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76화 - 서울진공작전

by 팬터피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1945년**


형님과 그의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거의 십 년간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왔던 범석은 태석의 아들인 형원을 통화시에서 다시 만나 하늘에 감사했다.


그는 형원과 진을 곁에 두면서 독립군 훈련 및 각종 임무를 같이하였고, 여러 고난과 죽을 고비들을 넘기며 나라를 위해 거의 15년 가까이 싸웠다.


둘은 이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굵직한 임무를 담당하는 지휘관으로 거듭났다. 형원은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저격수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그 능력을 인정받았고, 머리가 비상하고 영어에 능통한 진은 작전 수행 능력과 외교, 협상 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범석 장군은 오랜 기간의 독립 활동과 다수의 전쟁 참여로 익힌 전투 지휘 능력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임시정부 휘하 정식 군대인 한국광복군의 참모장이 되었다.


오직 하나의 목표, 나라의 독립만을 위해 수십 년을 살아온 그들은 더욱 치밀하고 잔혹해진 일본의 압박을 피해 상하이, 항저우, 치장 등을 거쳐 충칭에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한국광복군의 작전실. 벽에는 지금의 황해도와 경기도의 지도가 커다랗게 걸려 있었고, 주요 지점마다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참모장 이범석이 중앙에 서서 각 부대의 리더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오랜 시간 품어온 의지와 결의가 묻어 있었다.


이범석 참모장이 입을 열었다.


“일본과 미국의 전쟁에서 일본의 패색이 짙어졌소. 심지어 독일도 얼마 전 항복을 선언하였소.”


“네, 맞습니다. 이제 소련 및 미국, 그리고 유럽의 국가들이 이 전쟁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으려 할 것입니다.”


“그렇소. 그래서 이 혼란을 틈타 우리는 서울로 진격할 것이요.”


이 말 한마디에 내부의 분위기가 한 번에 바뀌었다. 너무도 파격적인 그의 제안에 다들 기대 반 걱정 반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좌절했던 걸 다들 알 거요. 그렇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릅니다. 그리고 미국 등의 나라와 합공작전도 이야기 중이니 이번에는 고향 땅을 밟을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요.”


그는 사람들의 결의에 가득 찬 눈빛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 이번 작전은 조국의 심장부를 되찾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우리 광복군이 여기까지 온 것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소.”


형원은 그의 말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토록 그리던 조국을 되찾겠다는 염원이 가까이 다가온 것만 같았다.


그의 옆에는 진이 서 있었다. 그들 모두 이범석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고 있었다.


“형원, 진. 두 사람의 부대는 이번 작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거요. 선봉에 서서 임진강을 건너 서울로의 길을 열어야 하오.”


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의 38선 부근을 가리켰다.


“저희 부대가 첫 공격을 맡게 된다면, 방어선을 뚫고 적진으로 진입해야겠네요. 이 강을 넘는 순간부터 치열한 전투가 예상됩니다.”


형원도 지도의 초소와 다리 부분들을 짚으며 의견을 보탰다.


“각 다리마다 방어선을 구축해 두었을 테니 다리를 건너는 것은 너무 일찍부터 적의 눈에 띄게 됩니다. 이쪽은 강의 폭이 좁아 초소가 촘촘히 있고 방어선이 두텁기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여기는 물살이 강해 저쪽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곳이야. 우리는 이쪽으로 강을 건너 초소를 급습해야지만 큰 출혈 없이 이 부근을 장악할 수 있을 거야.”


“최대한 은밀하고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좋겠어. 우리가 내려왔다는 소식이 서울에 최대한 늦게 들어가야 우리가 이길 확률도 올라갈 테니.”


진도 자신의 생각을 더 거들었다. 범석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우리가 방어선을 뚫고 진입하게 되면, 곧바로 서울로 통하는 길이 열릴 것이오. 두 사람의 부대가 그 길을 반드시 확보해 주길 바라오.”


작전회의는 점점 구체화되었고, 부대원들은 각자의 역할을 숙지하며 결의를 다졌다. 형원은 조국의 독립이 가까워지는 것 같아 심장 소리가 요란해지기까지 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날, 우리와 조국의 모든 희망이 실현될 겁니다. 여러분, 이번 작전은 단순한 전투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돌아가야 할 땅을 되찾는 겁니다.”


진도 결의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


“우리의 승리는 조국을 위해서, 우리가 원했던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모두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싸웁시다.”


이범석은 작전실 내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며 힘주어 말했다.


“좋소. 다들 최근엔 암살 등의 작전만 오래 하였지 대규모 전투는 한동안 참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조금 걱정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요. 그렇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전략적으로 각 부대의 꼼꼼한 준비를 부탁하오. 서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소!”


작전실은 강인한 결의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들은 3개월의 시간 동안 이 전투를 위해 이를 악물고 훈련에 임하였다. 독립군들 사이에 소문이 퍼져서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더 늘고 전술도 더욱 체계화되었다. 처음에 이 작전은 조금 무모해 보였던 게 사실이었지만 이제는 내부에서 승리할 수 있겠다는 의견이 팽배해졌다.




**임시정부 사무실 앞**


“형원아, 좀 쉬엄쉬엄해. 이러다 병나겠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어.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들어가는 건데, 쉬면서 할 수야 없지.”


“나한테 뭐라 하는 것 같은데?”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어쨌든 미국과 중국과도 합동작전을 펼치기로 했으니, 이번에는 일본 놈들을 쫓아낼 수 있겠지?”


“그래야지. 그나저나 이범석 장군님께 서신 받은 거 없지?”


“응. 미국과 중국 합동작전 본부에 합류하셔서 앞으로 진행사항 논의 중이라고 연락 오신 거 외에는 아직이야.”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서 일본 놈들 아작 내버리고 싶은데···.”


이때 임시정부 사무실 앞에 차가 한 대 섰고, 이범석 참모장이 차에서 내렸다.


“장군님! 서신이라도 하고 오시지요~ 전쟁 준비는 잘 되어 있습니다.”


“며칠로 정해졌습니까?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그들의 설렘 가득한 모습과 달리 범석은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이 있었다. 무언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음을 깨달은 형원과 진은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조선총독부 - 총독실**


총독실 문이 벌컥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교도소를 관리하고 있는 친일파인 미쓰라였다. 총독과 대화 중이던 엔도 총감은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 역정을 냈다.


“미쓰라 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네 놈이 함부로 들어오는 것이냐?”


미쓰라가 가소롭다는 듯 비웃으며 들고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총독과 총감은 서류를 보고 의아해했다.


“이건 반란죄로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는 놈들 명단 아닌가? 뭘 하자는 거지?”


“이름 앞에 동그라미 친 것들이 바로 사형 집행을 하고자 하는 중범죄자들입니다. 허가해 주시면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겠습니다.”


“너가 진짜 미친 게로구나. 지금 상황을 알고도 이 사람들을 다 죽이자고?”


총감인 엔도는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무시했다. 그러나 총독은 그 명단을 다시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안에는 테러로 수감된 인원들이 상당수였다.


“이들을 처단한다 하면, 강경파들의 반발이 심할 텐데 괜찮겠나?”


“네. 그러니까 미리 처리하셔야죠. 이러다 하루아침에 돌아가셔야 되는 상황이 오면 이 놈들이 과연 당신네들을 곱게 집에 가게 둘까요?”



[독립운동가 인물 평전]


민강 (閔綱, 1886~1921)


황해도 재령 출신의 독립운동가로, 서울에서 동화약방(지금의 동화약품)을 운영하며 비밀리에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했다. 1919년 3·1운동에 참여한 뒤 만주로 넘어가 대한독립단에 가입하였으며, 이후 서로군정서와 대한통의부 등에서 무장 항일투쟁과 군자금 모집에 헌신했다. 특히 독립군 편성과 무기 조달에 기여하며 임시정부와 연계된 연락 업무도 맡았다. 1921년 만주에서 병사했으며,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91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하였다.


*출처 :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독립운동사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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