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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이 Oct 17. 2023

출간한 책을 홍보한다는 것은

매일 나 자신과 싸워야만 하는 일이다.


사람마다 자기도 모르게 혹은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단어나 문장이 있다. 올해 7살이 된 조카가 5살이던 무렵, 말을 시작하기 전에 ‘그런데 말이야'라고 운을 떼곤 했다. 뒤에 이어질 말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말이다. 또 누군가는 반복적으로 ‘그래서, 그리고'와 같은 접속사를 사용한다. 반대로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단어나 문장이 있다. 내 경우엔 ‘확실히, 반드시’와 같이 어떤 주장에 힘을 싣는 단어나 문장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줄곧 그렇게 써왔는데 최근 들어 왜 이런 표현하기를 꺼리게 되는지 돌아봤다. 나의 말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만약에라도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홍보를 위한 글쓰기는 그렇지 않았다. 아니, 그러면 안 됐다. 내가 만든 책을 독자들이 읽게끔 하려면 설득해야 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정말 좋은데요'라는 말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 에세이, 문학책 중에서 왜 내가 만드는 책, 우리 출판사에서 만드는 책을 읽어야 하는지 설득하고 알리기 위해서는 내가 쓴 글에서부터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하다못해 “달라지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합니다. 이 책에는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노하우가 담겨 있거든요"라고 말하는 습관이 필요할 정도다.






이런 나에게도 예외가 되는 상황이 있다. 확신에 차서는 ‘아직도 이걸 모른다고?’라고 어그로부터 끄는 때가 있다. 바로, 재미있게 본 예능 등의 콘텐츠나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 나와서 주변에 알릴 때 그렇다. 희한하게, 순간적인 판단으로도 ‘이거 재밌다' 싶으면 가감 없이 스토리에 공유를 한다거나 혹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스토리구성이 뛰어난 작품을 보게 되면 주변에 꼭 보라며 재차 강조하더라는 것이다. 바로 내가 말이다.


이 정도면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그때만 내 안의 또 다른 자아가 움직이는 것일까. 대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바로, ‘간절함'의 차이였다. 내가 재미있게 본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크게 상관없는 일이다. 그건 취향의 차이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책을 홍보하고 알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물론 ‘읽는 것'은 독자들의 선택에 따른 것이겠지만, ‘읽지 않아도 그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더 솔직하게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좋은 책이라며 주변에 추천하거나 선물해 주면 더 좋겠다. 선택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으니까, 적극 권해야 하지만 홍보하기 위한 문장을 적는 것이 어렵고 신중해지는 것이다. 덕분에 책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는 요즘은 매일 나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나의 언어습관을 떠나, 홍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정해진 공식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큰돈을 들인다고 해도 무조건 그에 상응하는 긍정적인 결과가 따르지 않는다. 지난번에 성공적으로 효과를 본 방법을 이번에 다시 적용한다고 해서 그게 다시 기대만큼의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다 해봐야 한다.


때문에 부탁하고 도움을 구하는 일은 늘 어렵지만 지인들에게 책이 나왔음을 알리고 읽어보라고 권하거나, 고마웠던 사람들에겐 우리 책을 선물하면서 읽고 좋으면 주변에 선물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SNS에도 지속적으로 노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도서 마케터나 출판인들의 글을 읽으며 힌트를 얻거나, 다른 출판사들은 어떻게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찾아보고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해 보는 중이다. 최근엔 첫 저자 강연 및 북토크를 진행했다. 사실, 저자강연이나 북토크는 너무 자신 있다. 익숙한 주제를 뻔하지 않게 전달할 수 있는 저자들을 믿기 때문이다. 아? 이렇게 적다 보니, 잘하는 게 너무 분명한데 엄한 고민을 하고 있던 게 아닌가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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