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파티에서 발휘된 다정함

타인에 관한 사소한 정보를 기억해주는 일, 누군가의 삶에 큰 힘이 된다.

by 이유미

얼마 전, 동료선생님의 환갑생일파티를 조촐하게 학교 연구실에서 열었다. 보통 친한 사이가 아닌 이상 동료의 생일파티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이날은 특별히 환갑을 맞이한 선생님의 생일이었기에 모든 선생님들이 축하해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날의 선생님은 함께 사는 가족없이 홀로 지내시는 터라 아침부터 이루어진 생일파티가 더 각별하게 느껴지셨는지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셨다.


이날의 생일파티의 전말은 이러했다. 한달여전, 옆반 선생님이 그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 자신의 친정어머니와 연세가 같으시다는 정보를 알아냈고, 대화 도중 선생님의 음력생일까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단다. 옆반 선생님은 그 사실을 흘러듣지 않고 바로 휴대폰 달력에 꾹꾹 눌러 기록하는 성의를 보였다.


선생님의 생일 전날, 우리는 함께 모여 작당모의를 했다. 학년 부장님은 생일케잌과 초를, 나는 집에 있는 생일축하 현수막을, 한 분은 작은 꽃 한송이를 준비하자고 사전계획을 진행 후 다음날 실행에 옮겼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 아침, 8명의 선생님은 연구실에서 숨죽여 선생님의 파티 준비를 했다. 준비를 하며 아이들이 가끔 내게 이벤트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심정은 이렇겠구나 싶어 가슴 한 켠이 잠시 뜨끈해짐을 느낀다


몇 분뒤 선생님이 모습을 드러내시자 우리는 뜨거운 박수와 열렬한 환호로 환갑생일샤워를 제대로 해드렸다. 8시 30분 수업시간에 늦지 않을까 내내 초조한 마음을 애써 내리누르고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선생님께 나머지 8명의 뜨거운 진심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파티를 마치고 우리는 옆반 선생님을 높이 칭송했다. 타인에 대한 사소한 정보 하나까지도 기억해두고 축하해주는 그 따스한 마음에 대해 말이다. 사소함까지 기록해둔 옆반 선생님 덕분에 오늘 환갑생일을 맞이하신 선생님은 2년이 채 남지 않은 교직생활을 이어나갈 큰 힘을 얻으셨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뭉근해져온다.


그날의 파티 이후 나는 타인에 대한 사소한 것늘 기억하는 것은 다정함의 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평소 타인에 대해 관심이 없이는 절대 발휘될 수 없는 고귀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을 지내다보면 내 한몸 건사하기도 버거운 현실에 타인에 대해 관심을 주는 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타인의 사소한 정보까지 기억하고 따스히 챙기는 사람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마 남들보다 다정함의 촉각이 더 발달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내 주변에도 이런 지인이 있다. 언젠가 한 번 녹차라떼를 좋아한다는 말을 구름 흘러가듯 말한 적이 있는 데 그걸 가슴 깊이 기억하곤 일본 여행을 갈때마다 녹차라떼 파우더를 사다주고, 학교 일로 인해 힘든 순간을 토로할 때면 녹차라떼 기프티콘을 선물해주며 내게 맞춤 위로를 선선히 전달해주는 한 지인. 그 다정함에 나는 매번 삶에서 고꾸라지는 순간에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런 연유였던지 잠시 스쳐갈 인연일 수 있던 사이가 매일 연락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는 것은 안비밀이다.


주변에 이렇게 따스한 사람이 많다는 것은 내게도 큼 복이다. 그들로 인해 잠시 팍팍한 삶에 지쳐 다정함을 뒤안켠에 잠시 미뤄두었던 내 가슴에 그 다정함을 품게 만들고, 또 그 다정함이 누군가에게 옮아가서 그 사람의 하루에 활력을 불어줄 수 있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주니까.


오늘 아침에 출근하며 나는 다짐했다. 내가 오늘 하루 만나는 사람들과 무심하게 나누는 대화 속 다정함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가 없을까 귀를 크게 열고 들어야겠다고 말이다. 타인에 대한 사소한 정보도 놓치지 않고 기억해 행동으로 표현해주는 일들. 그리고 그 속에서 발휘되는 다정함의 능력. 언제나 그 사소한 것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깊이 진동하게 만들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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