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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이 Nov 21. 2023

알고보니 나를 위한 것이었다

최근 당신의 마음은 몇 점인가요?



최근 나의 마음 상태를 1부터 10 중에서 택해 점수화하라고 하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10점 만점을 주기엔 어째 내키지 않는 무언가 있다. 나는 왜 문제없는 일상을 살면서도 나의 마음 상태가 좋다고 인정하지 못하는 걸까. 


7년 전. 대학원 과정을 시작했던 첫겨울. 어느 날 스스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음을 느꼈다. 바쁠 땐 모르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면 이상하게 계속 울컥울컥 했다. 상담 공부를 하면서 자주 깊은 내면을 들여다봤기 때문이었을까. 영문을 알지 못한 채 생애 처음으로 깊은 우울감을 마주했다. 내가 우울하다는 것을 인지했을 땐 이미 최소 며칠, 최대 몇 주 이상 우울한 상태였다는 것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됐다. 


틈이 나면 자꾸만 마음이 파도처럼 일렁여서 일을 더 열심히, 공부도 더 열심히, 계속 집중해서 할 무엇을 찾았다. 지쳐 기절하듯 잠들기 전까지 계속 무엇에 빠져있었다. 그래야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날 다시 괜찮은 상태로 돌아와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후로도 몇 해는 더 우울감을 경험했다. 마치 계절이 반복적으로 돌아오듯, 매년 첫겨울이 올 때면 우울감도 함께 찾아오곤 했다. 






다행히 첫 해보다는 두 번째, 세 번째로 만나는 우울감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얼마가 걸리든 ‘끝나는 시기가 오더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어 그런지 견딜만하다고, 퍽 괜찮다고 생각했다. 대신 그 기간 동안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려 했고 되도록 혼자 있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는 ‘이쯤 되면 나 우울해지던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울해지기를 기다리는 나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몇 해는 별 일 없이 지나갔다. 그래서 이제는 완전히 끝났다고, 더 이상 내게 우울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번 찾아온 우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무탈하게(!) 몇 해를 보내던 어느 날, 분명 내 일상은 평소와 다를 게 없는데 ‘나 자신'이 평소와 다름을 느꼈다. 그런데 대체 뭐가 다른지 설명하기 어렵고 너무 미묘한 차이라 그냥 기분 탓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왜 항상 진행되고 나서야 알아채는 걸까. 아주 미묘하게 다르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내가 우울했기 때문이었다. 이상했다. 내가 아는 우울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기력이 없고, 의욕이 없고, 그래서 자기 돌보기를 귀찮아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분명 달랐다. 해야 할 일도 미루지 않고 열심히 하고, 사람들도 자주 만나는데 왜 우울한 걸까 생각했다. 불쑥 찾아온 우울이 나는 당황스러웠다. 


‘나 지금 우울한 것 같다고 주변에 알려야 하나?’, ‘누구에게, 어떻게 알려야 하지?’, ‘위험한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괜히 설레발치는 건 아닐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리고 나의 마음 상태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는 지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그럼 내 마음에 변화가 생겨도 덜 당황스럽지 않을까,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볼 수 있다. 무슨 말이냐면, 드러나는 모습을 매일 꾸준히 체크하면서 그 이면의 감정과 욕구를 점검하다 보면 내 마음 상태가 눈에 보이는 데이터로 쌓인다. 몸에 병이 나기 전에도 몸의 곳곳에서 보내는 신호가 있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병이 생겨나기 전에, 마음에서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는 연습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번 ‘마음과 나' 다이어리는 건강한 마음 상태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싶은 나의 바람에서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 달짜리 다이어리를 주차별로 다르게 구성했다. 1~2주 차에는 매일 나의 마음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도록, 3~4주 차에는 내 마음에 생긴 불균형을 다시 원상태로 수정할 수 있도록 습관을 세팅할 수 있게, 5주 차에는 마음이 건강해진 나를 상상하며 체크할 수 있게 했다. 펀딩이 종료되기 전에 미리 나의 기록을 쌓아봐야겠다. 아주 솔직하게는 나의 마음을 직면하는 게 편하지는 않다. 괜히 들여다봤다가 일상의 잔잔함이 흐트러질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더 건강해지기 위해 건강검진을 하는 것처럼, 지금 나의 상태를 오롯이 마주하며 나를 돌보는 기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그래서 최근 나의 마음 상태는. 




나에 대한 기록을 통해 '나'를 만나게 하는 자아발견 다이어리 '마음과 나, 두 번째' 를 펀딩 중입니다. 

https://link.tumblbug.com/E9su2C7FT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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