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가 수정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인생은 뒤돌아볼 때 비로소 이해되지만, 우리는 앞을 향해 살아야만 한다

by 이유미

하루를 살면서 후회를 하지 않고 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나조차도 어제 아들이 보드게임을 하자고 졸랐는데 피곤하다며 침대로 홀랑 들어가버린 일. 학교에서 지각을 밥먹듯 일삼는 아이를 훈계하고 제대로 마음을 어루만져 주지 못한 일. 밤 중에 참아야지 하면서도 초코아이스크림과 빵에 손을 댄 일 등. 하루는 어쩌면 후회라는 단어로 점철되는 나날의 반복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늘 과거의 후회한 행동을 한 시점으로 돌아가 내 잘못된 행동을 고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도 그런 소재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고 다시 돌리고 싶다는 열망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그런 맥락에서 오늘 세줄쓰기 주제는 바로 과거로 돌아가 수정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을 주제로 내어준다. 늘 그렇듯 처음 주제를 받아든 아이들의 표정은 늘 아리송하다. 아침부터 생각의 회로를 돌리기란 어른들도 쉽지 않은데 아이들은 더하겠지. 이럴 땐 내 얘기로 시작하는 것이 아이들의 막힌 뇌를 뚫어주는 데 특효약이다.


"얘들아 선생님은 어제 참았던 야식의 유혹에 홀랑 넘어가버렸어. 참아야지 속으로 몇 번을 되뇌었지만 눈 앞에 있는 초코아이스크림과 빵을 먹어버리고 말았단다. 그 덕분에 어제 밤은 더부룩한채 잠이 들었고 지금까지도 소화가 안되서 기분이 안좋네. 다시 돌아간다면 어제 7시로 시간을 돌려 간식을 먹지 않을거야"


나의 말에 교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제야 무릎을 탁 치며 몇 아이들의 눈빛에 활기가 돌았고, 연이어 연필을 쥔 아이들의 손놀림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몇 분 뒤 내 책상 위에는 아이들의 공책이 수북이 놓였다. 나는 선물상자를 열어보듯 기대와 설렘으로 아이들의 공책을 하나하나 열어본다. 대부분 아이들은 지난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실수나 부족했던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1학년 때로 돌아가 받아쓰기를 열심히 해서 100점을 많이 맞고 싶다, 유치원때로 돌아가 연필을 제대로 잡는 법을 다시 배우고 싶다. 지금껏 연필을 잡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둑대회때 장염이 겹쳐 안타깝게도 대회에서 우승을 못했는데 그때로 돌려 건강관리를 잘해서 우승해 가족들에게 치킨 쿠폰을 주고 싶다 등.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도록 고치고 싶다는 내용이 많았다.


그러다 한 아이의 글에서 시선이 멈춘다. 1학기 내내 충동조절이 안되어 늘 화가 나면 책상을 치고 벽을 발로 차고 입밖으로 거친 욕설도 자주 내뱉던 아이. 그 아이로 인해 나는 자주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그런 아이가 쓴 글은 이러했다.


"나는 작년 4월쯤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 나는 화조절이 잘 안되어 거친 행동을 많이 했는데 그때로 돌아간다면 화조절을 잘하고 싶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 문장에 담긴 아이의 회한과 반성은 나의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아이는 2학기 들어 충동조절과 화조절이 눈에 띄게 좋아져 1학기만큼 나를 속끓이게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을 보면 자신을 너무도 잘 알고 그것을 고치려는 부단한 노력을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리라.

아이들 앞에서 글을 칭찬하니 그 아이의 양어깨는 위로 우뚝 솟았다. 얼굴 만면에 살포시 미소도 스치듯 지나갔다.

각자 나름의 후회되는 일들을 세줄쓰기에 적으며 어떤 아이는 마지막에 교훈을 쓰며 마무리하기도 했다.

"후회할일이 앞으로 안생기도록 지금부터라도 잘 해야겠다."

이 아이의 문장을 보며 바로 이거지 라는 말과 함께 한동안 꺼져있던 가슴 속 퓨즈가 탁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내가 오늘 세줄쓰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인생의 지혜, 그리고 내게도 하고 싶은 한마디였다.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이 살포시 떠오른다.


"인생은 뒤돌아볼 때 비로소 이해되지만, 우리는 앞을 향해 살아야만 하는 존재다."


신이 아닌 사람인 죄로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늘 우리는 후회라는 단어를 달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가련한 처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늘 아로새겨야 할 것은 바로 더 뒤의 문장. 우리는 앞을 향해 살아야만 하는 존재다 라는 것. 과거에 후회했던 일에 파묻혀서 그 자리에서 멈춰있지 말고, 과거의 후회를 밑거름 삼아 수정하고 현재의 삶에서 그 후회를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내 삶도 미래의 내가 두고두고 후회할 안타까운 기억으로 만들어버리는 과오를 범하게 될테니까.

후회라는 단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우리.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로 돌아가 그것을 수정하고 싶다는 터무니 없는 생각보다, 현재의 내 삶에 충실하며 과거의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 늘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한 발짝 나아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인생에서 후회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세줄쓰기를 다 마친 아이들은 뭔가 깨달은 양 눈빛에 활기를 띠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오늘 세줄쓰기는 모두가 훌륭했다며 엄지를 추켜올려준다. 수업을 시작하려는 데 별안간 우리 반 수현이가 내게 이런 말을 한다. 어제는 수업 중 샤프심을 자꾸 만지고 집중을 못해서 혼났지만 오늘은 수업에 집중해보겠다고 한껏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그 말에 나는 지긋이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렇게 화답한다.

"선생님도 오늘 자기 전에 야식을 좀 줄여볼게. 그리고 아들이 보드게임 하자고 하면 기분좋게 즐겨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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