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22화 - 발걸음

by 팬터피

**경찰서**

츠즈키는 달수와 통화가 끝나고 서장의 방으로 곧장 달려갔다.


“서장님, 독립군 한 명을 더 찾았습니다. 이름은 황익수. 이 놈을 잡으면 김좌진이가 오는 정보의 사실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 보입니다. 이 지역의 독립군 조직을 와해하는 데도 꽤나 도움이 될 거고요.”


“오! 그래. 확실한 정보인가?”


“네, 정보원에게서 들은 내용입니다.”


“그놈은 정리할 계획이라 하지 않았나? 꽤나 쓸모가 있군 그래.”


츠즈키는 서장 쪽으로 한 발 더 다가가 아까보다 톤을 낮춰 말을 이어나갔다.


“실은 이 조직은 점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근데 이 놈이 벌써 세 명이나 밀고를 했다는 건, 황익수라는 놈이 잡히면 이제 더 이상 그 정보원 놈에게 이 조직과 연결고리가 없어진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 말인즉슨, 저희한텐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놈이란 거죠.”


“그렇겠구만. 그럼 지금 당장 출동하나?”


“네, 기동대 1부대만 허가해 주신다면 지금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좋네! 바로 출동하게.”





**시내 호텔 골목**


예진이 죽고 죄책감에 시달린 형원은 제일 의심 가는 달수의 뒤를 파보려 했으나 별다른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터벅터벅 인력거를 끌고 가는데 저 멀리 예진이 걸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이를 보자마자 형원은 인력거를 내팽개치고 전력을 다해 반갑게 뛰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툭 쳤지만, 당연히도 그녀는 예진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아는 사람인 줄 알고.”


그는 시무룩해져서 힘없이 인력거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그 자리에 덩치가 크고 약간 인상이 험악하면서도 소년 같은 눈을 가진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바로 황익수였다.


“후이난 호텔로 가주시오.”


“네.”


형원은 천천히 인력거를 끌었다. 그녀가 죽은 뒤로는 뭘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자신의 실수가 나비효과처럼 번져 그녀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나 쓰였다.


“인력거꾼이 인력거를 두고 멀리까지 다녀오다니, 자네는 인력거를 한 지 얼마 안 되었나 보구만요.”


“···.많이 티가 나나 보네요···..”


손님의 말에 자기 물건을 실어주지 않는다며 초보라고 그를 놀리던 예진이 떠올라 갑자기 또 힘이 나지 않았다. 그때 본 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


“조선출신이죠?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셨고, 인력거도 한 지 얼마 안 됐고.”


“네?”


딴생각을 하다 갑자기 들어온 기습 질문에 형원은 당황했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말을 이어갔다.


“무당이세요? 사람을 진짜 잘 보시네요. 혹시 제가 왕이 될 상인가요?”


“하하. 왕이 될 상은 아닌데,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실 상이시네요.”


“어떤 나라요? 중국이요? 아님 일본이요?”


“그야 물론 대한제국이죠.”


뭔가 찝찝함을 느낀 형원은 달리던 인력거를 서서히 멈췄다. 그리고 뒤를 돌아 억지로 불쾌한 표정을 연기하며 말했다.


“이보세요. 이미 망해 사라진 나라에서 큰일을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여기저기 듣는 귀가 많으니 혹시라도 말씀 조심해 주십쇼. 하루 벌어 겨우 하루 사는 사람인데, 그러다 괜히 이상한 거에 휩쓸려 잡혀가기라도 하면 그동안 저는 굶어 죽습니다.”


그때였다. 경찰 트럭 두 대가 그들의 옆을 쌩하니 지나갔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후이난 호텔에 섰고, 약 스무 명 남짓의 경찰들이 우르르 트럭에서 내렸다.


“1소대는 안으로 들어가 놈을 찾는다. 그리고 2소대는 주변 검문검색을 한다. 놈은 덩치가 크고 안경을 썼다. 비슷한 놈과 수상한 놈은 우선 다 신분증 검사부터 해라.”


츠즈키가 부대를 지휘하자 형원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님을 봤고, 그 순간 그는 천천히 인력거에서 내리려 하고 있었다.


“근처에서 뭘 사 가야 하는데 깜빡했네. 이만 여기서 내리겠네.”


지나가는 이가 꽤나 많은 거리에서 익수는 인력거를 내려 호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주변에 사람이 꽤나 있어서 혹여나 사람들이 눈치챌까 두려워 뛰지는 못하고, 주변 사람들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호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걸 볼 수 있었다.


형원은 지금의 호텔 앞 어수선한 상황과 좀 전에 내린 손님의 표정, 그리고 그가 향하는 방향 등을 미루어 그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도 여러 번 겪어본 상황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이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잠시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손님이 간 방향으로 인력거를 끌고 냅다 뛰었다.


기동대와 경찰들의 행동은 재빨랐다. 이를 파악한 익수의 걸음은 더 빨라졌다. 그러나 걸어가는 방향 쪽으로 멀리 경찰 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그는 자연스레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위험한 상황을 피하려 하였다. 그러나 주변에 점점 경찰의 수가 많아졌고, 그들과 익수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결국 그들 중 하나가 익수의 인상착의를 보고 의심하며 더욱 빠르게 그에게 다가왔다. 익수 역시 그가 오는 것을 눈치챘고, 혹시 몰라 안경을 벗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형원 역시 경찰이 그에게 다가가는 걸 눈치챘다. 그래서 더욱 힘껏, 경찰보다 먼저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전력을 다해 그에게 다가가려 애썼다. 그러나 낮 시간에도 행인들이 꽤 있는 번화가라 거리의 사람들에 치여 속도를 내는 데 방해가 됐다. 그렇게 여차저차 마침내 그의 앞까지 다가갔고, 그를 태우려 그의 손을 잡으려던 순간···. 갑자기 행인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다른 경찰이 시야에 들어왔다.


“잠시 검문이 있겠다. 넌 조선인인가?”


“아닙니다. 전 중국인입니다.”


경찰이 익수에게 말을 거는 걸 보자마자 형원은 뻗었던 손을 거뒀다. 그 후 자연스럽게 그들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독립군으로 보이는 이 손님을 어떻게든 돕고 싶었으나 간발의 차이로 타이밍을 놓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 지역 사람이 아닌 듯한데 무슨 일이지?”


“전 이 지역 토박이입니다. 시내에는 사업차 누굴 만나려고 왔다가 이제 가는 길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신분증을 다오.”


익수는 신분증을 재킷 안주머니에서 꺼내며 총에 손을 가져갔다. 바로 쏘고 도망갈 것인가, 아니면 이럴 경우에 대비해 항상 지니고 다니는 위조된 신분증을 줄 것인가? 총을 꺼낼 기회는 지금뿐 없다.


“잠깐!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 안에 든 것은 무엇이냐?”


“네? 신분증을 꺼내는 중입니다.”


경찰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옷을 툭툭 만졌다. 그때 안주머니에 무거운 것이 툭 걸렸다.


“이건 뭐지?”


그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경찰을 익수는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긴장한 탓에 그의 등줄기에는 땀이 맺혀 흘러내렸다.





[독립군 인명사전]


조도선 (曺道先, 1879~?)


안중근 의거에 참여한 독립운동가로, 함경남도 홍원에서 태어나 러시아로 이주해 세탁업과 통역을 하며 생활했다. 1909년 하얼빈에서 안중근을 만나 우덕순, 유동하 등과 함께 ‘7인 동맹’에 가담하여 이토 히로부미 암살 계획을 준비했다. 원래 채가 구역에서 거사를 시도했으나 열차가 정차하지 않아 실패했고, 이후 안중근이 하얼빈역에서 의거를 성공시켰다. 이 일로 체포되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영화 '하얼빈'의 현빈이 연기한 인물의 모티브가 된 인물.


*출처: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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