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 희생
**수송차량 주변**
진과 사장은 서로를 조준하고 있었고, 둘은 침이 바짝 마를 정도로 긴장했다. 멀리서 이 상황을 본 형원이 다급히 그들을 향해 뛰었다.
“저기 잠시만!”
그러나 형원이 도달하기도 전에 진이 총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의사 선생님께 말씀 전해 들었습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회영 선생님.”
그들을 말리려 뛰어오던 형원이 사장의 존함을 듣고 깜짝 놀라 있던 자리에서 멈춰 섰다.
“뭐? 우당 이회영 선생님?”
진의 말을 듣고 사장도 안도의 한숨을 쉬며 총을 내려놓았다.
“아니오. 내가 대련의 영웅분들을 몰라보고 실례가 많았소.”
셋은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 서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서로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요 며칠간 마음고생했던 것들을 홀가분하게 날려 보내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우당 선생이 입을 열었다.
“우선 대포부터 망가뜨릴까요?”
“네네. 그래야죠.”
그의 한마디에 진과 형원은 후다닥 대포가 있는 수송차량 위로 올라갔다. 무기를 꼼꼼히 살펴보던 형원은 고개를 들고 이회영 선생을 쳐다봤다.
“근데 이거 어찌 고장 내죠?”
옆에 있던 진과 우당 선생도 딱히 아는 바가 없는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류허현 독립군 마을**
“위에 적들이 있다. 최대한 은폐 엄폐해서 다가가도록! 놈들은 이제 독 안에 든 쥐다.”
그들은 사방을 빙 둘러 독립군들의 무리가 보이는 곳으로 조용히 접근했다. 촘촘하게 감싸 접근 중이었기에 누구 하나라도 이를 빠져나가긴 쉽지 않아 보였다.
결국 그들은 목적지 근처에 접근했고, 나무 뒤에 몸을 숨겨 각자 수신호를 했다. 그리고 상대를 포위했을 때, 지휘관이 외쳤다.
“전원 공격!”
일본군은 지휘관의 신호에 따라 적을 반원으로 둘러싸 일사불란하게 상대를 향해 총을 쐈다. 그 모습은 가히 학살에 가까웠다. 잔인한 그들은 잠시도 사격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숨어 있던 사람이 퍽 하고 쓰러졌고, 그들은 그를 향해 무자비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단 몇 초 만에 그것이 사람이 아닌 허수아비란 것을 알 수 있었고, 총알의 불씨로 인해 여기에 불이 붙었다.
“어! 엇! 불이다!”
이건 비극의 시작이었다. 허수아비에 붙은 불은 순식간에 여기저기로 번졌고, 그들이 서 있는 곳까지 옮겨왔다.
펑! 펑! 펑! 펑!
그리고 일본군이 서 있는 일부 공간을 비롯, 여러 곳에서 폭파가 일어났다. 순식간에 일대는 불바다가 되었고,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아아악!”
“함정이다. 모두 후퇴하라!”
실은 이곳은 적의 침입을 대비해 예전부터 산 중턱 곳곳에 마련해 둔 함정이었다. 나무에 가발이며 옷가지, 허수아비 등을 붙여서 뒤에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함정을 파 놓고, 주변 바닥에 기름통 및 폭탄을 설치해 놓은 것이다.
거기에 더해 적들의 침입 소식을 듣고, 주변 바닥과 나무에 기름을 듬뿍 뿌려 불이 쉽사리 번질 수 있게 준비를 해 놓았다. 이 미끼를 문 일본군은 활활 타오르는 산속에 갇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뭘 그렇게 보고 있나?”
“그냥. 나름 여기가 정들었는데, 이렇게 다 태워버리고 가는 게 아쉬워서.”
마을과 산을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 자명에게 다른 독립군이 말을 걸었다. 그들은 일본군이 쥐덫을 제거하는 그 시끄러움을 틈타 적들을 지나 마을로 내려왔던 것이다.
“주변에 추격대가 있을지 모르네. 빨리 이동해야 하네.”
“그렇지. 조심해야지. 빨리 이동합시다.”
바라보던 산과 마을을 등지고 막 출발하려던 그때, 강아지 다섯 마리가 그에게 다가왔다. 자명은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희도 고생이 많았다. 가자.”
그렇게 이 마을에 거주하던 다물단 단원들은 정들었던 마을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챠샤오빠오**
“열셋.”
“아홉.”
“열넷.”
“그냥 숫자 세는 연습하시는 거 아니죠?”
“열다섯.”
이범석 장군은 옆에 있는 창균을 슬쩍 째려봤다. 역시 호랑이 잡는 포수단 출신답게 사격에 대해서는 최고의 실력을 자랑했다. 저격수로 꽤나 자부심이 있는 범석이었으나 창균의 계속된 명중 실력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그는 감탄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장총의 탄환이 이제 거의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백야 장군도 마찬가지였다. 만두집에 미리 준비해 둔 총알이 이제 거의 다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장군님, 총알이 이제 다 떨어져 갑니다.”
“밖으로 나간 인원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으니 조금 기다려봅시다.”
장군의 바람과는 달리, 주변의 공격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식당 주변의 적들을 무력화하고, 그들의 무기를 빼앗아 오는 게 다물단 단원들의 원래 계획이었다.
그러나 독립군이 각 건물을 게릴라 방식으로 기습 공격을 하는 것을 두세 번 당한 뒤로는 적들도 이를 눈치채고 더욱 경계를 강화하고 있었다.
더욱이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알들 때문에 탈취한 무기들을 챙겨 다시 만두가게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았다. 때문에 밖으로 나온 독립군들은 처음 나왔을 때와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황 단장, 뭐 하려고 그걸 꾸리고 있나?”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황 단장은 탄통을 큰 보자기에 싸서 가방처럼 등에 짊어졌다. 그는 보자기 끝을 더욱 꽉 졸라맸다.
“건물 안에 총알이 다 떨어지면 안에 있는 사람들 다 끝이에요. 먼 길 오셨는데 여기서 개죽음당하실 수는 없죠.”
그는 바로 식당을 향해 뛰려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같은 단원인 최주영이 이를 막았다.
“못 가네. 그러다가 자네가 죽을 수도 있어.”
“형님, 지금 이럴 시간이 없어요. 형님은 다른 분들과 같이 지원 사격만 잘해주세요.”
“조금만 생각을 더 해보자고. 무식하게 그냥 갔다가 도착하기도 전에 총에 맞으면 어쩌려고!”
“저는 한두 발 맞아도 끄떡없습니다. 아시잖아요. 전에 의주에서 온 배신자한테 총에 맞았던 거요. 그다음 날 저랑 같이 한 잔 하신 거 기억하시죠?”
“야! 황익수! 헛소리 그만하고 그거 내려놔!”
상대의 갑작스러운 호통에 황 단장은 잠시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깜짝 놀라 앞에 있는 옥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어엇! 저기 위에!”
그러자 주영도 놀라 움츠리며 뒤를 바라봤다. 익수는 그 틈을 타 큰 덩치에서 나오는 힘으로 앞에 있는 주영을 옆으로 밀고 만두가게를 향해 달려갔다.
“야! 야! 다물단 전원! 황 단장 엄호 사격!”
이 말을 들은 다물단 인원들은 물론 만두가게에 있던 신민부 사람들까지 일본군이 총을 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총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압도적인 병력의 차이로 인해 일본군들은 독립군의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에게 대응 사격을 했다. 말 그대로 양측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다.
양쪽으로 엄청난 양의 총알이 빗발치는 그 사이를 뚫고 황 단장은 계속 뛰어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본군은 그를 놓치지 않았다.
“저쪽에 건물로 다시 들어가려는 놈이 있습니다.”
“저 놈을 그냥 두지 마라!”
일본군은 황 단장이 뛰어가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그를 사살하라고 명령했다. 그로 인해 몇백이 넘는 총구가 그에게 향했다. 수십 발의 총알이 그의 주변을 훑고 있었다. 그는 오히려 눈을 감았다. 눈 뜬 자는 두려워 떤다. 감은 자는 오직 앞으로만 뛴다.
그에게 계속해서 총알들이 날아왔고, 갑자기 그가 앞으로 넘어졌다. 총알 몇 방이 한꺼번에 날아와 등에 있던 탄통에 꽂혔던 것이다.
“적의 저격을 방해하라! 동지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
백야 장군이 절실하게 외쳤다. 그의 호소에 의해 모든 독립군들은 벽 뒤에서 나와 정면으로 사격을 했다. 일본군은 상대의 기세에 눌려 엄폐물 뒤에 숨어 제대로 저격을 하지 않은 채 사격을 진행했다.
황 단장은 이 기회를 틈타 재빨리 일어나 다시 뛰었다. 이제 몇 발자국만 더 뛰면 건물 안에 도달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러나.
탕! 탕! 탕! 틱! 탕! 틱! 틱! 탕! 틱! 틱! 틱! 틱!
안타깝게도 결국 건물 안에 총알이 다 떨어져 더 이상 공격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를 눈치챈 일본군은 다시 상대를 향한 무자비한 공격을 시작했다.
“아악!”
황 단장이 건물 거의 앞에 다 와서 왼쪽 다리에 총을 맞고 다시 쓰러졌다. 그의 다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번에는 오른쪽 다리에 총을 맞고 또다시 쓰러졌다.
그가 쓰러진 걸 보자마자 일본군은 사격을 멈췄다. 그때를 틈타 황 단장이 일어나려 했지만, 저격수 하나가 다시 그의 다리를 쐈고, 그는 또다시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의 양다리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이때, 2층에 있던 이범석 장군이 1층으로 뛰어 내려왔다. 그는 황 단장을 부축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려 했다. 그러나 김좌진 장군이 이를 말렸다.
“지금 적은 우리 쪽에서 사람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소. 알고도 가겠다는 건가요, 이 장군?”
“황 단장도 우리를 살리기 위해 저 지옥길을 뛰어왔습니다. 그도 모르고 뛰어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함정이고, 제겐 이 장군의 목숨도 중요해요.”
“장군님, 그래도 저 사람을 저대로 죽게 놔둘 순 없습니다.”
그때 다시 한번 총성이 울려 퍼졌고, 둘은 깜짝 놀라 황 단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총알은 황 단장에게 박혔다. 그가 움직이려 하자 또다시 저격수가 경고의 의미로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으읍.”
그는 다른 독립군들이 걱정할까 봐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버텼다. 다행히 이번 총알은 아까처럼 탄통에 맞았고, 그에게 치명상을 입히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몰라 숨을 죽인 채 안타까워하며 황 단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독립운동가 인물 평전]
최주영 (崔周永, 1899~미상)
경북 안동 출신의 독립운동가로, 1919년 3·1운동에 참여한 뒤 만주로 망명하여 의열단에 가입하였다. 이후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의용대에 입대하여 무장투쟁과 선전 활동에 참여하였다. 특히 화북지대에서 활동하며 항일전선의 확대에 기여하였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였다.
*출처 :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