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씨를 심기 위해 마당 한쪽에 적당한 깊이로 땅을 팠다. 한평생 포근한 과육의 품에 싸여 있다가 난데없이 혼자 떨어져 땅에 묻히게 된 어린 씨를 위해 부드럽게 흙을 덮어줬다. 바싹 긴장했는지 물 한 컵을 순식간에 벌컥벌컥 흡수했다.
이곳의 모든 나무의 시작도 오늘 내가 심은 작은 씨와 같았다. 끝없이 불어오는 짜고 습한 해풍, 작열하는 적도의 태양과 긴 건기를 이겨내고 자란 나무는 많은 이에게 해풍을 막아주고, 태양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제공해주며, 목을 축일 수 있는 코코넛을 준다. 성장통의 과정이 결국 다른 이의 어려움을 못 본 체할 수 없는 큰 나무를 만들어낸 것이다.
먼 훗날 언제가 다시 'B-612'에 돌아왔을 때 오늘 심은 씨가 큰 나무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그늘과 열매를 내어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늘과 열매가 필요한 누구에게든지 값없이 내어주어 많은 사람이 모여 쉴 수 있는 큰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나 순간순간 내 즉흥적인 말과 행동이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다른 사람을 찌르는 것을 본다. 사람이라는 나무는 겸손을 먹고 자라야 한다. 부족함은 사람으로 하여금 즉흥적인 말과 행동대신 묻고 듣고 사고하게 하며 겸손하게 한다.
겸손과 겸손한 척은 겉으로는 같아 보일 수는 있지만 절대 같을 수 없다. 물은 반드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마음이 높은 사람은 아무리 겸손하려고해도 절대 겸손할 수 없으며 받아들일 수 없고 품을 수 없다. 마음이 높으면 높을수록 판단하며 나오는 말과 행동은 날카로운 가시와 같아서 사람에게(심지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상처를 준다. 사람은 작아질수록 커진다. 사람이라는 나무는 겸손을 먹고 자라야 한다.
이 땅에 있었던 모든 위대함의 시작은 겸손이었다. 위대함은 도전에서 비롯되었고, 도전은 희망에서 비롯되었고, 희망은 믿음에서 비롯되었고, 믿음은 경청에서 비롯되었고, 경청은 겸손에서 비롯되었다. 위인들은 수많은 도전을 했고 도전을 통해 실패를 얻었다. 그리고 실패는 겸손을 선물했다. 겸손은 사람으로 하여금 묻고, 듣게 했으며 1차적인 사고를 넘어 2차, 3차적인 사고를 하게 했고 마침내 모두가 ‘안 된다’라고 말할 때 ‘된다’라고 말하게 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안 들어서가 아니다. 사람에게는 하루에 약 50,000가지 생각이 드는데 그중 85% 이상은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모두가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만, 누구나 부정적인 생각을 반격하지는 않는다. 탁구를 할 때 넘어오는 공을 보고만 있으면 절대 이길 수 없다. 이기고 싶다면 반드시 넘어오는 공을 쳐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