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 편수만두
**시내 호텔 앞 번화가**
“잠깐. 멈춰라.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발음도 살짝 뭔가 이쪽 사람들과 다르고 말이야..”
“네? 그럴 리가요?”
“안 되겠다. 소지품을 한 번 뒤져봐야겠다.”
그러더니 총을 겨누고 가까이 다가와 그의 옷을 툭툭 만졌다. 그때 안주머니에 무거운 것이 툭 걸렸다.
“이건 뭐지?”
그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관동군을 익수는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긴장한 탓에 그의 등줄기에는 땀이 맺혀 흘러내렸다.
“용의자가 이쪽에 있다! 호텔 뒤로 도망친다! 잡아라!”
갑자기 호텔 쪽에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큰 고함 소리가 들렸고, 일제히 경찰들이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익수를 검문하던 군인 역시 그 소리를 듣자마자 재빨리 호텔 뒤편을 향해 뛰었다.
익수는 자신 앞에 있던 경찰이 멀어지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만지고 모자를 벗어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는 경찰들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빠르게 번화가를 벗어났다.
경찰들은 호텔 뒤편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이, 삼십 명 남짓이 한 군데에 몰렸으나 그중 아무도 황익수를 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이곳에 도착한 츠즈키는 잠시 후 상황을 파악했다.
“누군가 연막 작전을 핀 듯하다. 이미 멀리 도망쳤을 듯하니 호텔 앞 쪽으로 빠르게 뛰어가 멀리 퍼져 수색을 펼쳐라.”
츠즈키의 말처럼 경찰군은 교란 작전에 당한 것이었고, 이는 형원이 임기응변으로 펼친 꾀였던 것이다. 그는 익수를 바로 앞에서 구하지 못한 후 빠르게 호텔 뒤편으로 갔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아까와 같이 소리 지른 뒤 유유히 그곳을 빠져나왔던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진과 대련에서 도망치던 중 사방으로 포위돼 위험에 빠졌을 때, 누군가가 자신을 이렇게 도와줬던 것이 갑자기 생각나 그대로 시도했던 것이다.
츠즈키는 호텔 직원에게 물어 황익수의 방을 찾아냈다. 그러나 방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이전에 체포한 독립군들도 그랬다. 그들은 집에 단서가 될 만한 어떤 것도 남겨두는 법이 없었다. 심지어 그냥 집에 아무것도 없었다.
얼핏 보면 사람 사는 곳 같지만 자세히 보면 추억이나 취미 등 그 사람을 추측할 만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뭐랄까? 매번 느끼는 거지만 유령이 사는 것만 같은 휑한 느낌이었고 어디든 그랬다.
“독한 놈들. 한심하기 그지없구나.”
이렇게 자신의 삶조차 없는 공간을 볼 때마다 그는 독립군 놈들이 이해가 안 갔다. 그냥 어느 정도 세상에 맞춰 살면 그럭저럭 살 수 있을 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주로 신념이 확고해서 취조를 해도 끝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결국 죽음까지 택하는 모습은 솔직히 그럴 수도 있겠다 이해가 조금 가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1년 365일 24시간 모든 시간과 삶을 이렇게 자신의 목표를 위해 긴장하고 산다는 건 너무 피곤하고 가치 없지 않은가?
이렇게까지 자신의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살아가는 삶은 어떨까? 그건 너무 잔인하고 멍청한 짓이다. 솔직히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되는 걸 어리석게도 이렇게 살고 있는 이들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지만 숙소에 아무런 흔적이 없다고 이대로 서에 돌아갈 순 없었다. 서장에게 기세등등하게 기동대까지 허가를 받아 출동한 건데, 저번 그 여자아이 집에 이어 두 번 연속 허탕치고 돌아가기엔 체면이 서지 않았다.
그러다 나무로 된 냉장고를 열었는데 그 안에 빚어놓은 만두들이 있었다. 별다른 게 없다고 생각해서 문을 닫았다가 츠즈키는 갑자기 뭔가 떠올라 다시 문을 열었다. 만두 모양이 다른 곳에서 흔히 보지 못한 모양이었던 것.
그 만두는 일반 만두와 달리 동그랗지 않고 네모나고, 그 상태로 엑스(×)자 모양으로 끝을 붙인 편수 만두였다. 츠즈키는 이 모양의 만두를 딱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며칠 전 출동했을 때, 그 죽은 여자아이 집에서였다.
“잡았다, 이놈들.”
츠즈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 만두집 노친네에게 덫을 칠 제대로 된 미끼가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다.
“자! 모두 철수한다. 챠샤오빠오로 가자.”
그렇게 경감은 수색 중이던 기동대를 물리고 만두가게로 출발했다.
**챠샤오빠오**
예진의 장례식 이후 식당의 분위기는 침울함 그 자체였다. 사장은 며칠째 가게에 나오지 않았고, 일하는 사람들도 별다른 말 없이 일하다가 가끔씩 멍하니 다른 곳을 쳐다볼 때가 많았으며 어쩌다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녀의 밝은 에너지가 식당에 차지하는 분위기가 컸었는데 갑자기 사라지니 이 식당의 장점이 사그라든 듯했다. 그래서인지 식당 손님도 예전처럼 바글바글하지 않았기에 상대적으로 그녀와 사장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사장님이라도 오셔야 분위기가 나아질 텐데 원···”
“그러게. 사장님은 좀 괜찮아지셨으려나···”
사장의 부재가 닷새가 넘어서자 사람들은 그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가 그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걸 다들 잘 알고 있기에 그마저 잘못될까 걱정이 된 것이다.
그렇게 다들 우울하게 점심 장사 마무리를 하고 있을 때, 츠즈키가 경찰 셋을 데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만두가 든 보자기가 들려 있었다. 일하던 사람들은 일을 멈추고 최대한 그와 멀리 떨어져 힐끗힐끗 그를 관찰했다. 그는 곧장 주방으로 갔다.
“사장은 아직 출근 전인가?”
“네, 아직 안 나오셨습니다.”
“자네는 주방장인가?”
“네. 맞습니다.”
“그럼 혹시 이 만두에 대해 아느냐?”
그는 아까 호텔에서 본, 네모난 모양으로 앞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만두를 주방장에게 내밀었다. 그는 만두를 보자마자 반가워했다.
“이건 편수 만두라 하는 것이옵니다.”
“혹시 이 식당에도 파느냐?”
“아뇨, 저희뿐 아니라 이 지역엔 없을 듯합니다.”
“근데 넌 이를 어찌 아느냐?”
“개성 쪽에서 여름에 자주 먹는 만두인데 할머니께서 그 지역 분이시라 어릴 적에 여름이면 먹곤 했습니다.”
“음··· 그렇구나.”
그러다 문득 사장과 경찰서 앞에서 잠깐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는 여기 오기 전 개성에서 농사를 지었다고 했었다.
“사장이 개성 사람 아니더냐?”
그의 이 한마디에 주방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바라봤다. 이게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진 역시 이상함을 느꼈다.
“아··· 아닙니다. 사장님 고향은 한성입니다.”
“뭐, 그건 내가 가서 물어보면 알겠지.”
이때 진이 둘의 대화에 끼었다.
“사장님은 지금 딸같이 아끼던 아이를 잃은 슬픔에 잠겨 아직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어떤 연유이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찾아가지 마시고, 며칠 후에 다시 방문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 말을 하자마자 츠즈키는 그의 뺨을 세게 내려쳤다.
“네 놈이 지금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냐?”
경감의 위압적인 그 한마디에 그를 따라온 경찰들이 그에게 총을 겨눴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식당의 사람들은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랐다.
[독립운동가 인명사전]
최철호 (崔哲鎬, 1915~1941)
조선의용대에서 활약한 항일 독립운동가로, 1937년 중국으로 망명해 육군군관학교에서 군사 교육을 받았으며, 1938년 창설된 조선의용대에 참여해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일본군과의 교전에서 첩보 활동과 군사 작전에 기여했으며, 1941년 화북지역 호가장 전투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93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출처: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