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외로운 게다

가시 없는 장미, 이젠 꽃피울 수 있기를.

by 헤르만

23세의 어여쁜 내 동생 보기를...

午前中 찌뿌듯했던 날씨가 午後부터 거센 소낙비가 되어 “좌악좌악” 쏟아 붓기 시작한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부터 시작되었던 「우울+후유증」이 앙금처럼 침잠되어 있던 요즈음 오래간만에 가슴이 후련히 씻기 우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한국이나 독일과 틀린 섬나라 이곳 날씨는 일녕의 반 이상이 솜처럼 무거운 습기층에 놀라워 가끔씩은 질식하고야 마는 압박감에 사로잡히기 쉬울 때가 많다. 한번 비가 내리고 나면, 담백하고 깔끔하게 개리는 신선하고 맑은 한국의 날씨를 몇 번이나 그리워했는지, 지금은 3시간 쨉의 日本語授業. 유일하게 한국인 남아들과 대하게 되는 시간. 언제나 일본 아이들과 수업을 함께 하다 무뚝뚝하기 그지없고, 무언가 계란노른자가 풀어진듯한 텁텁함이 느껴지는 분위기에서 그 상이점을 느끼곤 한다.

좀 전, 옆의 국제경제학과의 동갑내기 유학생이 애니메이션 영화의 Ticket 이 두장 있다고 하여 같이 보러 가자고 말을 걸어왔지만 산뜻하게 No!라고 거절했다.

저마다 외로운 게다.

며칠 전 네게서 받은 전화는 언니를 조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언니도 보림이도 이제 대학교 2학년, 일단은 大學이라는 관문을 목표로 하여 정신없이 여유를 가질 시간도 없이 달려온 뒤안길이 있다. 1학년때는 대학에 들어와서 익숙해지기 위해 정신없이 바빴었기 때문에 뒤안길을 뒤돌아보거나 앞으로의 일들을 신중하게 나주서 생각할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불충분하였던 것 같다. 그런 상태에서 2학년이 된 지금 어느 정도의 여유와 더불어 서서히 잊고 지내왔던 앞으로의 장래라든가 문제점들이 하나하나 승급한 우려감으로 피부에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그러한 틈 사이로 여태까지 자신을 붙들어 왔던 目標감이 서서히 흐릿해지며 잡념 내지는 의지를 약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파고들기 시작하는 것은 아닐지.

언니는 지금도 생각해 본다. 보림이의 책상 위에 더덕더덕 의지의 상징처럼 펄럭이며 스스로를 격려하며 붙어 있었던 표어들을. 또 그만큼 상기된 모습으로 긴장해 있었던 보림이의 얼굴을.(거짓 없이 아름다웠단다.)

너에게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곧 언니에게도 향해서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동생아. ‘외로움’이란 어느 누구도 떨쳐내기 힘든 저마다의 등에 짊어진 무게이다.

하지만 이 외로움 때문에 목표의식이 상실된 채 현 상황에서의 얕은 처세만을 행한다면 결국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무언가 뚜렷하게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따른 방향 설정을 제시하고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달할 수 있는 정신자세, 제발 느슨해지지 말자꾸나. 너와 나 지금 같은 자매지간에도 불구하고, 현재 몸은 떨어져 있다만(항상 이점을 언니는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언젠가 가까운 시일 내에 함께 서로 살 수 있는 날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길 위해 언제나 하나님께 기도드리고 있고... 무언가 구구절절 고루한 서당 선생님의 말투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겨내자.

혼자 먹는 밥이 결코 달지만은 않으며, 혼자 갖는 시간들이 결코 즐겁지는 않더라도 그 안에 자신의 목표를 향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결과는 당장은 나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이 설정한 미래의 바람직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卒業을 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언니 생각에는 경력상으로 지금 전공을 그대로 유지시켜 교원으로서의 경험을 한번 쌓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敎員이란 직업에 대해 적지 않은 동경심을 갖고 있고 안심할 수 있는 직업이란 인식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주어진 그러한 찬스를 전공을 저버리고 굳이 택해야 될 이유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경험, 그리고 당연히 얻게 될 수 있는 長期 휴가라는 이점을 살려, 다음 진출 지를 향한 탄탄한 기반으로서 삼을 수 있지는 않을까. 어디까지나 언니의 생각이다만, 그밖에 네가 원하고 있는 직업의 선택 범위도 잘 고려해서 지금부터라도 확실한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되기를. 사실 4학년 되어서 허둥지둥 여러 군데, 이곳저곳 면접을 보러 갈팡질팡 하는 이곳 학생들도 여럿 보아왔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지금 학창 시절에 미리미리 진출할 방향을 설정해 거기에 맞게 어학이면 어학, 자격이면 자격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고 본다.

무언가 꽉 찬 느낌이 드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하자. 지금 편지는 전차 안에서 쓰는 탓에 마구 흔들거린다.

갑자기 기온이 바뀐탓인지(비도 내리고 썰렁하다.) 이마의 미열이 느껴진다. 코엔지 역에 내리는 대로 이곳 또 치과엘 가야 한다. 이빨 그르지 말고 닦아라. 그럼 또.


94.2.22. 언니.

keyword
이전 28화엄마! 언제나 자랑스러운 딸들이 되도록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