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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병걸 Jun 27. 2023

낭만이 물길 따라 번지는 水上 도시

베네치아

전날 마트에서 구입한 여러 식료품으로 아침을 해결한 우리는 아파트를 나와 산타 마리아 디 나자레스 성당을 향하였다. 베네치아 걷기 여행의 첫 코스이다.

베네치아 상점에 진열된 가면, 상점거리 풍경

호텔과 식당들이 모여있는 리스타 디 스파냐 거리를 지나 모처럼 조금 넓은 광장이 있는 작은 성당을 만났다. 열려있는 성당 문으로 들어가자 신약성경에 따라 인형이 전시되어 있다.(사실 성당이 너무 많아 정확히 이 성당의 이름이 헷갈리지만~)

신약성경 이야기대로 꾸민 인형이 전시된 성당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헤맨다는 란코네타 거리는 골목을 지나면 바로 다리가 나오는데 작은 운하의 풍경이 아름답다. 소운하에서는 특이한 광경도 목격했는데 6명이 엄청 빠른 속도로 경쟁하듯이 노를 저어 곤돌라를 타고 있었다. 이유가 궁금하나 알 길이 없다.

안코네타 다리에서 내려다본 란코네타 거리 밎 소운하

리알토 다리 근처까지 가자 점심시간이라 가장 가까운 골목 안의 식당을 찾았다. 자유여행을 할 때 맛집을 검색해 두면 동선이 꼬이고 더 많이 걷게 되어 우리 가족은 걷다가 보이는 식당을 들어가는 편이다. 그런데 레스토랑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시는 아저씨가 계셨다. 우리 가족이 반응이 제일 좋았고 눈도 많이 마주쳤기에 당연히 연주가 끝나고 우리 테이블로 오셨다. 아무 생각 없이 난 동전 몇 개를 드렸는데 표정이 영 좋지 않으셨다. 팁을 더 바라셨나 보다.

식당의 아코디언 아저씨와 리알토 다리

식사 후 무료로 예약해 둔 뷰 포인트인 리알토 다리 옆 면세점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 입구에서 예약을 확인하던 흑인 직원이 나를 보고 외쳤다. "투모로우~" 아뿔싸, 철저하게 계획해서 여행하던 대문자 J인 내가 날짜를 하루 착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모두 웃고 말았다. 애들은 아빠를 보고 투모로우라고 놀리기 시작했고 상하이 병따개 모양 빌딩 전망대에서 안개가 너무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때 4명이 모두 웃어버린 때와 똑같이, 여행 중 실수를 뛰어넘는 즐거운 순간이다.

80유로 정가에 곤돌라 타기

베네치아를 더욱 낭만적인 도시로 만드는 것은 바로 곤돌라다. 길이 10여 미터 정도의 긴 배가 작은 운하들을 헤집고 다니며 베네치아 곳곳을 구경시켜 준다. 아저씨는 마르코 폴로의 집, 카사노바의 집을 알려주신다.

산 마르코 광장

곤돌라에서 내린 우리는 산 마르코 광장을 향했다. 나폴레옹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 칭한 곳답게 아름다운 건물들로 둘러싸여 아늑하면서도 이색적인 공간이었다.

그런데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뜯으려는 이에게 충격도 받았다. 인도인처럼 보이는 청년이 다가와 아이들에게 비둘기 먹이를 주며 비둘기와 사진 찍게 도와주었다. 재밌어하며 사진을 찍고 나니 아내에게 10유로를 달라며 강압적인 표정을 지었다. 내가 2유로 정도 주면서 가라고 소리치자 10유로를 달라며 더 크게 소리치기에, 아이들과 아내를 멀리 보내고 그와 언쟁을 벌였다. 그제야 2유로라도 달라고 하기에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국제적 호구가 되기는 싫은 순간적인 몸부림이었다.

바포레토를 기다리며 어둑해진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에서 숙소 가까운 산타 루치아역까지는 다시 걷기에 너무 멀기에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를 타기로 했다. 그때 둘째와 내가 화장실을 가고 싶었고 주변에 보니 호텔 커피숍이 있기에 비싼 값의 카페라테를 시키고 화장실을 이용하였다. 큰 아들과 아내에게 수상버스표를 사놓아라 부탁을 하고 갔는데, 바포레토 표가 아닌 베네치아 본섬 밖의 버스표를 구입해 버렸다. 여행책자만 덜렁 주고 간 아빠의 잘 못이다, 사실 내가 샀어도 실수를 하기에 딱 좋은 표 파는 자판기였다.

면세점 옥상 예약이나 수상버스표 등 실수도 있었고 아코디언 아저씨나 비둘기 청년처럼 비싼 팁을 바라는 이들과 실랑이도 있었지만, 바포레토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며 즐기는 어둑해진 베네치아는 너무 행복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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