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천국에서 발송돼
무지개 미끄럼 타고 슝~ 배달된 편지입니다.
엄마~ 구니구니 장구니야!
엄마가 내 생각할 때마다
자꾸 미안해하길래 편지를 쓰게 됐어.
자꾸 미안해하지 좀 말라고! 쫌!
난 엄마 생각 안 날 만큼
댕친들이랑 신나게 놀고 있어.
여기 와서 내가 엄청 부자인 거 알았잖아.
무슨 부자냐고? 엄마 부자!
우리 집에선 아빠 빼고 전부 엄마였잖아.
무려 엄마가 넷인 건 나뿐이더라구.
서로 내 엄마 할 거라고 싸우던 거 진짜 웃겼어.
엄마들 중, 내 최애는 누구였게?
바로 바로.... 엄마였어.
근데 쉿! 다른 엄마들한테는 비밀!
처음 집에 갔을 때 막내 엄마가
내 이름 '강군'으로 하자고 했던 거 기억해?
대빵 엄마가 웨이터 이름 같다고 반대했지.
내가 만약에 강군이 됐으면 어땠을까?
산책하다가 멋진 삼촌 발견하면
엄마 부킹 시켜줬을 텐데.
엄마 방금 웃었지? 그래 웃어.
엄마는 웃을 때 젤 예쁘니까.
내 생각하면서 슬퍼하면
진짜 못 생겨져 차마 못 보겠더라.
난 엄마가 날 얼마나 귀하게 사랑해 줬는지
생생하게 다 기억해.
한 달도 안 된 손바닥만 한 나한테
시간 맞춰 젖병 물려준 것도,
내가 꼬물이 시절이랑 여기로 오기 전에
쉬야 응아 혼자 못할 때
엄마가 얼마나 조심스러운 손길로 도와줬는지도,
산책하다 무서운 댕친 만나면
바로 내 맘 알아차리고 덥석 안아줬던 것도,
아빠가 삑삑이공 시끄럽다고 감췄을 때
공 찾아서 엄마 방에서 놀아줬던 것도...
엄마, 내가 언제 제일 행복했게?
공놀이할 때? 내가 삑삑이 중독이긴 했지만 아냐.
간식 먹을 때? 내가 먹대장이긴 했지만 아냐.
다 아니고 엄마 다리 베고 누워서
귀 마사지받을 때였어.
따뜻한 엄마 체온, 평온한 엄마 숨소리에
잠이 솔솔 오던 그 시간.
마지막에도 내가 제일 좋아하던 그 시간처럼
엄마를 온전히 느끼면서 솔솔 잠들 듯 떠나서
참 다행이야.
그날 새벽 내가 낑낑거려서 엄마가 옆에 누워잖아.
백내장으로 눈이 안 보인 지 오래인데
내가 눈 맞추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
눈 맞춘 거 맞아.
갑자기 엄마가 또렷이 보이더라구.
마지막으로 엄마 얼굴 눈에 담고
떠날 수 있어서 진짜 다행이었지.
난 말이야, 엄마랑 우리 가족들 함께한
모든 순간이 다 행복했어.
엄마도 나처럼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살다가
천천히 와~
꼭! 행복하게 살다가 천천히 와야 해!
그래야 엄마 최애 외할머니랑 마중 갈 거야!
약속할게.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된 게 아니고
'천국'에서 시작된,
행운의 편지가 아니고
'위로'의 편지입니다.
펫로스를 겪은 분들께 무지개다리 건넌
반려동물 시점에서 편지를 써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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