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24화 - 속임수

by 팬터피

**챠샤오빠오**

호텔 앞에서 관동군과 경찰들의 수사에 혼선을 준 형원은 기동대의 수사 방향을 살필 겸 그들을 몰래 따라왔다. 결국 그들이 도착한 곳은 만두 가게였고, 내부는 뭔가 어수선해 보였다.


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식당을 향해 발을 뗐다. 식당문을 열었을 때, 사람들이 몰려 있는 주방 쪽에서 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장님은 지금 딸같이 아끼던 아이를 잃은 슬픔에 잠겨 아직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어떤 연유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찾아가지 마시고, 며칠 후에 다시 방문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 말을 하자마자 츠즈키는 그의 뺨을 세게 내려쳤다.


“니 놈이 지금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냐?”


경감의 위압적인 그 한마디에 그를 따라온 경찰들이 그에게 총을 겨눴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식당 사람들은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랐다.


츠즈키는 저번 죽은 아이의 숙소에 갔을 때에 이어 두 번 연속 기동대까지 대동해 출동한 이 마당에, 이번에도 지금 이대로 맨손으로 서에 복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너무 조용히 지내는 이 대련 사건 용의자라도 데려가 이것저것 털어볼까 생각했다.


“이 건방진 놈을 포박하라.”


“알겠습니다.”


급작스러운 그의 말에 형원은 깜짝 놀랐다. 다행히 주방장이 츠즈키의 손을 잡으며 부탁했다.


“경감님, 지금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로 식당 분위기가 심란합니다. 아직 어려서 실수를 한 듯한데, 이번 한 번만 눈 감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음··· 그래?”


간곡히 청하는 주방장을 온화한 미소로 쳐다보던 경감은 갑자기 정색하더니, 느닷없이 그의 정강이를 찼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폭행에 고개를 숙인 그의 얼굴을 향해 무릎으로 세게 가격했다.


주방장은 얼굴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츠즈키는 쓰러진 그를 계속 발로 찼다.


“하··· 씨.. 이것저것 만졌던 더러운 손으로 어딜 만져··· 너도 잡혀가고픈 게냐?”


격렬한 동작에 내려온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경감의 폭행은 계속됐고, 식당 사람들은 바로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지으며 어쩔 줄 몰라했다.


“어떻게···”


“누가 좀 말려봐요···”


형원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화가 났다. 가뜩이나 예진의 죽음 이후 죄책감에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데, 이런 불합리한 폭력을 보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자신이 나서면 혹여나 같이 쫓기고 있는 처지인 진도 위험해질 수도 있기에 망설였다.


그때 진이 주방장의 앞에 엎드려 그를 폭력 행사에서 막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순순히 잡혀갈 테니 주방장은 이만 용서해 주십쇼.”


“야. 비켜.”


“제발 노여움을 푸십쇼.”


“아이씨, 젠장. 꺼지라고!”


“부탁드립니다, 경감님!”


“어린놈이 겁대가리가 없구나.”


츠즈키는 천천히 자세를 낮춰 총을 꺼내 진의 머리에 가져다 댔다. 주변 사람들은 그 행동에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 했고, 실내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자신의 소중한 친구에게 일본 놈이 총구를 들이대자 형원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앞에 있는 기동대의 총을 빼앗아 바로 저 놈의 머리통부터 날려버려야겠다 생각했다.


‘앞에 군인 놈 총을 빼앗아 바로 저 미친 경감 놈 머리에 한발 쏜 다음, 그 양옆에 두 발. 그러면 남는 놈들이 일단 이 안은 다섯 명. 저기 만두귀 놈 쪽으로 구르면서 그 앞에 있는 놈 다리 쪽에 한 발. 그리고 만두귀 머리에 한 달. 그럼 남는 세명과 총소리를 듣고 들어오는 놈들이 문제인데···”


이렇게 눈을 돌리며 공격의 경로를 그리던 중 문 옆에 있는 사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장을 보자마자 형원은 바로 자신이 좀 전에 했던 생각을 접었다. 아마 사장이 그 타이밍에 오지 않았다면 그는 큰일을 저지르고야 말았을 것이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사장이 오랜만에 식당에 얼굴을 비췄다. 익수 본인이 위험에 빠진 연락을 받고, 그 불똥이 혹시나 식당 사람들에게 튈까 해서 부리나케 왔던 것이다.


“오호. 간만이십니다, 사장님. 큰일 마무리는 잘하셨습니까?”


“네. 덕분에 잘 보내주고 왔습니다. 근데 무슨 일이시죠?”


“바쁘시니 용건만 간단히 하죠. 황익수란 놈 아시죠?”


“아뇨.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손님들에게는 이름을 묻지 않으니 얼굴 보면 아는 분일 수도···”


그러자 옆 탁자에 뒀던 편수 만두를 사장에게 보였다.


“오늘 제보를 받고 독립군 활동을 한다는 자의 숙소를 급습했는데, 그 집에서 이게 나왔소. 얼마 전 이걸 누가 만드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말이죠··· 우연인 걸까요?”


사장은 그 만두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자신이 직접 하늘나라로 보내준 그 아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울음이 왈칵 나오려는 걸 꾹 참고 말했다.


“여기는 중국 내에서 개성과 멀지 않은 도시 중 하나라 그쪽 출신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이 만두는 그쪽 분들이 지금처럼 더울 때 많이 해 먹는 음식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우연입니다.”


“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할 말이 없네요. 어쨌든 이제 좀 진정이 되신 듯하니 조만간 서에 한 번 들르시죠. 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니까요.”


“네. 가게에 오랜만에 나온 거라 이것저것 정리가 필요합니다. 양해해 주신다면 바쁜 것들을 좀 처리하고 들르겠습니다.”


경감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그러시죠. 그렇지만 저도 이미 꽤나 오래 기다린 거라 아주 오래는 못 기다립니다.”


“네. 오래 안 걸릴 겁니다.”


츠즈키는 같이 온 경찰들을 물렸다. 그리고 사장에게 다가가 아무도 들리지 않게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시간이 얼마 없어요. 다음엔 또 누가 제 그물망에 들어올지 모를 일이니까요.”


그 말을 듣자마자 사장은 츠즈키를 노려봤다. 그는 사장의 눈빛을 비웃음으로 응대하고 천천히 그곳을 나갔다.


어찌 됐든 사장의 개입으로 위험한 순간이 지나고, 츠즈키가 기동대와 함께 돌아가자 형원도 조용히 주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식당문을 나서려는 순간, 때마침 일을 하러 들어오는 달수와 마주쳤다. 예진의 죽음 이후 처음 그를 보는 순간이었다.


“야, 이 새끼야! 너 뭐야!”


형원은 그를 보자마자 냅다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안에서 짧은 순간 고민과 울분 등이 한순간 터져 나왔던 것이다.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그날 사장님이 그 아이의 집에 가는 걸 말해줬는데···. 그날 바로 그 애가 죽었어. 뭔가 이상하지 않아?”


“동지, 아시겠지만 저는 조국을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같은 동포에게 해코지를 할 리가 있겠습니까?”


“웃기지 마, 너 같은 거 이제 안 믿는다.”


달수는 형원이 크게 흥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가 흥분했을 때만큼 실수를 잘 유도할 수 있는 기회는 없다. 진은 소름 끼칠 정도로 매번 차분해서 자신이 뭘 더 하기가 힘들었는데, 이 다혈질적인 친구는 잘만 자극하면 뭐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기억나실지 모르겠지만··· 대련에서 제가 두 분 도망치시는 모습을 보고 멀리 광장으로 뛰어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총독님이 피신 중 또 테러를 당하셨다. 저놈들은 미끼다. 전 대원은 광장 앞쪽으로 이동하라.”


“···..”


형원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갑자기 그때가 떠올랐다. 포위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멀리 어딘가에서 누군가 소리치는 게 들렸다. 우리가 미끼고, 총독이 피살당했다고. 그 말 한마디에 포위망이 뚫렸고 다행히 그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가 배신자라 확신했는데, 그때 우리를 도와준 은인이라고?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나? 근데 만약 그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면··· 그때 그 상황을 어찌 알 수 있지?


이 사람··· 독립군이 맞는 건가? 왜 거기 있었는지 물어보기라도 해 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맴돌아 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독립운동가 인물평전]


후세 다쓰지 (布施辰治, 1880~1953)


일본의 쉰들러라고 불리는 그는 일제강점기 조선의 독립운동을 지원한 일본인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다. 1911년 일본의 한국 침략을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2·8 독립선언 주도자와 김지섭 등 독립운동가들의 변호를 맡았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의 진상규명에 나섰으며, 조선인들의 토지 반환 소송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선인의 인권을 옹호했다. 1953년 일본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대한민국 정부는 그의 공로를 기려 2004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출처: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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