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먹고 자란다.
오늘의 세줄쓰기 주제
내가 부모가 되어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3가지말.
얼마 전, sns에서 김종원 작가의 글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짧은 글이지만 마음을 깊이 울렸기에 아이들에게 세줄쓰기 주제로 내어주마 결심하고 메모를 해두었다.
아이의 인생은 어릴 때 들었던 말이 결정한다는 것.
이 글을 보는 데 어디선가 본 문득 떠오른 일화가 하나 있었다. 늘 사고만 치고 돌아온 아들에게 엄마는 늘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너 그렇게 살다가 분명 교도소 간다." 그 한 마디를 되풀이하며 듣던 아들은 끝내 성인이 되어 교도소에 가게 되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갑자기 그 말이 불현듯 떠오르며 부모의 말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화분을 키울 때 쑥쑥 자라나라며 물과 양분을 주듯 자라나는 아이들도 매일 부모의 말을 물과 양분처럼 먹고 자란다. 그런 연유로 부모의 말은 어떤 말이냐에 따라 기름진 양분이 되거나 또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 다닐때였던가? 그 시기에 아이가 내 속을 썩이면 나는 아우씨 진짜.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놀러온 친구와 장난감을 가지고 실갱이 하던 아이의 입에서 그 말이 그대로 나오는 것을 보고 식겁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부모의 말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그것을 답습하게 되는 구나 싶어 등골이 서늘해져 말 조심해야 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문득 반 아이들은 평소 엄마아빠에게 어떤 말을 주로 들으며 지내나 궁금해졌다. 그리고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 때 아이에게 해줄 말을 떠올리게 한다면 지금 부모님에게 듣고 싶은 말도 저절로 알 수 있을 것 같아 이 주제를 내어주었다.
아이들은 주제가 조금 어려웠던 지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쉽게 바꾸어 말해주었다.
"너희가 지금 부모님에게 듣고 싶은 말을 쓰면 된단다."
나의 말에 막힌 생각이 확 뚫렸는 지 그때부터 연필이 지면에 닿아 나는 딱딱 소리가 시끄럽게 나기 시작했다. 십분여쯤 후 다 쓴 아이들이 하나 둘 내 옆으로 슬금 공책을 내민다.
책을 많이 읽어 생각이 깊은 수연이가 맨 처음으로 공책을 가지고 나온다.
"네가 사고치거나 화내더라도 난 널 사랑할거야.
넌 나쁜 아이가 아니야. 행동이 나쁜거야. 하지만 너가 나쁜 짓을 계속 한다면 나쁜 아이로 성장할거야"
새는 날개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게 아냐. 오직 날려고 노력할 때 날 수 있지. 그러니까 너도 노력을 해봐"
마지막 문장은 마치 명언과도 같아서 나는 수연이에게 쌍따봉을 날려주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보다 나는 맨 첫 문장이 제일 가슴에 와닿았다.
며칠 전 아들이 식탁의자의 천을 다 뜯고 장난을 쳐놓아 크게 혼낸 일이 있었다. 화난 감정을 주체못하고 나는 "넌 맨날 생각없이 행동해. 이런 장난 치지 말라고 했잖아. 늘 조심성도 없고 큰일이야" 마치 따발총을 쏘듯 다다다 쏘아대는 말에 아이는 표정이 금세 시무룩해지고 어깨가 축 쳐졌다. 평소라면 훈계를 한 뒤 타이르는 말을 했을 텐데 그날은 화라는 감정이 휩쓸렸던 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묻거나 타이르는 말을 일절 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르며 아들도 수연이처럼 저 말을 듣고 싶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심 미안해졌다. 그리고 다음엔 훈계를 하더라도 그 후엔 너를 사랑한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라는 말은 덧붙여주어야지 라고 속으로 작게 되뇌었다.
다음은 우리 반 봉사왕 00. 감정조절이 안되고 힘들어 엄마에게 많이 의지하는 아이다.
"너는 나한테 세상에서 가장 예쁜 보물이야
너는 참 대견한 아이야
넌 나한테 세상에서 누구보다 가장 소중해"
순간 눈시울이 살짝 붉어질 뻔 했다. 00이는 요즘 감정조절을 하는 것이 많이 힘들어 상담치료까지 받고 있는 친구다. 가끔 교실에서도 충동적인 행동을 해서 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하는 아이.
이 아이는 아마 가정에서도 같은 행동을 보여 부모님께 혼이 나는 경우도 다반사일 것이다. 또는 평소에 저런 따뜻한 말을 자주 들어 자식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일 수도 있을테고. 아이의 글을 보고 나는 속으로 평소에도 00이가 부모님에게 저 말을 양분처럼 듣고 예쁘게 자라기를 간절히 바랐다.
늘 묵묵한 자세로 수업을 잘 듣는 우리반 지율이는 "너는 참 똑똑한 아이구나.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이 보기 좋아. 참 예의바른 아이구나" 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그렇게 말해주다 보면 실제로 그런 아이로 자랄 것 같아서라는 어른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그리고 자신도 부모님께 그 말을 듣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을 계속 듣고 자라면 자신도 더 똑똑해지고 성실해지며 예의바른 자세를 꿋꿋이 유지할 수 있을 거라서란다. 지율이의 그 마지막 말이 내 가슴을 오래 진동케했다. 아이의 글이 김종원 작가가 쓴 말 처럼 부모의 말이 아이를 훌륭하게 자라게 만드는 양분이라는 사실과 일맥상통했으니까.
아이들의 세줄쓰기를 받아들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저 아이들이 쓴 그 말들은 지금도 부모님으로 부터 듣고 있는 말일까? 부모로부터 들은 좋은 말들은 자라나는 아이에게 양분처럼 전달되어 큰 어른으로 성장하게 만들고, 또 그 큰 어른들이 낳은 자식에게도 그 좋은 말들이 전달되어 선순환을 이루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며 부모로서 아이에게 하는 말에 더 신중해야 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공고히 해본다.
세줄쓰기를 하면서 이 아이들은 아마도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번 주제를 받아들고 미리 부모가 되어 자신의 아이에게 해 줄 말을 고심해보며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써 보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이들의 깊은 마음에서 길어올려 밖으로 나온 말들은 이미 훌륭한 부모의 요건을 갖추고도 남으니까.
나는 우리 아이에게 매일 어떤 양분을 주고 있을까? 하루하루 성장하게 만드는 영양제일까? 마르고 시들게 하는 독일까? 아이를 올바르게 성장하게 만드는 건 그 어떤 비싼 영양제나 학원 교육이 아닌,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부모의 말이다. 교실에서도 지켜보면 아이라미숙해서 늘 넘어지고 실수하고 시험에서 많이 틀리고 집중을 못하고 과제를 늘 느리게 하는 아이들이 참 많다. 그 아이들을 그래도 성장하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믿음과 격려일테다.
"넌 할 수 있어. 엄마아빠가 믿는다. 실수해도 괜찮아. 그래도 너 자체로 사랑스러운 존재니까."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런 말들은 아이들을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로 자라게 할 것이니.
이 활동을 하며 학교에선 25명의 부모로 존재하는 나도, 늘 아이들에게 양분같은 말을 해주려 노력해야지 라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끝으로 가장 깊이 각인이 된, 우주에 관심이 많은 우리 반 회장 아이의 세줄쓰기 글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사람마다 다 내면의 우주가 있단다. 니가 니 내면 속의 우주를 찾으며 성장하게끔 아빠는 널 끝까지 믿고 응원할거야. 사랑한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