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만 9천보

부동산 임장 가기

by 관리비

부동산 열풍이 불던 끝자락부터 나는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왜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가?


첫째로 돈이 없기도 했고, 둘째로 내가 관심 가져야 하는 분야 인지도 몰랐다. 그렇다. 나는 경제적인 관념이 무딘, 아니 무지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그런 온라인 강의를 듣고 그곳에서 만나 한분과 모 지역을 탐방하기로 한 것이다.


지역이 ktx를 타고 가야 할 만한 지역인 만큼 지하철 첫차를 타고 용산역으로 향했다. 토요일 새벽 5시 30분 첫차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탈 줄 몰랐던 나는 그저 지하철 요금이 천 원인 게 너무 신이 나 콧노래를 흥헐거리며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도착한 용산역에는 더욱 사람이 많았다.

단풍이 이번 주 절정이라는 뉴스를 본 거 같은데, 그래서인지 모두들 등산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부동산 수업에서 만난 분과 기차를 타고 가며 임장을 갈 그곳의 사전 정보를 공유했다. 부동산을 알아본다기보다 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발달한 도시처럼 보였다. 높은 아파트 숲과 넓은 차도는 서울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평생을 서울에서 산 나는 서울이 가장 발달한 도시라 생각했는데, 그건 서울쥐나 하는 안이한 생각이란 걸 알았다.


우리는 한 시간 동안 4km씩 7시간을 걸을 계획을 짜고 갔다. 그럼 총 28km. 나는 참 호기로웠다.


12시가 되고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순대국밥집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었다. 나는 신음소리를 내며 신발을 벗었고 어기적 거리며 순대국밥집을 걸어 다녔다. 밥을 먹는 내내 허기졌던 우리는 말 한마디 하지 않으며 국밥을 호호 불어 먹었고, 식사가 끝난 후 별말 없이 일어나 신발을 신었다. 아직 가야 할 18km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3시쯤 되었을까. 나는 이제 다 되었으니 먼저 가시라는 말이 몇 번이고 목구멍을 탈출할뻔하다 말다 반복했다. 정말 그만 걷고 싶었다. 부동산이고 나발이고 더 이상 이 동네를 구경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용기가 없는 나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그렇게 신발을 옮기고 또 옮겼다.


오후 4시. 이제 정말 걷기가 힘들었다. 나는 새벽 7시부터 밥 먹는 시간 30분을 제외한 채 걷고 또 걸었던 것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7km나 남았다는 같이 간 분의 말을 듣고 절망에 빠졌다. 이마의 땀을 훔치며 나는 내색하지 않고 같이 간 분을 설득했다.


“우리가 꼭 봐야 할 곳이 있는데 지금 이렇게 길을 헤매며 가면 못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기차 시간을 맞춰야 하니 택시를 타고 가는 게 어떨까요?”


말을 하면서도 식은땀이 났다. 그래도 걸어가자고 하면 어쩌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럽시다.”


내가 참 안되어 보였는지 같이 간 분은 택시를 허하셨다. 아이고 죽다 살았네. 우리는 아니 나는 빠르게 택시를 잡았고 행선지를 말했다. 그리고 최종 목적지에 다다라 택시를 내리려는데 정말 다리가 꿈쩍하지 않았다. 엉덩이는 벌써 나와있는데 다리는 택시 안에 있는 이상한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택시 아저씨도 이 사람 왜 이러나 하고 백미러를 살피기 시작했다. 앉았다 일어나려니 다리에 고통이 밀려왔다. 침착해야 했다. 한발 한발 어렵게 택시에서 다리를 피신시켰고 택시는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살펴보자 한 그 아파트 단지를 맴돌며 주변을 돌아다니는데 나는 정말 맛탱이가 간 것 같았다.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헛소리를 횡설수설늘어놓고 있었다. 같이 간 분은 친절하게도 그런 나의 말에 대답을 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참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되어 용산역으로 돌아오는 ktx를 탔고,나는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오는 기차 안의 시간이 꿀맛 같았다. 내 아킬레스건은 조금만 더 걸었다면 나는 터져버렸을 거라며 나에게 소리를 치고 있었다. 귀를 막은 채 아무 말 없이 허공을 바라보며 그렇게 서울에 도착했다.


지방으로 떠난 임장은 처음이었다. 사실 임장 자체에 대한 이렇다 할 경험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 다녀온 그 여행 아닌 여행은 나를 3만 9 천보나 걷게 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다리가 아파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하루 4 만보 정도는 너끈히 걸어 다닌다고 하실 수도 있겠다. 그분들에게 엄살 같은 이야기였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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