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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이 Oct 10. 2023

보도자료가 뭔데요? 제가 써야 한다고요?

만든 책을 서점에 입고하려면 거쳐야 할 것들




제품을 만들고 나면 그것이 팔릴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하는 곳이 유통사다. 책의 경우는 온오프라인 서점이 그 역할을 한다. 사실 출판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몇 개 있다. 나는 그중 한 군데 가입을 했고, 배본 단계까지는 커뮤니티에서 필요한 정보까지 도달하는데 솔찬히 힌트가 될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유통과 마케팅 영역은 공개된 정보가 지극히 적었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처음엔 이유를 몰라 답답할 뿐이었는데, 계약을 진행하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협의'를 통해 조정되기 때문이었다. 마케팅도 어떤 공식이 있다고 하기보다는 타겟마다, 투여가능한 예산마다, 책의 주제나 분야마다 적용 가능한 것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반화하기 어려운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보다 서점에 책을 입고하기 위해 꼭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이는 ‘보도자료 작성’이다. 보도자료라고 하니 뭔가 기사를 써야 하나 싶어서 막연히 어려웠다. 써본 적이 없으니까. 도통 뭘 적어야 하는 건지, 어떤 뤼앙스로 적어야 하는 건지 알지 못해서 더 어려웠다. 이후, 감사하게도 책 <편집자가 되기로 했습니다>에 보도자료 작성법에 대한 가이드가 나와 있어서 참고해서 쓸 수 있었다.


보도자료는 쉽게 말해서 온라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책 소개'를 말한다. 도서명, 저자명, 책의 규격(크기, 두께, 무게), ISBN, 분야, 키워드 등 책의 기본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서점마다 책의 카테고리 ‘분야'가 상이하기 때문에 책을 입고하려는 서점에 맞게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잘못 적는다고 큰 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다음으로는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어떤 대상을 위한 책인지 등 핵심내용을 위주로 책을 소개하는 내용을 적는다.


간혹 계약 단계에서 책 요약내용을 적어야 하는 곳이 있으니, 미리 40자, 200자, 400자 내외의 짧은 문장으로 책 소개를 정리해두는 게 좋다. 독자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싶은 발췌 문장도 보도자료에 포함된다. 기억해둘 것은, 원고 내용을 전체적으로 살피는 단계에서 홍보를 위해 알릴만한 문장들을 미리 체크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빠릿하게 일을 쳐내야 하는 과정에서 실수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을 수 있다.


보도자료에 포함한 내용들이 결국 상세페이지에 들어갈 내용의 맥락을 이룬다. 결국 책에서 가장 보여지길 원하는 이미지면서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기 때문이겠다. 어쩌면 독자들이 가장 꼼꼼히 보게 될 마케팅적 요소가 책의 상세페이지가 아닐까. 정해진 양식은 없다. 담고 싶은 것을 충분히 담되, ‘여기서 다 보여주겠다!’ 라는 식으로 과해지지 않도록 주의하자.  







더불어 책 출간 전, 서점별 MD와 구매팀 담당자를 모두 대면으로 만나보길 권한다. MD들은 유선이나 이메일을 통한 미팅을 진행하지 않으며 미팅 시간도 대체로 10분 ~ 15분으로 한정되어 있으니 이점을 참고하자. 즉, 만든 책이 그 분야의 다른 책들과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는지(독자들이 우리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책을 PR하는 시간'으로 5분, 별도로 준비하고 있는 마케팅 계획에 대해 나누고 MD에게 질문할 것들을 준비해서 가자. 특히 첫 출간이라면 MD로부터 최대한 많은 조언과 정보를 얻는 시간이 되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짧은 시간의 미팅을 준비하면서 만든 책을 어떻게 알리면 좋을지,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더 뾰족해짐을 느꼈다. 구매팀 담당자는 초도물량, 즉 처음으로 발주할 물량을 정한다. 별도의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기본수량만 서점에 입고될 수 있고, 입고 부수가 적으면 책이 잘 보이는 장소로부터 멀어지기 쉬우니 꼭 챙겨야 할 부분이다.  사실 이전의 여러 글에서 언급했듯, 이러한 미팅 또한 기획단계에서 일정을 계획할 때 반영되어야 할 부분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만든 책이 세상에 나왔다. 뿌듯하거나 기쁘거나 신나는 등의 감정을 느낄 새 없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느라 마음이 분주했다. 하나의 책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기까지 큰 에너지가 필요했고, 신경쓸 것이 많았는데 같은 기간 혹은 유사기간 동안 여러 책을 출간하기 위해 준비하는 편집자들은 대체 어떻게 일하는 걸까 궁금해진다. 첫 책은 맨 땅에 헤딩하듯 하나하나 부딪쳐가며 만들어서 사이사이 '더 잘 준비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적지 않다. 다음 책은 최소한 이런 아쉬움을 남기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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