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일어나 어제 봐두었던 해변에 꽃게를 잡으러 갔다. 무수히 많은 전구로도 이 땅 구석구석을 밝히지 못하지만 태양은 온 대지를 덮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제 막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어딘지 모르게 앳돼 보이는 태양과 무한한 원동력을 가지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같은 듯 다른 리듬으로 갯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조화를 이루었다. 바다가 때때로 뿌려주는 파도와 꽃게 세 마리는 덤이었다.
점심 식사 후, 학생들이 모여있는 마네아베에 가 공책을 나눠줬다. 한국에서는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지만, 이곳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엄청나게 행복해했다.
“감사합니다! 이 공책으로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교장 선생님께서 옆구리에 공책을 끼고 돌아다니시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연한 것이 없는데 나는 어찌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는가. 마치 물고기가 물을 인지하지 못하듯 감사를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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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서서히 수평선 아래로 모습을 감춰갈 때쯤 우물가에 앉아 조개 손질을 하다가 한 여학생을 만났다.
“공책 너무 감사해요. 공부 열심히해서 꼭 훌륭한 선생님이 될게요!“
학교도 없고, 전기도 없는 더 작은 섬이 고향인 소녀는 선생님이 되어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을 가르쳐주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디오를 통해 이 섬에 (비록 인가받지 못한 학교지만) 학교가 설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가방에 옷 몇 벌과 꿈 하나만 챙겨 혈혈단신으로 왔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 공부하고 1년 중 명절에만 고향 섬에 간다고 한다. 다양한 문명의 혜택은 물론이거니와 전기와 수도 시설도 없는 아주 작고 열악한 섬에 살던 불과 16살도 채 안 되는 어린 소녀가 꿈을 꾸고 노력하는 모습이 큰 충격이었다.
꿈 없이 살아가는 학생들을 많이 본다. 꿈이 있어도 벽에 부딪혀 눈물 흘리며 너무나도 당연하게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다. 나는 언젠가 'B-612'에 학교를 짓고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다. 사람은 광활한 자연을 보며 힌트를 얻는다. 그중 코이라는 물고기는 특이한 점이 있다. 똑같은 코이를 어항에서 키우면 5cm까지밖에 자라지 않지만, 연못에서 키우면 25cm까지 자라고 강에서 키우면 무려 1m 20cm까지 자란다. 사람도 코이와 같아서 각자가 정하는 한계만큼 성장할 수 있다. 사실 진짜 나는 5cm가 아니라 1m 20cm인 것이다. 꿈은 모든 사람이 듣고 비웃을 만큼 커야 한다. 꿈은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아야 하며 무모해야 한다. 그렇기에 꿈을 꾸는 것은 기적이고 선물이다. 잘난 사람이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꾸는 사람이 꿈을 이룬다. 그리고 꿈을 이룬 사람은 만인의 꿈이 된다.
힘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두 물체 사이에 쌍으로 존재한다. 또한 두 물체가 서로에게 작용하는 힘의 크기는 같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는 뉴턴의 운동 법칙 중 작용 반작용 법칙이다. 지구가 사과를 잡아당김과 동시에 사과도 지구를 잡아당기며, 내가 벽을 밈과 동시에 벽도 나를 민다. 물질계에서는 작용과 반작용이 동시에 일어나지만 세상에서는 서서히 이루어질 수도 있다. 때로는 그 시차가 너무 커서 이 법칙을 잊기도 하지만, 작용이 일어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반작용도 일어난다. 소녀의 노력은 언젠가 반드시 달콤한 과실로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