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본 풍경을 얘기해줄래?

자세히 보아야만 보이는 것들

by 이유미

매일 아침 등교길엔 매번 다른 풍경이 다채롭게 연출된다. 아이와 함께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맞이하는 아침풍경. 엘리베이터에서는 출근길에 오른 어른들, 등교길에 오른 아이들의 모습이 뒤섞여있다.오늘따라 엘리베이터에 한발 성큼 내딛는 사람들의 손엔 유독 먹을것이 하나씩 들려져있다.


말쑥한 양복 차림새의 한 남성분의 손에는 바나나가, 등교길에 오른 한 여자아이의 손엔 식빵 한 조각이. 그리고 내 옆의 5살난 유치원 생 손에는 생일을 맞은 오빠를 위해 아침에 주문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백설기가 들려져있다. 꼭 닮은 분주한 아침의 풍경에 나도 모르게 옅은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보이는 맞은 편 커피가게에서는 아침 출근길 피로를 달래려 커피를 사려는 몇몇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그 바로 옆 마트에서는 이제 막 문을 열고 가게 앞을 쓸고 과일의 매무새를 정돈하는 점원이 눈에 든다. 그 맞은 편에는 아이의 유치원.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란히 등원하는 엄마아빠의 모습이 눈에 든다. 아이를 유치원으로 들여보내고 뒤돌아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들을 데칼코마니처럼 보며 나는 한 무리의 등교하는 아이들에 뒤섞여 학교로 출근한다.

10분 남짓한 짧은 출근길이지만 다양한 풍경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내 시야에 들어온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오늘 급식 뭐나오지?라며 나름 진지한 토론을 이어가는 아이들. 학교에 늦을 까 재빠르게 뛰는 아이. 아직도 학교 등교가 낯선 지 엄마 손을 잡고 등교하는 1학년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 틈에서 열심히 교통정리를 하며 아이들 안전에 힘쓰는 꿈나무 지킴이 아저씨까지.

매일 마주하는 풍경이지만 아침의 풍경은 매번 새롭다. 쳇바퀴 돌듯 매번 제자리에서 돌고 도는 삶을 사는 것 같아도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물의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수채화 속 풍경처럼 매번 색다르다. 학교에 들어와 교탁에 앉으면 배경화면처럼 내 시야에 가득 드는 25명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아이들의 표정과 차림새. 컴퓨터 화면을 켜면 매번 다른 배경화면이 나를 맞이하듯 아이들도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내 눈을 즐겁게 하기도 가끔은 아프게 하기도 한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등교길 아침에 본 풍경을 세줄쓰기로 써보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등교길에 본 25개의 아침 풍경을 적고 한 명씩 돌아가며 답한다.


아침에 일어나 엄마가 나를 위해 밥을 차리는 뒷모습이 참 따뜻했다.

아침에 학교 오는 길 삼삼오오 친구들이 모여 웃으며 학교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교장선생님께서 전교어린이회 임원들과 쓰레기를 주으며 봉사활동하는 모습이 멋졌다.

학교 오는 길 올려다 본 하늘이 참 맑고 푸르렀다.

학교에 와서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어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아침의 풍경은 또 저마다 빛이 나고 색다른 풍경들이었다. 그렇게 25개의 아침풍경이 마치 줄줄이 이어지는 노래가사처럼 교실 안을 가득 메우자 교실의 공기가 새롭게 환기되는 느낌마저 든다.


매일 같은 하루지만, 이렇게 다채로운 아침 풍경의 향연 속에 살아가는 우리. 특별할 것 없이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라고 말하며 무감한 표정으로 하루를 보내지만 이렇게 눈을 크게 뜨고 아침 풍경을 들여다보면 이토록 새롭고 다채롭다는 것을 그제서야 안다. 일순 그 사실을 인지하자 별안간 감사한 마음이 가슴 가득 부풀어오른다.


매일 아침 눈을 떠서 매일 다른 아침 풍경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릴때마다 참 고리타분한 말들이 자주 나오지만 늘 마음 속에 되새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 누가누가 눈을 더 크게 뜨고 가슴 깊이 그 행복의 순간들을 많이 찾느냐에 따라 행복의 빈도와 강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닐지.


오늘 퇴근길엔 어제와 어떻게 다른 퇴근길의 풍경이 펼쳐질지 눈을 더 크게 뜨고 온몸의 감각을 세워봐야겠다. 우선 하루 종일 앞만 보고 내달리느라 한 번도 고개 들어 보지 못한 하늘에 먼저 시선을 양보해야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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