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많은 장미, 이젠 꽃피울 수 있기를.
어머님 보시길..
창문 밖으로 보이는 오렌지 나뭇잎들이 가을로 들어서 조금씩 퇴색해져 보이는 요즘입니다. 한없이 좁고 답답한 나의 방이지만, 방에 비례해 커다란 창문과 밖의 경치를 바라볼 수 있음에 있어 유일한 즐거움이 되어 줍니다. 엄마 앞에서 이런 말을 해서는 안되지만 나이가 듦에 따라(?) 나무라든가 하늘, 강물, 새들, 등 이러한 자연을 형성하는, 항상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줌을 느낍니다. 도회적 화려함 안에서도 때론 스트레스를 잊어버릴 수는 잊지만, 그러한 것들은 늘 무언가 일시적이며, 순간적으로 선사되어지며 지속성이 결여되어 있어, 가식적인 느낌을 가집니다.
독일의 대문호 Goethe 괴테도 작품을 쓰는 도중에도 한 번씩 자연 안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 그 안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으며, 인간적인 우애가 다시 솟아 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금보다 좀 더 나이가 들어 갈지라도 언제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마음을, 여유를 잃지 말자고 생각해 봅니다. 일본에서는 제가 돌아오자마자 한차례의 태풍이 지나갔습니다. 기온도 서울보다는 3,4도 낮은 탓에, 낮에 외출할 시에도 반드시 쉐타나 긴팔을 준비해야 합니다. 부산은 서울보다는 따뜻하죠? 동생의 편지에도 썼지만은, 일본은 서울의 딱 반만큼 조용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필요 이상의 잡음은 극도로 삼가며, 사람들도, 차로 조용조용히 진행되어 집니다. 그러한 적절함이, 혼자 있는 유학생활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외로움을 형성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익숙해지다 보면 마음의 안심감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어쩌면 모든 것이 안정되어 있는 선진국들이 가지는 특징일지도 모르겠습니다.(독일이나 캐나다, 미국에서도 느꼈던 것이기에) 그리고 요게무라 선생님이 써주신 편지를 번역을 해서 함께 동봉합니다. 바탕 그림과 제가 쓰는 편지지도 직접 컴퓨터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럼, 엄마. 또 편지드릴 것을 약속하며, 일교차가 특히 심한 요즘 감기에 유의하시길,
96.10.3
엄마의 장녀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