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학교오기 싫은 아이에게 특효약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셀프칭찬이라는 공기주입기

by 이유미

아침 등교길, 내 앞을 걷는 초등학생 1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엄마의 도란도란 대화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내 귀에 흘러든다.


“엄마 나 학교 너무 가기 싫어.”


그 말을 듣는 데 왜이리 내 마음과도 꼭 같을까? 싶어 이상하게 위안이 되어 속으로 미소를 짓는다. 아이의 샐쭉한 말 뒤로 이어진 엄마의 답변”엄마도 회사 출근하기 싫어“ 그 말에 2차 위안을 받으며 학교로 향하는 발에 힘을 가득 실었다. 매일 아침 등교길 출근길 모두 이들과 같은 마음일테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25명의 아이들이 자리를 채운 교실로 들어갔다.


어제의 고단함과 피로함이 가득 묻은 채 오늘의 세줄쓰기 주제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며, 별안간 아까 아침에 우연히 들은 모자의 대화가 생각났다. 이 아이들도 그런 저항을 이겨내고 교실에 늠름히 앉아있는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며 새삼 기특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하면서 힘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방도가 없을까? 찰나의 고민끝에 떠오른 주제가 있었으니.


“나 스스로에게 해주는 셀프칭찬 3가지”


그동안 누군가에 대한 감사 칭찬만 써보던 아이들은 셀프칭찬이라는 어색한 단어에 잠시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추운 날씨에 이불 속에 더 있고 싶은 유혹을 이기고 오기 싫은 학교에 온 스스로가 대견하지 않니?”


내 말에 머릿속에 번뜩 불꽃이 켜졌는지 아이들은 연필을 재게 놀리기 시작한다.

평소 세줄쓰기 후 일교시 종이 바로 울리는 터라 발표를 들을 틈 없이 공책 안으로 묻혀버렸던 아이들의 생각들. 오늘만은 그 종소리를 잠시 배경음으로 넘기고 아이들의 생각을 마음껏 들어보리라 .

맨 첫 줄 앞자리에 앉은 유진이의 자그마한 목소리가 교실 전체를 울린다.


"아침에 지각하지 않고 8시 30분에 맞춰 교실에 들어온 나 칭찬합니다"


1학기때 매일같이 지각을 해서 내 속을 끓이던 아이. 숨을 헉헉대며 자리에 앉기 바빴던 아이가 2학기때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지각 횟수를 줄인 아이다. 발표를 하고 난 아이의 표정에 흡족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아마도 그런 자신이 대견해서일테다. 다음 아이들의 발표도 계속 이어졌다. 수업시간마다 발표를 빼놓지 않고, 수업시간에 배움노트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써가며 성실함의 표본이라 불리는 도경이. 과연 어떤 발표를 할까 귀를 쫑긋 세워 들어본다.


"오늘 아침 정말 학교가 오기 싫었는데 학교에 씩씩하게 걸어와 책상에 앉아 이 글을 쓴 나 자신을 칭찬합니다"


표정이 늘 활기차고 수업시간에 누구보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보던 도겸이의 입에서 의외의 답이 떨어지자 나는 잠시 아연했다. 돌아보니 다른 아이들의 표정도 거울을 보듯 같은 표정이다. 나는 조금 놀란 눈으로 되묻는다.


"학교가 왜 그리 오기 싫었을까 도경아?"


골똘히 생각하던 도겸이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저는 사실 매일 학교오는 게 힘들어요. 학교에 오면 늘 바른 자세로 앉아 수업을 들어야하고 매일 배움노트에 단원평가에 할일이 참 많잖아요. 그리고 대충하면 안되고 열심히 해야하니까 마음이 무거운 것 같아요"

아이의 답변에 잠시 가슴이 뭉근해졌다. 얼마 전, 그림책 수업에서 도경이가 쓴 글이 새삼 머릿속에 떠오른다.

"오늘도 초록해"라는 그림책. 책 속 주인공은 쉴틈없이 촘촘한 하루를 보내지만 집에서 식물을 보고 쉬는 시간을 행복한 시간으로 꼽았던 내용에 착안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이라는 질문을 던졌었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 뭔가 큰 산을 하나 넘은 것 같아서" 라고 대답한 것이 이상하게 오래도록 기억 속에 각인되었다. 늘 당찬 목소리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밝게 인사하던 도경이. 역시 그런 도겸이도 다른 아이와 나 처럼 매일 아침 등교하기 싫은 마음에 저항해 싸워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발표를 하고 나서 앉은 도경이의 얼굴 표정은 글을 쓸때에 비해 한결 편안해보였다. 매일 저항과 싸워가며 4년째 학교에 성실히 발을 딛은 자신에 대한 칭찬을 처음 해주어 그런걸까?

뒤이어 이어진 아이들의 답변들도 상황과 사연은 제각각 다르지만 모두들 힘겹게, 하지만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자기 자신들에 대해 마음다해 도닥이는 내용들이었다. 학원 숙제를 늦게까지 다 해서 마친 자신. 동생이 자신을 약올렸지만 때리는 대신 한 번 참아낸 자신. 쉬는 시간에 놀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내준 과제를 못해서 참고 열심히 해낸 자신 등. 자신에 대한 셀프칭찬을 하며, 또 친구들의 셀프칭찬을 들으며 아이들의 표정에 얹혔던 고단함과 피로감이 어느새 기특함과 자부심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

월요일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등교하며 일주일을 향해 다시 한 걸음 내딛는 아이들, 그리고 나처럼 아이들을 챙겨가며 아침 출근길에 오르는 워킹맘들, 그리고 각기 다른 이유로 생계를 위해 힘겹게 한 걸음 떼는 모든 사람들. 바쁜 나날에 갇혀지내다 보면 그런 일들을 꾸역꾸역해내고 있는 자신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학교 가기 싫다는 한 아이의 투명한 속내비침에서 문득 깨닫는다. 매일 학교를 가는 일은 당연한 일이지만 결코 당연하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걸. 포근한 이불을 걷어차고 나와 하루치 가방을 싸며 학교를 향해 터덜터덜 내딛는 발걸음에는 얼마나 많은 저항이 숨어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우리 반 아이가 어느 수업에서 언뜻 내비친 말마따나 그 모든 과정은 하나의 큰 산을 등반하는 지난한 과정이 아닐까. 그런 일들을 해내고 있는 우리 자신들은 매일 그렇게 큰 산을 하나씩 넘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그런 자신을 무감히 지나치지 말고 잘 하고 있다고 셀프칭찬을 해주며 부단히 추켜올려주어야 한다. 나 자신이 나를 향해 던지는 작지만 사소한 행위들이 또 다음 날 힘껏 몸을 일으키게 만드는 하나의 활력소가 될테니까.


아이들의 발표를 들으며 이런 저런 상념에 빠졌다가 두런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정신을 퍼뜩 차리곤,으레 발표를 하고 난 뒤 하는 통과의례인 오늘의 발표 후 소감을 묻는다. 우리반 발표왕 수현이는 늘 선생님 부모님에게 칭찬을 바라기만 했지 나 자신을 칭찬해볼 생각은 못했다며 오늘 활동이 신선하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안받았다고 서운해말고 그럴 땐 오늘처럼 스스로에 대한 칭찬을 해봐야겠다고 다짐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의 소감을 들으며 내 가슴은 풍성해졌다.


세줄쓰기 발표 전보다 양어깨가 잔뜩 솟은 아이들을 보며 나는 잠시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곧이어 1교시를 마치는 종이 울리고 아이들은 오늘 1교시 국어수업을 안해서 좋다며 깔깔거리며 쉬는 시간 소음 속으로 섞여들어간다. 나는 2교시에 국어야 라며 회심의 미소를 날리며 그제서야 교탁에 앉는다. 매일 쓰는 학급일지에 나 자신에 대한 셀프 칭찬을 써본다.


"매일 육아에 학교 출근에 고된 하루를 보내면서도, 아침마다 운동하고 두 아이를 부지런히 챙기며 학교에 출근하는 나 칭찬합니다."

"퇴근 후 피곤해도 가족들을 위해 두 손을 걷어부치고 요리하는 나 자신 칭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지금 이 순간 가장 칭찬하고 싶은 일.

"학기 초 부터 화 목요일 마다 다양한 주제로 세줄쓰기를 지도하고 오늘 한 시간에 걸쳐 발표를 들어보는 등 학교에서 늘 노력하고 있는 나 자신 칭찬합니다"


내 양어깨도 아까 발표를 마치고 난 아이들처럼 하늘 높이 치솟아오른다.


오늘 하루를 살며 맞닥뜨리는 이런저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바람빠진 풍선인형처럼 어깨가 자주 축 쳐질때마다 셀프칭찬이라는 공기주입기로 잔뜩 펌핑해 넣어야지.



*개인정보로 인해 글 속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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