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시 실기시험을 친다고 아들이 선생님 와이셔츠를 빌렸다. 학원에서 단체로 맞춘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갈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검은 셔츠가 더 어울린다고 하셨다고.
"떨지 말고, 잘하고 와~, 파이팅!"
"다녀오겠습니다!"
내가 따라오는 걸 원치 않아서 혼자 시험을 보고, 저녁 먹고 바로 연기학원에 간다고 했다. 나는 아들이 시험장에 도착할 시간에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문자를 보냈다. 그 시간이 2시 54분.
"잘할 거야~~"
"찢고 오겠습니다!"
아들이 남길만한 답장이었다.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아들 생각이 나서 수고했다는 이모티콘을 보냈는데, 아들한테 전화가 왔다.
아들은 떨지 않고 시험을 쳤다며 전화 목소리에 밝은 표정이 느껴졌다.
"맛있는 거 사 먹고 와."
"네~"
밤 11시쯤에 돌아온 아들이 검은 와이셔츠를 식탁의자 등받이에 걸쳐 놨다.
'집에서 빨아서 드려야 하나, 세탁소에 맡길까?' 고민하다가 다음 날 아침이 됐다.
"엄마, 선생님 옷 어떻게 할까요?"
"세탁소에 맡겨. 검은 와이셔츠는 필요하니까 하나 사야겠지?"
"그게 아니고."
아들이 한숨을 쉬었다. 나는 아들이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아침 먹고 나가는 길에 세탁소에 맡겨. 카드 줄게."
"네~"
아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와이셔츠를 가지고 현관문을 나서는 아들에게 조금 망설이다가 굳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나는 하고 말았다. 나의 실험 정신이 발동해서다.
"아들, 검은 와이셔츠 필요한데, 생일 선물로 그것 사면 어떨까?"
아차! 아들의 싫은 눈빛을 보고야 말았다. 8월 말에 생일이 있는데, 자기가 필요한 걸 사주고 검은색 와이셔츠는 덤으로 사준다면 모를까... 혹시 하는 생각은 역시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아들이 원치 않을 때, 두 번 얘기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철칙인데 그 혹시나 하는 실험정신을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거기에 때를 잘못 탄 절약 정신까지. 자칫하다가는 아들과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아들이 나가고 얼마 안 돼서 세탁비 문자가 왔다.
"결제문자가 왜 이렇게 반갑지!"
선생님에게 빌린 검은색 와이셔츠를 드리는 방법은 세탁소에 맡기는 게 최선의 방법이고, 아들에게 혹시 하는 타이밍 안 맞는 실험 정신은 아직은 안 통한다는 걸 느낀다.
아들마음이 내 마음이 되고, 내 마음이 아들 마음이 되는 순간을 늘 생각해야겠다.