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저자 강연회를 마치고 사무실로 이동해서 아시안게임 한일전 후반부를 함께 보면서 때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행사 때 찍은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려두고, 더 늦기 전에 나설 준비를 했다. 도저히 지하철에서 한 시간가량을 서있을 자신이 없어 택시를 불렀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고마웠어" 인사를 뒤로하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
고요한 택시 안.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눈물이 계속 차올랐다. 처음엔 기사님이 알아챌까 봐,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실까 봐서, 눈물이 날 이유가 없는데 차오르는 눈물에 당황해서 꾹 참아보려고 했다. 결국 터져 나오는 울음을 더 이상 참지 못해 광광 울어버렸다. 기사님은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조용히 라디오 볼륨을 높이셨다. 분명 꽤나 큰 소리로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어떤 노래였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게 무슨 기분인지 모르겠다. 행사를 마무리하던 중, 강연회에 참여했던 이들로부터 책에서 오류를 발견했다며 제보를 받았다. 강연에서 어떤 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짚고 넘어가서 그 부분을 찾아보려고 목차를 봤는데 목차에 나와 있는 페이지와 실제 책 페이지가 달랐던 것이다. 엄청난 사고였다. 본문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책의 가장 초반에서부터 오류라니. 생각해 보니, 거듭 수정에 수정을 하고 본문과 참고문헌까지는 최종 점검에 최최종 점검을 했던 것 같은데 목차는…. 기억이 없다. 빠트린 게 확실하다. 잘하고 싶었는데 망쳐버린 것 같은 기분인가. 아직 이것밖에 안됨이 드러난 것에 대한 화나는 마음이었을까. 뭔가 누가 된 것 같은 마음에 미안해서였을까. 아마 이 모든 생각이 복합적으로 얽혀 터져 나왔나 보다.
좋든 싫든 한 권의 책 출판 사이클이 완성되었다. 지나온 과정을 돌아보며 나의 기억과 감정들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아쉬웠던 것에 대해서는 글을 연재하는 틈틈이 많이 기록했던 것 같아서 넘기기로 했다. (그만 아쉬워하고 싶어서 넘기는 것도 있다) 책을 만들어 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담은 ‘결과물'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누구에게나 눈으로 확인가능한 결과물이 있다는 것이 보람되고 좋은 것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막연하고 애매한 것을 어려워하다 보니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직접 만져볼 수 있는 물성의 무엇이 남는다는 게 더 의미 있기도 하다. 뭐랄까. 이 일을 더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할까. 아.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선택한 일을 오래 할 수 있겠다는 동기부여가 돼서 좋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다음으로 좋았던 건, 스스로 찾아서 공부해야만 한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이 부분이 가장 답답하고 속상했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게 생각보다 없어서 (특히나 실수했던 것, 상처받게 했던 경험들은 대외비의 영역에 속하기도 해서 더 드러낼 수 없기도 하겠다)’뭘 모르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스스로 찾아가면서 공부를 하는 것도 벅차고 막막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일의 순서에 따라 마주하는 어려움을 해결하다 보면 하나씩, 아니 두세 개 더 알게 되는 것들이 생겼다. 아는 것이 생길수록 내가 진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업계에 속해있는' 느낌도 드는 것, 그냥 월급 받는 직장인이라는 생각을 넘어 ‘내가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일에서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주변에서 “쇼이님, 앞으로 계속 출판 일 할 거예요?”라고 묻는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나는 그렇다고 답을 했다. 스트레스받는다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고 툴툴대면서도 그것을 다 이겨낼 만큼 재미있고 배워가는 것이 많다고 느낀다. 아직은 미숙한 부분이 더 많으니까, 더 잘해보고 싶고 더 잘 해내고 싶다. 좋은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책을 많이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