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의 한 마당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최소한의 물만 써서 설거지했고, 물이 적게 들어가는 요리만 했으며, 물 한 모금도 몇 번의 인내를 거친 후에 마셨다. 그렇게 언제가 될지 모를 비의 순간을 기다렸으나 벌써 몇 주째 비가 오지 않아서 아껴 쓰던 물마저 바닥났다. 이제는 정말 수도꼭지를 틀어도 물 몇 방울만 떨어질 뿐이었다.
아침부터 먹구름이 작은 틈도 없이 하늘 끝까지 펼쳐져 있어 어두컴컴했지만, 먹구름에게 자주 속아왔던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모든 소리를 압도했다. 폭우였다! 항상 귀를 열어 놓고 있다가 빗소리가 들리면 만사를 제쳐두고 뛰어나가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물을 받아야 한다.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헐레벌떡 뛰어나갔다. 가득 찬 물 양동이를 물탱크에 붓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콸콸콸’ 물을 부을 때 들리는 물 차오르는 소리가 경쾌하기까지 했다. 비를 맞으며 이렇게 환하게 웃은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장대비를 맞으며 물을 나르느라 온몸이 흠뻑 젖었다. 이왕 비에 젖은 김에 내리는 비를 샤워기 삼아 원없이 머리 감고, 세수하고 양치했다. 어릴 적 친구들과 폭우를 보며 했던 농담을 실제로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그게 오늘이었다. 아침 7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12시 30분까지 5시간 30분 동안 단 1초도 쉬지 않고 쏟아졌다.
비는 하늘이 값없이 내려주는 선물이다. 비를 저장하여 언제든 물을 쓸 수 있게 되어 망각하고 살지만, 사실 하늘에서 비를 내려주지 않으면 사람은 살 수 없다. 태양이 조금만 멀어지거나 가까워져도 살 수 없고, 대기의 비율이 조금만 바뀌어도 살 수 없으며, 몸의 아주 작은 부분에 문제가 생겨도 살 수 없다. 불우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인생을 사는 동안 수많은 한계와 어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문제가 나보다 작으면 문제 되지 않지만, 문제가 나보다 커서 문제가 정말 문제가 될 때, 앞이 캄캄하여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게 될 그때 나는 무얼 해야하는가. 광활한 우주 속의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다. 매일 감사하고, 매일 꿈꾸고, 매일 도전하고, 매일 포기하지 않고, 매일 성취하고, 매일 베푸는 것. 이것이 인생의 본분이지 않을까.
하늘에서 내리는 작은 물방울을 통해 겸손을 더듬고, 감사를 느끼고, 행복을 만끽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