 항상 놀고 있다. 다친 왼손 엄지손가락은 밴드로 몸을 휘감은 채 죽어라 일만 하는데, 그래서 의식해서 키보드 스페이스바를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눌러보지만,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야 할 곳에서 누르거나, 나도 모르게 왼손 엄지가 누른 곳에서 한번 더 누르는 행동을 한다. 버퍼링이 심한 오래된 노트북 같다.
글은 고된 사유작용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작두(키보드) 위에 오른 무당(손가락)처럼 결국 무의식의 힘을 빌려 태어난다. 부족한 내가 쓰는 글이 온전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쓴 글이 완벽하다고 믿는 건 어쩌면 자기기만이다. 귀찮아서 단순한 지식 전달에 그치고 자신의 이해나 통찰이 없다면 그건 자포자기다. 글쓰기는 자기기만과 포기 사이에서 위태롭게 외줄을 타는 일. 그렇게 태어난 글은 다시 타인의 사유 작용에 온몸을 맡긴다. 내 것이지만, 나에게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게 또 있을까.
"네가 지루한 이유는 어쩌면 내 맘대로 되지 않아, 너를 포기하려고 했거나, 자기기만에 빠진 탓일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