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11 / 바닷속 난쟁이

by BO

바다와 황혼의 조화는 정말 예뻤다. 어둑한 하늘과 그 끝에서 수줍게 붉은빛을 내는 황혼을 보며 하루가 저물어감을 느꼈다. 바다의 하루는 어찌 그리 고요하고 차분한지 보는 이의 마음도 평안하게 어루만져줬다. 구름도 바다를 닮아 아무 불평 없이 그저 바람이 이끄는 대로 유유히 흘러갔다. 바다에 한 걸음 들어가 발을 담갔다. 작은 물결이 발등을 수줍게 간질였다.

'B-612'에는 전설이 하나 있다. 해가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 것을 본 어린아이가 슬퍼하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해가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버렸어요.”

엄마가 대답했다.

“아들아 바다 밑에는 난쟁이들이 사는데 난쟁이들이 밤새도록 해를 새로 만들 거야. 그리고 새벽 일찍 물 위로 밀어 올린단다. 그러니 해가 진다고 슬퍼하지 마.”


이 땅에 단 한 번도 해가 뜨지 않은 날이 없었고 앞으로도 해는 쉬지 않고 뜰 것이다. 내일도 해가 뜨리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사람의 밤은 두려움과 슬픔으로 가득할 것이다. 내일을 그릴 수 없으며, 과거에 갇혀 과거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일도 해가 뜰 것이라고 믿는 사람의 밤은 희망으로 넘친다. 내일을 그릴 수 있고, 내일을 꿈꿀 수 있다. 해가 졌다고 슬퍼할 것 전혀 없이 오히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후회와 슬픔을 캄캄한 우주 속으로 버려버리고 오늘도 수고한 나를 다독여 줄 수 있다. 오늘 풀지 못한 문제는 내일 새로운 에너지와 생각으로 다시 풀면 된다.

내가 어찌 깊은 한숨을 다 헤아릴 수 있으랴마는 확실한 것은 우주는 매일 우리에게 ‘오늘’을 선물한다. 그리고 그 하루를 살 수 있는 빛도 주고, 열도 주고, 생명도 주며, 희망과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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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도 없이 무시무시한 파도가 치며 종종 상어가 출몰하기도 한다는 밤 오션에 들어간 건 크리스틴이 가져다줬던 랍스타와 머드 크랩의 맛이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다.

“진짜 랍스타랑 머드 크랩 잡을 수 있는거지?”

“당연하지! 이 형만 믿어 랍스타 배 터지게 먹게 해줄게.”

물에 들어가기 전 친구들과 몸을 풀었는데 가로등 아래 길게 늘어진 그림자에 들뜸이 그대로 드러났다. 달빛을 반사하며 일렁이는 밤 오션에 성큼성큼 들어갔다. 낚시라고는 해본 적도 없으면서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는 자신감이 솟구쳤다. 많이 잡을 수 있다며 자신만만해하는 친구들을 보니 시너지 효과까지 더해져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벌써 내 손에 들린 통이 아기자기해 보였다. 처음에는 발목까지만 오던 물이 허벅지를 넘겼고 결국 허리 높이까지 물을 적셔가며 의욕적으로 임했지만 낚시가 서툴기도 했거니와 달빛과 랜턴 몇 개만을 의지해 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게 별 효과 없는 바닥 훑기만 한참 하다가 바위에서 미끄러져 발목에 타박상을 입고 나서야 물 밖으로 나왔다.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쉬기를 원했으나 바닷바람이 불어와 얼마 남지 않은 열기마저 앗아갔다. 몸은 웅크려 떨었고, 옷은 젖어 축 늘어져 그림자가 더욱 초라해 보였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이긴 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잡지 못하니 더 힘이 빠졌다.

랍스타 배 터지게 먹게 해준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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