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입원 진행기
새로운 날이 밝았다. 나는 지혜롭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으며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다.
이런 말을 되뇌며 마음속 긴장을 풀어보려 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 긴장은 꼬인 이어폰 줄만큼이나 어지러워 저런 말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그냥 풀어보려 생각하지 말고 잘라버려야 하나… 하는 마음이 문득 들었다.(그리고 요즘 줄 있는 이어폰 쓰는 사람도 거의 없다.)
아무튼 긴장으로 심장이 뛰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심장박동수를 유지하며 나는 출근했다.
오늘은 어떤 분을 보호자들과 함께 입원을 시켜야 하는 날이다. 그 어떤 분은 믹스커피를 좋아하고 휴지조각 모으는 것을 좋아하며 문을 열고 대화를 하자고 하면 오줌 냄새가 가득 나는 걸레를 흔들며 “나는 할 말이 없다.”이야기하는 그런 분이다.
그분이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산지 어언 40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도 없었다. 그분은 정말 치료가 필요해 보였다.
나는 이곳저곳에 공문도 보내고 연락도 하며 어떻게든 도우려 노력했다. 나의 노력에 부응하듯 보호자들은 내가 알려주는 여러 서류들을 잘 준비했고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늘 그렇듯 변수는 존재했다. 나와 함께 진행하기로 했던 한 담당자는 대직자를 구하지 못해 오지 못했고, 한 담당자는 어머님이 갑자기 아프셔서 출근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일을 예상했을까? 나는 같이 일하는 직장동료분(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시고 경험도 많으시다.)과 같이 간 상태였기에 이러한 변수들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모르게 비는 몰래 오고 있었으며, 바람에 머리카락이 나부끼는 현장에 마지막 결정적인 보호자가 드디어 도착했고, 우리는 작전을 실행하기로 했다.
“이제 올라갑시다.”
나는 전투에 앞장서는 장수처럼 외마디를 비실 외쳤고 이 작전을 함께 수행하게 된 호송차 직원들과 보호자들, 그리고 직장동료 선생님과(우리는 서로를 선생님이라 부른다.) 8층으로 향했다. 우리의 작전은 이러했다. 검은색 작업복을 입은 호송차 직원들이 고장 난 전화기를 고치러 온 사람이라 소개한 후 집안에 들어가 그분을 모시고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호송차로 모시고가 차에 태워 내가 미리 섭외한 일산의 한 병원으로 향하는 것이다.
우리의 작전은 완벽에 가까웠다. 약간의 실랑이 끝에 작전은 무사히 완수되었다. 미션 컴플릿. 나는 부지부식 간에 이루어진 이 일들을 목격했고, 어찌 진행되는지도 모르게 작전이 완수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손을 흔들어 호송차를 보낸 나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선생님을 쳐다봤다. 그분은 빙그레 웃으며’ 그래 다 이렇게 진행되는 거란다.’라는 느낌의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하나의 큰 경험을 하게 되었고 레벨 1이 상승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싱거웠다. 나는 플랜 A, 플랜 B, 플랜 C까지 생각하며 지난밤에 잠을 설쳤는데 이렇게 끝나다니. 이 모든 게 내가 다 사전작업을 잘해놓아서 그런 것만 같았다. 후훗.(너무 겸손함이 떨어지나. 나는 이런 인간이다.)
나와 선생님은 모든 일이 끝났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칼국수와 만두를 먹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는 칼국수와 만두는 너무나도 즐겁지만 세상은 우리를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같이 온 선생님에게 무수한 전화가 쏟아져 있었다는 걸 알았고, 통장을 맡겨 둔 한 분이 돈을 찾으러 선생님을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는 웃으며 칼국수와 만두가 참 맛있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그 국수는 서로의 코에 박혀 있는 듯했다. 자리를 못 찾은 칼국수 면발처럼 또다시 머릿속이 엉켜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신력과 먹력으로 그릇을 거의 비워내고 있었다.
서로 의연한 척하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실은 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들켜서는 안 된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텔레파시가 있는 것처럼 그렇게 서로의 발에 맞춰 움직였다. 그동안 사무실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늘 그러듯 의연하게 다녀왔다는 말을 남기며 서로의 업무로 돌아갔다. 우리가 이렇게 걱정이 많은 것은 우리가 담당자는 대상자분들이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모습을 전후 상황을 모르는 사무실 직원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우리의 욕심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오늘의 가장 큰 일은 마무리되었다. 완전한 마무리라는 것은 없지만 적어도 오늘은 끝난 듯 보였다. 아직도 병원에 입원시킨 그분의 집에서 맡은 냄새를 잊기가 어렵다. 케케묵은 지린내는 이런 것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주는 듯했다. 그 냄새가 착용했던 마스크에 남아 계속 맴도는 바람에 마스크를 바꿔 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후에 방문한 어떤 대상자의 집에서 나는 새로운 냄새와 또 싸워야 했다. 그곳은 오랫동안 부패한 음식과 술, 그리고 배변 냄새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들은 자가를 소유하고 있어 사회복지 대상자가 아니었다. 참 안타까웠다. 사회복지 대상자라면 우리가 무엇인가 할 수 있는 명분이라도 더 있을 텐데. 그렇게 집을 치우 시라 설득을 했지만 그들은 한사코 자신들의 집을 내버려 두라 우리에게 말했다. 또 가서 설득을 해봐야겠다.
냄새는 냄새로 잊힌다고 했던가?(아니다.) 나는 냄새들의 공격에 라이트 훅과 어퍼컷을 얻어맞고 오늘의 일과를 마무리했다.
지금 내 코끝에 아직도 두 가지 냄새가 맴도는 듯하다. 무려 집에 도착해 씻었는데도 말이다. 오늘은 가만히 코를 씻고 좋은 생각을 하려 애쓰며 잠에 들것이다. 내일은 어디 가지 말고 사무실에만 있어야지.라고 하면 안 된다. 꼭 이런 말을 하면 탈이 나기 마련인데… 불안하다. 오늘도 불안함을 안은채 잠이 들듯하다. 내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