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없는 장미, 이젠 꽃피울 수 있기를.
사랑하는 동생에게...
창문밖에 걸어놓은 빨래걸이가 창문을 ‘덜컹덜컹’ 시끄럽게 하는 바람에 잠이 깨였다. 굉장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뭇가지들이 휘어질 듯이 흐느적거리고, 잎들이 서로 몸을 부딪치는 소리가 유독 스산하게 들리우는 듯 싶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발돋음하기 위한 마지막의 화려한 몸부림처럼 보인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곳은 와세다 도서관이다. 시험이 끝나고 참으로 오래간만에 와본 것 같다. 春방학이라 학생들은 전부 교정을 빠져나가고 몇 명의 학생들만의 텅빈 도서관의 자리를 띄엄띄엄 메우고 있을뿐이다.
日本의 학생들은 대학을 들어가기까지가 ‘입시지옥’이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그야말로 웬 낙원지냐는 둥 열심히 논다. 우리나라의 실정도 이와는 비슷하지만 일본 학생들의 경우는 특히 (자신네들이 인정하고 있을정도) 심한 것 같다.
동생아, 학교 생활은 어떠니? 새로운 환경이라 다소는 생소한 점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네가 그토록 원하던 곳이였기에 十分 분발하여 신나게 적응해 나갈 수 있는 너였으면 좋겠다.
시험이 끝나고 언니도 갑자기 찾아든 여유감에 갈팡질팡했었지만 이제 곧 유학생 오리엔테이션(4/12日)과 함께 학교 입학식(4/5日)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마음 다지기를 꾀하고 있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도서관에 와 모처럼의 차분한 분위기에 마음을 안정시키며 네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할수만 있다면(내게 최소한의 경제적 여건이 허락된다면) 아르바이트는 가능한 한 피하고, 공부(학문)에 전념하고 싶다만은 현실은 쉽게 그런 나와 타협하기를 거부한다.
자아실현의 욕구가 강한 사람일수록 그 사회에 적응해나가는데 커다란 고뇌를 필요로 한다고 한다. 납득이 간다.
새로운 Private lesson을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그 후 진행경과는 어떤지. 그 일에 너무 힘을 쏫아부어 중심이 되어야 할 학문에 지장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잘 분배하여 행하길.
편지에 오르고르 연주와 (꼬마 JORDY의 곡은 벌써 한국에서도 널리 퍼진 모양이더구나.) 네게 Tape 받기전에 녹음해 두었는데...
JORDY는 얼마전에 일본을 방문하였다. 가장 관심을 보였던 곳이 모 백화점의 장난감 가게 였다나. 피아노 연주 몇곡, Tape 케이스는 너무 커 함께 넣을 수 없겠다.
맑게 울려퍼지는 오르고르 연주에 차분한 마음이 되어 보기를. 다시 연락할게. 그럼 건강해라.
1993.3.29.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