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처럼 창의적이고 싶다면

by 새벽나무

매년 가을 잠실 빅탑 씨어터에서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올리고 계시는 공연기획사 대표님을 우연히 만났다. 서로 안부를 묻는 중에 올해는 가을 공연에 앞서 8월 부산에서도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셨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어떤 단체인가?.. 2007년 퀴담 (Quidam)이라는 공연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처음 내한공연을 하여, 서커스라면 동춘 서커스나 중국 기예단 정도가 최고 수준이라 알고 있던 우리 국민들에게 서커스는 아름답고 창의적이며 예술의 경지에까지 오를 수 있는 공연물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단체가 아니었던가.


지금은 여러 장르의 공연물들이 쏟아지고 있고 언어를 초월한, 명확하게 장르를 알 수 없는 세계적인 공연물들도 넘쳐나는 시대다. 때론 그런 공연의 주인공들이 프랑스나 캐나다의 서커스 학교 출신들인 경우들도 많고 가장 크리에이티브 해야 하는 공연계의 속성상 ‘아이디어’, ‘창의성’ 등을 말할 땐 늘 태양의 서커스를 예로 들곤 한다.


그러나 코로나가 전 세계를 위협하던 2020년 3월 이 단체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단 이틀 만에 전 세계 44개에 이르는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 모두 중단되었고, 연 매출 10억 달러에서 순식간에 제로로 곤두박질치고, 5천명 직원 중에 95퍼센트를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2020년 7월 태양의 서커스는 파산보호신청을 하게 된다. 전 세계에 이 소식이 전해졌고 암울한 분위기의 공연계는 충격에 빠졌었다.


코로나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었고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공연을 언제 재게 할 수 있을지 모든 것이 불투명하던 그 때 태양의 서커스는 기적적으로 거액의 신규투자를 받아 기사회생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16개월 만에 부활하여 다시 공연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전 세계에서 하루 밤에 30개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나는 2004년에 안식휴가를 LA로 가게 되었는데 평소 친분이 있던 캐나다의 공연 프로듀서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이왕 LA에 왔으니 라스베이거스까지 와서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원래 일정엔 없었지만 나는 자동차를 렌트하여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4시간 반 동안 네바다 사막을 달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물을 주제로 한 신작 ‘O(eau)’라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극장에서 물이나 불은 금기된 것들인데 극장 한가운데 다이빙 풀을 설치해 놓고 올림픽규모의 수영장 2개에 해당하는 570만 리터 규모의 물이 3초 만에 차오르는 무대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이 공연에는 8명의 전직 올림픽 다이빙 선수 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공연을 보고 나오며 나는 “태양의 서커스는 과연 사람들의 주머니를 열고 싶게 만드는 단체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다음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마켓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그 프로듀서는 캐나다 퀘벡이 태양의 서커스 본사가 있는 곳이니 원한다면 본사 투어를 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다시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마켓에 참가한 다음 렌터카를 타고 퀘벡으로 향했다. 어쩌면 아트마켓에 참석하는 것 보다 태양의 서커스 본사를 가볼 수 있다는 사실이 훨씬 더 가슴 뛰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태양의 서커스는 공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가장 혁신적이고 환상적인 공연 단체였다.


태양의 서커스 본사는 퀘백 시내에서 차로 약 한 시간쯤 달리면 도착하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사실 나는 세계 제1의 공연단체이니 그 본사의 위용이 얼마나 대단할까 내심 기대했다.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공연 수입이 몇 조원에 달하는 공연 단체이니 분명 본사도 화려하고 멋질 것이라 상상했다.


그런데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정 반대였다. 본사 건물은 2층 정도 높이의 ㄱ자형 컨테이너 건물이 다였다. 다만 천장이 높고 군데군데 천장까지 연결된 봉이 달려있어 계단보다는 봉을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서커스단답게 팔이나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나는 투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공연으로는 가장 성공한 세계 제1의 단체인데 크고 좋은 건물을 사지 않고 이렇게 컨테이너 건물을 본사로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물론 의아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세계 투어공연을 다니느라 바쁘고 정작 본사에 머무는 기간은 일 년에 3주에서 한 달 정도 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본사를 꾸미는 데 돈을 투자하기 보다는 다음 작품의 제작비에 돈을 쓰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같았다면 투자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부채가 많아도 CEO가 최고급 차를 타고 다녀야 하고 가장 크고 화려하게 치장한 건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런 허례허식이나 보여 주기 식 치장 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실용성을 생각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이런 것이 코로나 시국에서도 16개월 만에 투자자를 불러 모을 수 있는 힘이 아니었을까?


‘창의성’이란 모름지기 ‘새롭고, 독창적이고 유용한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 정의되고 있다. 우리가 가장 약한 부분이라 생각하는 창의성이 이러한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라면 현재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단체라 칭송받는 태양의 서커스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겠다.


허례허식이나 군더더기가 없는, 불필요한 것은 모두 덜어내고 필요한 것만으로 이루어진 상태에서 가장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듯이 우리의 사고와 생활이 창의적이 되려면 가장 단순하고 심플한 생활 습관을 먼저 만들어보면 어떨까? 올 여름 부산에 가면 창의성의 정수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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