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 혼란
**예진의 집**
달수는 예진이 사는 집 건물로 뛰어들어가 단숨에 2층까지 올라갔다.
그녀의 집에 도착했을 땐, 문이 열려 있었고, 수색으로 난장판이 된 집을 그녀가 정리 중이었다. 몸을 굽혀 바닥을 정리하던 그녀는 섬뜩한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고, 달수와 눈이 마주쳤다.
헐레벌떡 뛰어온 탓에 크게 몰아쉬는 그의 숨소리와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직감한 예진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꼭 쥐었다. 달수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무슨 일로 오셨죠?”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달수는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예진은 그가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식탁 쪽으로 몸을 피했다. 식탁을 사이에 두고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만 돌아가시죠. 아니면 소리를 지르겠습니다.”
달수는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총을 꺼내 그녀에게 겨눴다.
“오늘 사장이 경감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넌 알지? 그것만 말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저는 따로 들은 게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 궁금하시죠?”
“영특하구나. 이 상황에서도 끝까지 침착하게 모르쇠로 일관하다니. 살려달라고 질질 짜던 수영인가 그 계집보다는 낫네.”
“너였구나. 그 쥐새끼가.”
예진은 식탁을 발로 힘껏 밀어 달수의 복부를 가격했다. 기습적인 공격에 몸이 앞으로 쏠린 달수를 향해, 그녀는 식탁 위로 미끄러지듯 날아올라 오른발로 총을 걷어차고, 왼발로 그의 얼굴을 강하게 찼다. 총을 차는 순간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 한 발이 벽을 스치고 날아갔다. 총은 바닥을 굴러 그녀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떨어졌다.
그녀는 재빨리 식탁에서 내려와 총을 집으려 했지만, 달수가 허우적거리며 손을 뻗어 그녀의 발을 걸었다. 그녀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쿵’ 하고 고꾸라지며 이마를 찌었다.
“배신자 새끼야, 창피하지도 않으냐?”
예진은 너무 아팠지만 고통을 참으며 바닥을 짚고 겨우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달수가 그녀에게 몸을 던지듯 달려들어 그녀를 덮쳤다. 그리고 일어서서 발로 그녀의 복부를 가격했다.
그러나 그녀는 지지 않았다. 바닥에 눕혀있던 상태에서 다리를 휘둘러 그의 다리를 걸었고, 달수는 무게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그는 넘어지며 의자의 모서리에 머리를 찧었고, ‘악!’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딱 한마디면 된다. 그럼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겠다. 무슨 말을 들었느냐?”
이마를 문지르고 일어서며 달수가 말했다.
“너랑 경찰은 한통속이 아니더냐. 왜 여기 와서 쳐 묻고 지랄이냐?”
좁은 공간에서 치열한 공방이 계속 오갔다. 팽팽한 대치 끝에 달수는 또다시 체중을 실어 그녀에게 몸을 날려 어깨로 그녀를 세게 밀쳤고, 예진은 그 충격에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채 다시 발차기를 날렸으나, 이번엔 달수가 이를 피했다.
그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죄송하지만, 너무 시끄러운데 무슨 일 있나요?”
그 소리에 예진은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달수는 순식간에 몸을 날려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입을 막았다.
“경찰입니다! 아까 저희가 들어오는 거 보셨죠? 범죄자와 실랑이 중입니다. 방해하지 마시고 들어가세요!”
그의 거짓말이 먹혔는지, 밖에서는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 찰나의 순간, 목이 졸려있는 상태의 예진은 온몸의 힘이 스르르 빠져가는 걸 느꼈다.
그러나 그때, 발을 뻗으면 닿을 만한 곳에 달수가 떨어뜨린 총이 보였다. 안간힘을 다해 발을 뻗어 총을 밀어 당겨 차서 자신의 손 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다행히 총을 집어 방아쇠 총구 방향을 배신자의 머리통 쪽으로 힘겹게 서서히 가져갔다.
“이··· 이런··· 제발 좀··· 죽어라.”
달수는 기를 쓰고 그녀의 목을 졸랐지만, 총구는 마침내 달수의 머리를 완벽히 겨누었고, 상황이 이리되니 죽을 수도 있단 긴장감에 눈꺼풀이 심하게 떨려왔다.
그녀가 겨우겨우 힘을 짜내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그녀의 손가락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최후의 발악을 했다. 그는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있는 힘껏 그녀의 목을 비틀었다.
그녀는 방아쇠를 당기려 했으나, 점점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손에서 총이 스르륵 미끄러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예진의 몸이 그대로 축 늘어졌다.
달수는 그녀가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을 뻗어 얼굴을 살짝 흔들었다. 미동조차 없는 그녀의 몸을 보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씨···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젠장. 그냥 한마디만 해줬으면 됐잖아···. 왜 다들 하나뿐인 목숨을 하찮게 생각하는 거야··· 이 씨··· 뭐 어디 목숨 하나씩 더 숨겨놨냐···.”
그는 바닥에 떨어진 총을 다시 챙겨 조용히 그녀의 집을 빠져나갔다.
**챠샤오빠오**
날이 밝았고, 여느 때처럼 가게에 아침 일찍 도착한 진은 옷에 밀가루가 묻은 채 안절부절못하며 가게를 뛰쳐나오는 사장과 마주쳤다.
“사장님, 무슨 일이세요?”
“예진이가 연락이 안 돼.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사장은 대답도 끝맺지 않고 뛰쳐나갔다.
진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멈칫했지만, 바로 그를 따라 달렸다. 둘은 십여 분 남짓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전력으로 달렸다.
**예진의 집**
사장이 먼저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문고리를 돌려 잡아당기자, 문이 잠겨 있지 않고 그대로 열렸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순간, 눈앞에는 차갑게 식어버린 예진이 쓰러져 있었다.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만 사장의 모습을 본 진은, 급작스러운 이 상황에 몸이 얼어붙었다.
사장은 한동안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얼굴을 어루만지며 체온을 확인했고, 코에 손을 대 숨을 쉬는지 확인했으나, 싸늘한 온기만이 전해졌다.
“예··· 예진아··· 예진아··· 일어나 봐··· 우리··· 아직 할 일이 많은데···”
그는 그녀의 몸을 가만히 흔들어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사장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내 탓이다··· 내 탓이야··· 내 고민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구나···”
미쳐서 넋이 나간 듯 흐느끼며 계속 같은 말을 되뇌는 사장을 바라보며, 진도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숨이 막혔다.
그녀의 죽음 앞에서, 둘은 한동안 넋이 나간 사람처럼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독립운동가 인물사전]
양근환 (梁槿煥, 1894~1950)
1921년 2월 16일, 친일파 민원식을 저격한 후 체포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2년간 복역했다. 해방 후에는 한국민주당 창당에 참여했으며, 1950년 9월 사망했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80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출처: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