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식 Feb 25. 2023

시작하며

이어질 내용에 대해서






저는 그림을 참 오래 그렸습니다. 태어나서 연필을 손에 쥘 수 있던 순간부터 그림을 그려서 예술계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평생을 이 울타리 속에서만 살았으니, 아는 게 그림밖에 없고 아는 사람이 예술가들밖에 없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대학을 졸업하고서부터 그림 분야 안의 정말 많은 곳을 떠돌았습니다. 게임 개발 창업 팀을 함께 하기도 했고,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작품을 상영하기도 했고, 회사도 두 군데 다녔고, 창작 지원금을 타려고 몇 번 도전하기도 했고, 전시도 했고, 창작 크루에도 소속되어 독립 출판을 하기도 했고, 여러 행사에 봇짐장수처럼 창작물을 싸 들고 다니며 팔기도 했고, 밤새 외주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중 가장 오래 한 직업에 머물러 있는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저는 현재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시각 예술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 분야에서 저처럼 오래 전전하고 있다는 게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팔로워 수가 몇십만이 된 것도 아니고,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사람이 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이 분야에 그냥 있다는 게 뭘 남기긴 하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본 게 많다는 그 자체 때문이죠. 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고, 고민하고, 분투하고, 포기하고, 누군가는 성공하는 모습을 한 20년 이상 보니까, 그 장면 속에서 뭔가 할 수 있는 말이 남았습니다.




한 풍경 속에 오래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뭔가 남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쓸 글은, 창작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던 시간을 지나며 ‘창작이란 무엇이고, 그걸 잘 해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온 것을 나누는 내용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글은 창작의 테크닉에 대한 글이 되진 않을 것입니다. 테크닉에 대해선 수없이 많은 사람이 얘기해 왔고, 이에 대해선 저보다 훨씬 잘 얘기하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저는 오히려 그보다 더 밑바닥에 있는 마인드 셋에 대해서 관심이 있습니다. 창작자가 자신의 길을 찾고 지속하게 만드는 그런 마인드 셋이요. 저는 그게 훨씬 더 밑바닥에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주변 창작자 친구들 덕분에 쓰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엔 재능 있는 창작자들이 많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죠. 종종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주는데,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여기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습니다. 다양한 사례를 보지만, 뭔가 같은 이야기 속의 다른 부분처럼 느껴졌다는 것이지요.



앞으로 제가 쓸 글은 이미 잘 나가서 아무 고민이 없는 창작자를 위한 글은 아닙니다. 제가 그런 글을 쓸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고요. 제 글은 그림 분야의 창작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 혹은 오랫동안 이 길을 걸어왔는데 갑자기 길을 잃은 듯한 마음이 드는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 글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한편으로 과거의 저를 위한 글이기도 합니다. 많은 시간 헤매며 먼 길을 돌아갔던 과거의 저에게 제가 알게 된 것을 하나씩 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하려 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