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60화 - 마무리 그리고 새로운 만남

by 팬터피

**챠샤오빠오**




“지금 적은 우리 쪽에서 사람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소. 알고도 가겠다는 건가요, 이 장군?”




“황 단장도 우리를 살리기 위해 저 지옥길을 뛰어왔습니다. 그도 모르고 뛰어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함정이고, 제겐 이 장군의 목숨도 중요해요.”




“장군님, 그래도 저 사람을 저대로 죽게 놔둘 순 없습니다.”




그때 다시 한번 총성이 울려 퍼졌고, 둘은 깜짝 놀라 황 단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총알은 황 단장에게 박혔다. 그가 움직이려 하자 또다시 저격수가 경고의 의미로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으읍.”




그는 다른 독립군들이 걱정할까 봐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버텼다. 다행히 이번 총알은 아까처럼 탄통에 맞았고, 그에게 치명상을 입히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몰라 숨을 죽인 채 안타까워하며 황 단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헌병대장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처음에 생각한 것처럼 쉽게 일이 풀리지는 않아 많은 병력을 잃고 고전 중이지만, 그는 이번을 기회로 상대의 기세를 꺾어 전세를 역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놈들이 조용하구나. 저놈 주변에 한 발 더 쏴라. 지금은 절대 죽이면 안 되니 조심해서 쏘거라.”




저격수는 바로 방아쇠를 당겼고, 이는 황 단장의 왼쪽 다리 옆 마른 바닥에 박혔다. 그때 병사 하나가 뛰어와 헌병대장에게 경례를 했다.




“대장님, 대포 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시를 내려주시면 즉시 공격하도록 하겠습니다.”




“잘됐구나. 이제 이 지겨운 싸움도 끝이다. 바로 발포하도록.”




“네!”




그는 다시 경례를 하고 건물 아래로 빠르게 뛰어내려 갔다. 헌병대장은 지난 몇 시간 동안 쌓였던 분노가 이제서야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포를 곧 쏠 테니 저놈은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그냥 쏴 죽여라.”




“네, 알겠습니다.”




저격수는 다시 황 단장을 향해 한 발을 쐈고, 이번에는 그의 어깻죽지를 관통했다.




“아악!”




고통을 참고 있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참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웠다. 이를 본 이범석 장군은 바로 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때 ‘펑’ 하고 큰 소리가 나더니, 몇 초 뒤 건물 지붕이 천둥과 같은 소리를 내면서 터졌다.




수리를 마친 대포가 다시 작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이 폭발의 충격으로 문 바로 앞으로 나왔던 범석은 물론 식당 안에 있던 모든 독립군들이 쓰러졌다.




일본군은 또다시 전면 사격을 개시했다. 이에 주변에서 경계하던 다물단 인원들도 경계 사격을 시작했다. 그 요란한 소리를 뚫고 큰 고함 소리가 그 주변에 울렸다.




“발포하라!”




또다시 포가 건물의 외벽을 부쉈고, 식당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총알이 다 떨어져 아무런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무력함 그 자체였고, 그들의 사기는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




혼란 속에서도 범석은 거리에 쓰러져 있는 황 단장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건물 밖으로 나왔고, 이를 본 백야 장군도 같이 나와 황 단장을 일으켜 부축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본 저격수가 헌병대장에게 곧바로 보고를 했다.




“김좌진이 건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헌병대장은 망원경으로 이를 확인했다. 그리고 광기 어린 미소를 띠우며 저격수에게 명령했다.




“도망치지 못하게 그의 양다리를 쏴버려라.”




이때 멀리서 포병의 외침이 동시에 들렸다.




“발포하라!”




이 신호에 포병들은 발포를 하기 위해 심지에 불을 붙였다. 심지가 타오르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저격수가 백야 장군의 다리를 노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독립군에게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펑!




포가 큰 소리를 내며 터져 나왔고, 독립군들은 다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곧장 오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 소리는 지금 그들이 있는 건물이 아닌 옆 건물에서 난 소리였다.




또한, 저격수의 총알도 백야 장군의 다리를 명중하지 못했다. 이를 본 헌병대장은 짜증이 났다.




“그것도 제대로 못 하나!”




“팔에 총을 맞았습니다.”




저격수의 팔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때 한 병사가 뛰어와 소리쳤다.




“뒤에서 적들이 공격해 옵니다.”




“뭐? 그럼 빨리 막아!”




“그러려는데, 저희 방탄 차량에 기관총을 탈취한 놈들이라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멍청한 놈들. 그걸 뺏기면 어쩌자는 거야! 이 동네엔 제대로 된 군인이 없는 것이냐!”




이회영 선생이 탈취한 차량을 몰고 거리를 가르고 있었다. 진은 그 옆에 앉아 권총으로 적을 저격했고, 황 단장이 위험한 걸 보고 저격수를 바로 쐈던 것이다.




짐칸의 기관총은 형원의 몫이었다. 그의 계속된 공격에 포병들이 쓰러져, 방금 발포한 대포의 각이 틀어졌고, 표적과 다른 곳에 발사된 포는 적이 아닌 아군을 공격하게 되었다.




“장군님, 저희가 엄호할 테니 황 단장부터 챙겨주십시오.”




회영은 차를 자신의 가게 앞에 세우고 백야 장군에게 소리쳤다. 이에 장군은 범석과 함께 황 단장을 부축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단장님이 목숨 걸고 가져오신 탄입니다.”




이범석 장군은 사람들에게 실탄을 나눠줬다. 독립군들은 이를 받아 재빨리 사격을 다시 시작했다.




전세는 다시 급격히 독립군 쪽으로 기울었다. 기관총의 난사로 상대는 제대로 대응 사격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렇다 보니 각 건물의 주요 장소를 점령했던 인원들이 다물단의 게릴라 전술에 쉽게 격파당했다.




또한, 처음 식당에서 함정에 빠진 것부터 계속해서 병력 손실이 컸던 일본군은 이제 병력으로도 상대를 크게 압박하지 못했다.




“저 건물에 적의 수장이 있다고 합니다.”




다물단의 최주영은 일본 병사를 고문해 정보를 입수한 뒤 이를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러자 독립군들이 일제히 그 건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침의 기세등등했던 것과 달리 이 전투의 패색이 짙어짐을 깨달은 헌병대장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항상 자신만만했던 자신의 무지했음을 그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촌구석 멍청한 놈을 너무 쉽게 믿어 이 사단이 났구나.”




그는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꺼내 자신의 관자놀이에 가져다 댔다.




“대장님, 안 됩...”




옆의 병사들이 그를 말리려고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한 발 늦었고, 방아쇠는 당겨졌다.




탕!




주변의 계속되는 총격전 속에 유독 이 소리는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자신의 상사가 눈앞에서 자결하는 모습을 보고 실의에 빠진 병사들은 무기를 떨궜다.




“모두 엎드려.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일본군은 모두 엎드렸고, 독립군들은 그들을 포박했다. 그리고 옥상에서 소리쳤다.




“전투는 끝났다. 일본군 대장이 항복했다. 다시 한번 알린다. 너희 수장이 항복했다.”




이 말을 들은 일본군들은 모두 공격을 멈추고, 무기를 내려놓았다.




“이 장군, 황 단장을 잘 챙겨주시구려. 난 경찰서를 폭파하러 다녀오겠소.”




“네,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그렇게 백야 장군은 나머지 병력을 이끌고 떠났다. 그리고 잠시 후, 우당 이회영 선생이 형원, 진과 함께 달려왔다. 범석은 달려오는 형원을 계속해서 뚫어지게 쳐다봤다.




“황 단장, 괜찮소?”




“네, 형님. 이 정도는 끄떡없습니다.”




“이런 미친 사람이 다 있나. 이야기 들었네. 아니, 덩치 크다고 총알 안 박히냐?”




“그만하세요, 형님. 이렇게 잘 살아있지 않습니까.”




우당 선생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이에 익수는 깜짝 놀랐다.




“형님, 뭘 울고 그러십니까··· 제가 죄송합니다.”




“다들 반대했는데 내가 끝까지 하자 해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이렇게 이겼잖아요. 오늘의 승리가 나중에 우리나라를 다시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이 장군도 우당 선생의 등을 토닥였다.




“맞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너무 위험해 보여 반대했지만, 오늘의 희생이 우리 조선을 하나로 모으는 데 분명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무단장행 기차 안**




일본군이 무력화된 통화시의 며칠은 평화로웠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기 전까진 이 고요함이 계속될 리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신민부와 다물단은 관동군의 위협이 아직은 덜한 해림시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그들은 이전처럼 삼삼오오 따로 모여 기차를 타기로 했다.




형원은 진과 회영, 그리고 범석과 같은 자리에 앉았다. 기차가 출발할 때쯤 진이 회영에게 물었다.




“선생님, 저희는 그곳에서 무엇을 하게 될까요?”




“음··· 우선 우리는 ‘재만조선무정부주의자연맹’을 조직하려 하네.”




“아··· 그러시군요.”




“이름은 거창하지만, 그냥 단순하게··· 우리는 모두 평등한 존재란 이념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는 거지.”




“음··· 그거 참 마음에 드네요, 선생님.”




고개를 끄덕이던 회영은 계속 다른 말 없이 형원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범석에게 말을 걸었다.




“근데 이 장군님, 왜 백야 장군님과 같이 안 가시고···.”




“아··· 장군님은 옆에서 챙길 게 너무 많아서요···”




“네?? 하하하.”




“실은···. 이 친구에게 묻고픈 게 있어서요.”




자신을 가리키는 범석을 보고 놀란 형원이 편히 앉아 있다가 허리를 곧추세우며 물었다.




“네? 장군님. 저요?”




“응. 자네.”




“어떤···..?”




“자네 이름이 형원이라 했나?”




“네, 맞습니다.”




답을 하며 범석을 자세히 바라본 형원은 갑자기 그를 예전에 어디서 본 듯한 느낌에 움찔했다.




“어··· 어.”




“혹시 성이 최가인가?”




“네···.. 혹시···”




“기억나나? 아버지 성함이 최, 태자 석자 맞으신가?”




“네, 맞습니다. 그럼 장군님이··· 그때··· 저희 집에 오셨던···”




이 장군은 형원의 손을 덥석 잡으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래, 맞네. 하하. 이렇게 잘 컸구나. 녀석. 반갑다. 정말 반가워. 나는 네가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형원도 그를 바라보며,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들이 생각나 울컥 눈물을 터뜨렸다.






**-시즌 1 끝-**






[독립군 인물 평전]




노응규 (盧應奎, 1861~1907)




경남 함양 출신의 유학자이자 의병장으로, 호는 신암이다. 을미사변 이후 진주에서 의병을 일으켜 부산까지 진격하였으나 실패하고 가족까지 희생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이후 을사늑약 체결에 반대해 다시 의병을 조직, 경부선 철도 파괴 및 일본군 공격 등 무장투쟁을 전개하였다. 1907년 체포되어 옥중 순국하였고, 정부는 1977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였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함양문화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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