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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이 Oct 22. 2023

오탈자 제보를 받습니다




“나도 책 샀어! 그동안 책을 만드는 과정을 글로 봐서 그런지 더 기다려진 느낌이야!”

지인이 책을 구매했다며 연락해 왔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나는 “혹시 책에서 오탈자를 발견하면 알려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책이 출간된 지 약 2주가 지난 지금, 그동안 왜 그랬을까 무지하고 멍청했던 지난날의 나를 원망하며 후회하고 있다. 


출간된 책을 처음 받아서 열었을 때 오로지 나의 관심은 ‘실수한 게 없기를!’이었다. 샤프펜슬을 손에 꽉 움켜쥐고 책을 천천히 읽어 넘기는데 내용은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틀린 게 있는지 없는지만 보게 되는 걸 느꼈다. 나도 이러는데, 책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오탈자를 찾으면 말해줘!’라는 얘기는 그야말로 무지한 부탁이었다. 책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읽을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하는 입장에서 할 얘기는 아니었지 싶다. 






책이 출간이 되었는데 이제야 보이는 실수들이 있다. 이미 책이라는 물성으로 만들어져 나와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는데, 수십 번도 더 확인하던 그때는 보이지 않다가 이제 와서 보이는 그것들은 제자리에 가만히 잘 있던 심장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리듯 하루에도 열두 번씩 ‘쿵'하고 떨어지게 하는 것 같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얼마나 더 검토했어야 하는 걸까. 한 번만 더 다시 살폈다면 하나의 실수라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간 평온했던 나의 감정들이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요동치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책 만드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따금씩 출판사에서 ‘책을 읽으시다가 오탈자나 오류를 발견하시면 어디 어디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하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그런 안내를 볼 때마다 ‘이미 인쇄가 다 된 걸, 어떻게 바로 잡지?’하는 생각에 궁금했던 적이 있다. 속해있는 커뮤니티의 출판인들은 이런 오류들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아봤다. 대형 사고에 속하는 것들은 전량 회수해서 다시 인쇄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본문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출판사마다 달리 선택하는 문제라고 했다. 작은 오탈자지만 수정해야만 하는 것은 스티커처럼 뽑아서 일일이 붙이기도 한다 했다. 간혹 바코드를 잘못 넣어서 바코드를 새로 붙이는 경우도 이와 유사한 경우다. 혹은 초판이 다 팔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중쇄 때 더 이상의 오류가 없도록 새로 인쇄하기를 택한다. 


이미 주워 담을 수 없는 실수는 큰 실수네 작은 실수네 굳이 분류할 필요가 없이 그냥 ‘사고'다. 컴플레인을 받아서 책값을 환불해 주거나, 새로 인쇄제작을 해야 하는 것 모두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충분히 실수하고 실패해도 되는 건 모두 ‘제작 전'에 가능한 일이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편집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쇄 전에 그것을 바로 잡거나 혹은 한 번 했던 실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아야 실력 있는 편집자겠다. 실수가 반복되면 그것도 실력이라고 하니까. 






기성 편집자들도 다 겪은 일들이라 했다. 처음엔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지던 일들이 시간과 함께 쌓이다 보면 감정보다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일인가' 이성적으로 대할 수 있게 된다고 말이다. 책으로만 이런 상황을 마주했을 땐, 그저 겪지 않길 바라는 그러나 지나고 보면 재미있을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뎌지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책이 나오고 나니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길’ 기도하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차라리 독자들이 발견하지 못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용이 좋아서, 술술 읽혀서 오탈자나 오류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부디 잘못된 한 단어, 잘못된 빈칸 하나 때문에 책의 내용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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