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25 / 바다와 축구

by BO

Chapter3. 꿈의 크기




우물에서 물 한 바가지씩 뒤집어쓰고 나무 밑동에 기대앉아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마지막 기회에서 수비를 벗겨내고 나서 오른발로 슛했어야 했는데...' 가시지 않는 여운에 잠겨있는 내게 동네 축구팀의 주장 페로가 다가와 벤더넌트(열대과일) 네 개와 20센트짜리 음료를 주며 말했다.

“축구공이 없어서 축구를 못 했었는데 네가 축구공을 가지고 와줘서 축구할 수 있었어. 고마워. 적지만 이거라도 먹을래?”

나는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고 거의 매일 축구를 하며 놀곤 했다. 누군가 장래 희망을 물으면 언제나 축구선수라고 대답했고, 밤낮 가릴 것 없이 축구 중계를 챙겨보곤 했다. 'B-612' 학생들도 축구를 사랑한다. 그러나 축구공이 없어 내가 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축구화가 없어 돌이 섞인 흙바닥을 맨발로 뛰어다니고, 제대로 된 유니폼을 입은 학생도 거의 없다.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수십 년 안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나라로 알려진 'B-612'에는 축구할 땅조차 마땅치 않다. 공을 조금만 세게 차도 도로를 넘어 해변까지 가기 일쑤였다. 우리는 코코넛 두 개로 대체한 골대에 공을 넣기 위해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치열하게 뛰었다. 나도 나름대로 축구에 자신있었지만, 그들의 현란한 발재간에 가장 먼저 제쳐지곤 했다. 뙤약볕에서 몇 시간 동안 뛰어다녔음에도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저는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B-612'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소속된 FIFA에도 가입하지 못한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무모할지도 모르는 그 아이에게 나는 웃어보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꿈은 요술램프에 갇힌 지니처럼 개개인의 마음속에 갇혀 있으며 실현되기를 원한다. 꿈은 진정으로 자신을 믿는 이에게 주체할 수 없는 희망을 주고, 운동성과 그 방향을 제시해 사람으로 하여금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꿈은 역경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걸음을 내디딜 용기, 함께 할 사람과 상황도 준다.


거대한 날개가 있음에도 뒤뚱뒤뚱 걸어 다니며 아이들에게 잡혀 짓궂은 장난과 수치를 당하는 바보 새. 그러나 지구상 그 어떤 새보다도 높이, 멀리 그리고 오래 날 수 있는 새. 알바트로스다. 폭풍이 치면 다른 새들은 폭풍을 피해 숨지만, 알바트로스는 절벽 위로 올라가 폭풍 속으로 뛰어들어 상승기류를 타고 경이로운 비행을 시작한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에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꿈을 포기했던 학생들이 위대한 비행을 할 수 있도록 상승기류가 되어주고 싶다. 언젠가 'B-612'의 에메랄드 라군 위에 축구장을 짓고, 축구팀을 만들고 싶다. 꿈 리스트가 한 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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